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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때 '철강수출 모래주머니' 뗄 수 있을까

  • 2022.05.17(화) 16:25

한국제품, 쿼터로 여전히 美 수출 제한
일본·EU, 바이든 행정부 들어 규제완화
산업부 "철강업계와 긴밀히 공조 중"

국내 철강업계가 미국에서 모래주머니를 달고 뛴 지 4년이 흘렀다. 미국이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국 철강 제품 수입 물량을 제한하면서다. 고관세를 맞던 일본, EU(유럽연합) 등 국가에 대한 규제는 일부 완화된 상황이다. 

철강업계는 미국이 빠른 시일 내 수출 물량 제한 일부를 완화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오는 21일 한·미 정상회담도 예정돼있어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쿼터 규제 제한 완화를 요구할지 관심이다.  

모래주머니 달게 된 사연

/그래픽=비즈니스워치

2018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산 철강 제품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했다. 자국의 철강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이었다. 미국에 철강을 수출하는 국내 주요 기업은 포스코, 현대제철, 세아제강 등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통상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일정 제품에 대해 수입량 제한,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무역 제재 조치다. 1995년 이후 사실상 사문화됐지만 트럼프 대통령 때 다시 부활했다. 

미국은 이 법을 근거로 일본, EU(유럽 연합) 등에서 수입되는 철강 제품에 대해 2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했다. 한국은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2015~2017년 평균 철강수출물량의 70%를 제한하는 쿼터제가 적용됐다. 관세 대신 쿼터제로 적용해달라는 한국 정부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먼저 웃은 곳은 한국이었다. 미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수출 물량은 253만톤(t)으로 제재 이전(2017년)보다 25% 감소하는 데 그쳤다. 제한 수출 물량 263만톤 중 96.2%를 채웠다는 점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다. 

반면 관세를 부과받던 국가들은 수출이 급감했다. 일본의 작년 철강 수출 물량은 98.8만톤으로 제제 이전(172만톤)보다 판매량이 42.8% 감소했다. 고관세율이 적용된 터키도 이 기간 판매량이 53.3% 급감했다.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철강 시장은 공급 과잉 시장이 형성되던 때여서 고율의 관세가 부과된 국가들의 피해가 좀 더 컸다"며 "반면 한국의 철강 제품들은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서 선방했다"고 설명했다.

모래주머니 일부 뗀 일본·EU…한국은?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 EU 등 국가에 제재를 완화해주면서다. 미국은 일본 125만톤, EU엔 330만톤까지 무관세 조치를 취하고 초과 물량에 대해서만 관세 25%를 유지하기로 했다. 

미국 내 철강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한국 철강 업계 입장에선 악재다.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11월 인프라 확충을 위해 1조달러(1284조원)를 투자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인프라 투자에 투입되는 철강이 미국산 제품만 사용될 것으로 예정되면서 이를 제외한 다른 사업 부문에서 수입산 철강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철강 업계 입장에선 '팔고 싶어도 더 팔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릴 수도 있는 셈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선언하면서 향후 미국내 수입산 철강 제품 수요가 간접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당장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진 않지만 일본, EU 등에 대한 규제 완화로 미칠 영향에 대해 예의주시하면서 지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합류하고 철강 받을까

윤석열 대통령 /사진=국방홍보원

철강업계는 쿼터 제한을 일부라도 풀어주길 바라는 입장이다. 오는 21일 개최되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무역 확장법 232조에 대한 이야기가 간접적이나마 나올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 출범한 정부가 친기업 행보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번 회담에서 철강 쿼터에 대한 얘기가 오가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라면서도 "다만 무역확장법 232조에 대해 직접적으로 얘기가 오갈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이뤄지는 3대 핵심 의제 중 하나가 경제안보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는 목적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 중에 있다"며 "한국이 이 공급망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만약 한국이 (미국측에)동참하게 되면 철강제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에 대한 얘기도 자연스럽게 오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가 관세 대신 쿼터 조건을 받아낸 것도 당시 정부가 한미 FTA 협상 재검토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가능했었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이번 회담과는 별개로 꾸준히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쿼터 완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회담 이전부터 철강업계와 긴밀히 공조해나가고 있다"며 "작년 11월 한미 상무장관회담에서도 철강업 쿼터에 대한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도 국내 철강업계와 미국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미국 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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