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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수출은 종합예술" 원전사업 복원 방법은…

  • 2022.08.22(월) 21:10

'원전 수출 활성화 방안' 토론회 열려
"수출상품 다양화 비롯 한·미 협력해야"

한국 원전 수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세계 원전 시장 현황과 원전 수출 활성화 방안' 간담회가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 사진=김민성 기자 mnsung@

"원전 한두기가 아닌 수백기 수출하는 시스템은 지금과 전략이 달라야 한다"

22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열린 '세계 원전 시장 현황과 원전 수출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의 조언이다. 전 세계적으로 원전의 중요성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다시 원전 강국이 되기 위해선 원전 수출상품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아울러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원전 시장에서 한·미 협력 강화도 강조했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바라카원전 1~4호기 / 사진=한국전력 제공

"수출 상품 다양화"

이날 노백식 전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사업본부장은 "대형원전 수출에 성공하면 경제적 측면과 연계사업 등에서 여러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수주 가능성이 있는 국가 수가 제한적이고 사업 기간이 장기간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또 다른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해외에 원전을 수출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부터다. 일반적으로 원전 사업은 공사 기간이 지연되면서 비용이 상승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은 UAE 원전 사업을 예정된 기한 내 끝마치면서 기술적 우수성을 입증한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13년이 지난 현재 시점은 바라카 원전 사업 당시와 상황이 많이 변했기 때문에 새로운 원전수출 상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양화할 수 있는 원전 수출 상품으로는 중소형 원전 수출, 해외원전 운영 정비사업 등이 제시됐다. 특히 원전 1기당 1년에 최대 수천억원의 운영정비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현재 전 세계 438기의 원전이 운영 중인 것을 고려하면 해외 원전운영과 정비 시장은 상당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임채영 혁신원자력시스템연구소장은 "기존 국가대항전 중심의 대형원전시장에서 미래 원전시장은 소형원전시장, 전력시장, 새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시장 등 다양한 형태로 구별될 것"이라며 "각 시장에 걸맞은 지원책과 상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신규 원전 건설이 중단된 이후 원전 수출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강홍규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BG 상무는 "원전 건설이 중단돼 원전 기자재 협력사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수출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선 무너진 국내 원전 기자재 공급망 복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미국과 전략적 협력

원전 수출을 위해선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원전은 원자력을 다룬다는 특수성으로 비핵화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원전 수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선 비핵화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미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주현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대형원전의 계속운전을 지원하고 있으며 정부 간 협력을 활용한 미국 주도의 핵비확산 강화 및 시장 선점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민간·정부가 나서 여러 국가와의 원전 협력을 강화하고 원전시장을 선점하려 하고 있다. 협력국의 원자력 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하는 'FIRST 프로그램'에 약 730만달러(약 89억원)을 지원해왔다. 이 덕분에 원자력 기술을 도입하지 않은 국가는 미국의 원자력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정범진 교수는 "원전 수출은 핵비확산이라는 전제조건을 충족할 때만 가능한데 미국은 국제사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미국이 어떠한 형태의 협력을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적재산권 문제로 미국과 마찰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원전 기술은 미국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또 다른 지적재산권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송으로 싸울지 협상할지 적절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현재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와 지적재산권 분쟁이 불거진 상황에서 사우디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한국 원전을 돕지 않겠다는 태도"라며 "미국과 협상테이블에 앉을 때는 종목을 세분화해서 디테일하게 협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까지 약 800GW(기가와트)의 신규 원전 설비가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은 원전은 지난 7월 EU 택소노미(탄소중립을 위해 지속가능한 사업)에 포함되기도 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 문제도 겹치면서 앞으로 원전 활용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원전 수출은 기술력과 경제성뿐만 아니라 정치·외교적 변수가 작용하는 종합예술과도 같아 국가 내 다방면의 협력이 필요하다"라며 "최근 출범한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를 통해 원전 수주 국가별 여건과 특성을 고려한 협력패키지 사업을 발굴하고, 수출 금융지원 방안 등을 마련해 국내 원전 수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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