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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임신중절약' 도입 가능할까…찬반 '팽팽'

  • 2021.10.11(월) 10:00

[2021 국감]
'미프지미소' 도입 놓고 찬반 팽팽
충분한 임상 중요 vs 신속 허가 필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구용 임신중절약'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경구용 임신중절약은 부작용 등 위험성이 큰 만큼 도입 전 충분한 임상시험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과 입법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하루빨리 경구용 임신중절약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7일과 8일 이틀에 걸쳐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경구용 임신중절약 허가와 관련, 나성훈 강원대학교 산부인과 주임교수와 이상준 현대약품 대표이사가 각각 참고인과 증인으로 참석했다.

지난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임신중절 관련 개정안은 입법 공백 상태에 놓여있다. 헌법재판소가 정한 시한인 2020년 12월 31일부로 처벌 조항의 효력은 사라졌지만 대체 입법은 늦어지고 있어서다. 현재 임신중절을 처벌하지는 않지만 관련 의료 시스템이 없어 병원과 환자 모두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현대약품은 지난 7월 식약처에 경구용 임신중절약 '미프지미소(성분명 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스톨)'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미프지미소는 수술이나 시술 없이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유산유도제'다. 해외에선 '미프진'이라는 제품명으로 판매 중이다. 앞서 지난 3월 현대약품은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 인터내셔널'과 국내 판권 및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우)이 8일 열린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좌)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국회의사중계시스템

대한산부인과학회를 포함한 의료계와 야당은 경구용 임신중절약의 국내 도입 전에 충분한 임상시험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나 교수는 경구용 임신중절약의 위험성을 설명하며 임신중절약을 도입하더라도 복용 전 의료진의 관리감독은 필수라는 점을 강조했다.

나 교수는 "임신중절약을 먹기 전엔 배아가 자궁 내벽에 착상하는 정상임신 여부를 병원에서 확인해야 한다"면서 "배아가 (나팔관이나 난소 등) 자궁이 아닌 곳에 착상하는 자궁외임신이 된 상태에서 약을 먹으면 조직이 파열되고 과다출혈로 사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약물을 통한 임신중절은 수술보다 출혈이나 통증이 더 많을 수 있다"며 "약물 임신중절은 산모가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도입 전에 필요한 임상 연구나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독일이나 영국 등 경구용 임신중절약을 허가한 많은 국가에선 임신중절약을 병원에서 의료진의 관리감독 아래에서 복용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또 경구용 임신중절약은 임신 10주 이내인 임신 초기 임신부에게만 처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도 "임신중절약 도입은 새로운 의료 체계를 도입하는 것과 같다"면서 "보건당국이 의약품 허가에 앞서 약물이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선제 장치가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시민단체와 여당 등은 경구용 임신중절약의 국내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입법 공백 상황에서 미프지미소의 불법 유통 사례가 늘고 이에 따른 오남용 우려도 커지고 있어서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신중절 불법 의약품 거래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에 따른 위험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 신속한 허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남 의원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미 지난 2005년에 임신중절약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고, 타민족에게서 얻어진 약물의 특성이 한국인과 유사할 경우에는 가교임상을 대체할 수 있다"면서 '가교임상' 면제를 촉구했다. 가교임상은 해외에서 개발한 약물을 국내에 도입할 때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번 더 진행하는 임상시험이다.

현재 식약처는 미프지미소의 도입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가교임상 면제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프지미소 가교임상을 진행하면 품목허가까지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보건당국은 경구용 임신중절약 도입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강립 식약처장은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 자문을 요청한 결과 다수의 전문가가 가교임상을 면제할 수 있다고 의견이 모아진 바 있다"며 "다만 의약품의 안전성 검증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서 안전성과 복용 방법 등에 대한 종합적 고려를 통해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의약품의 안전성 못지않게 임신중절약과 관련 제도에 대한 필요성이 크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면서 "의약품 도입과 함께 입법적인 공백이나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식약처도 할 수 있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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