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가 지난 2분기까지 양호한 실적을 내놓았을 것으로 보이나, 하반기 실적 둔화 우려 탓에 웃지 못하고 있다. 철강 가격 약세에 수요 부진이 예상되면서다.
포스코는 지난 2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주요 철강사 2분기 실적 '양호'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철강 3사(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의 2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크게 개선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1일 실적을 발표한 포스코홀딩스의 경우 2분기 매출이 약 23조원으로 전년대비 26%가량 증가했다. 사상 최대치다.
회사 측은 "철강 사업회사 포스코 별도 기준으로 보면, 원료비 증가와 주요 설비 수리에 따른 제품 생산량 감소가 있었다"면서도 "판매가격 상승과 비용 절감 노력으로 사업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분기 대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2분기 실적도 양호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 2분기 매출은 약 7조5900억원으로 전년대비 35% 증가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영업이익도 50% 증가한 8100억원을 기록했을 전망이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대제철은 4~5월 계절적 성수기 영향으로 제품 판매량이 500만톤을 상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상반기에 자동차, 조선향 제품 판매가격을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동국제강 역시 매출이 28% 늘어난 2조3300억원, 영업이익은 8% 증가한 2200억원이 예상된다.
실적 견조한데 '비상경영' 왜
포스코홀딩스는 사업회사 포스코의 2분기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 21일 그룹 사장단과 임원이 참석한 그룹경영회의를 열고,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기로 했다.
환율과 금리, 물가가 모두 오르는 '3고'(高) 영향 본격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포스코홀딩스 측은 "현재 글로벌 경제 상황은 수요산업 부진, 재고자산 증가 등에 따른 글로벌 시장축소, 원자재·에너지·금융 조달 비용 상승, 공급망 불안 등이 겹친 복합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주력인 철강 사업은 비상판매체제를 가동해 마진 하락 방어 등 수익성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안전·환경 분야를 제외한 모든 비용을 절감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도 철강 시장에 대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장기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와 주요국의 통화 긴축, 중국의 도시 봉쇄 및 경기 부진 등이 거시환경의 불확실성을 고조시켜 견조했던 철강수요의 회복을 제약할 것"이라며 "올 하반기 국내 철강업계의 수익성은 현 수준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원재료와 철강 가격의 동반 하락세도 부담이다. 변종만 NH투자증원 연구원은 "포스코는 상반기는 철강 가격 인상을 통해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으나, 하반기는 철강 가격 하락과 수요 부진으로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현대제철은 상반기에 제품 판매가격을 인상했으나, 최근 철광석와 원료탄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을 감안하면 하반기 추가적인 인상은 어렵다는 판단"이라며 "중국 철강업체들의 감산과 이에 따른 철광석·원료탄 수요 감소로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의 인프라 투자 집행이 본격화할 경우 9~10월 철강 수요기에 철강 가격의 반등 가능성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신평은 "글로벌 철강경기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의 경기동향과 정책 방향성은 상시 모니터링 요인"이라면서도 "탈탄소 정책과 지정학적 요인에 따른 공급측 제약이 철강사들의 가격 협상력을 일정 수준 뒷받침하고 있어 양호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