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지난해에도 호실적을 이어갔다. 셀트리온은 2조원 달성을 눈앞에 뒀고 유한양행, 삼성바이오로직스, 녹십자, 종근당, 한미약품 등도 지난해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CMO)하거나 유통한 기업들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다만 일부 기업은 신사업 확대나 연구개발(R&D) 비용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했다.
삼바·SK바사, 코로나 수혜 '톡톡'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대웅제약,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셀트리온의 경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성장세는 다소 둔화됐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보다 2.3% 증가한 1조8908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5.9% 늘어난 7539억원이었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제품이 실적을 이끌었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주력 항체 바이오시밀러 제품 3종의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가 돋보였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미국 시장 점유율은 램시마 22.6%, 트룩시마 25.4%였다. 각각 전년보다 10.8%, 5.6%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와 진단키트 매출 증가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다만 화이자와 머크(MSD)의 경구용(먹는) 코로나19 치료제가 나오면서 렉키로나 매출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도 코로나19 수혜를 톡톡히 누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매출 1조5680억원, 영업이익 537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각각 34.6%, 83.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지난 2017년 첫 흑자 달성 후 4년 만에 8배 이상 성장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3배 이상 늘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호실적은 CMO 생산량 증가 덕분이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글로벌 빅파마로부터 CMO 계약을 따내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수주 69건을 달성했다. 또 4공장 선 수주 활동을 통해 글로벌 빅파마 3곳과 총 5개 제품의 계약을 체결했다. 높은 공장 가동률도 실적을 견인했다. 인천 송도 1·2공장 가동률은 100%다. 세계 최대 규모인 3공장 역시 '풀(full)' 가동에 가까운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위탁개발생산(CDMO) 효과로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지난해 매출은 9290억원으로 전년보다 312% 늘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4742억원으로 전년보다 1157.8%나 증가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생산이 다급해지면서 자체 독감 백신 생산을 잠시 중단, 코로나19 백신 CDMO에 집중해왔다.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와 맺은 CDMO 계약에 따른 코로나19 백신 원액·완제 생산 등이 고성장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한미·대웅, 실적 개선 '뚜렷'
한미약품과 대웅제약도 우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자체 개발한 전문의약품(ETC)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한미약품의 연결 기준 매출은 1조2061억원, 영업이익은1274억원이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각각 12.1%, 160.1% 늘었다. 시장 기대치인 매출 1조1500억원, 영업이익 1140억원을 넘어선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한미약품의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 패밀리' △고지혈증 복합제 '로수젯'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에소메졸'이 탄탄한 성장세를 보였다. 아모잘탄 패밀리의 경우 '로사르탄' 성분 불순물 사태 당시 선제적으로 제품을 회수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한 결과 반사 이익을 봤다. 지난해 아모잘탄 패밀리는 전년보다 4.6% 증가한 1254억원의 처방이 이뤄졌다. 중국 현지 법인 북경한미약품의 성장도 견조한 실적에 기여했다. 북경한미약품은 지난해 매출 2887억원, 영업이익 669억원을 달성했다. 기침가래약 '이탄징' 등 현지 주력 제품 처방이 늘면서다.
대웅제약의 영업이익도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422.9% 증가한 889억원이었다. 매출은 전년보다 9.2% 성장한 1조1530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이다. 자체 개발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펙수클루정'의 기술이전 성과,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의 수출 본격화, ETC 품목의 고른 성장 덕분이다.
유한양행·종근당, 아쉬운 성적
유한양행과 종근당은 지난해 수익성에서 다소 아쉬운 실적을 거뒀다. 유한양행의 지난해 매출은 1조6878억원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 국내에서 ETC와 일반의약품(OTC) 매출이 증가하면서다. 지난해 ETC와 OTC 매출은 각각 1조142억원, 1556억원이었다. 전년보다 7.6%, 18% 늘었다. 또 건강기능식품 브랜드도 눈에 띄게 성장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486억원으로 전년보다 42.3% 감소했다. 기술료 수익의 기저효과가 작용한 데다 동물 의약품 등 신사업 진출로 판매·관리비가 증가한 탓이다. 유한양행의 기술료 수익은 지난 2020년 1556억원에서 지난해 519억원으로 66.6% 줄었다. 올해엔 전년도 대규모 기술료 수익에 따른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수익성 악화는 피할 수 있을 전망이다.
종근당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3436억원, 967억원이었다. 매출은 전년보다 3.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2% 줄었다. 다만 수익성 악화는 R&D 비용 증가에 따른 것으로 부정적인 요소는 아니었다. 종근당은 매출액의 약 12%를 R&D에 쏟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치료제 나파벨탄의 글로벌 임상3상, 샤르코마리투스 치료제 CKD-510의 프랑스 임상1상, 이중항암항체 CKD-702의 1a상 등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환경 속에서 이미 진단키트 기업들은 연매출 2조원을 넘어섰고, 굴지의 전통 제약사들도 연매출 2조원 달성을 앞두고 있다"면서 "바이오 연구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 국내 기업들의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