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위기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미래 성장 기반 확보를 위한 과감한 선제 투자에 나선다. 충북 청주에 신규 반도체 공장을 증설해 시장 대응 능력을 확보하고 장기 성장 기반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청주 확장팹에 15조원 투자
6일 SK하이닉스는 내달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약 6만㎡(약 1만8150평) 부지에 M15X 건설 공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향후 5년에 걸쳐 M15X 공장 건설과 생산 설비 구축에 총 1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청주에서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반도체 공장 3곳(M11·M12·M15)을 운영하고 있다. M15X는 M15의 확장 팹으로 오는 2025년 초 완공이 목표다. 복층 구조로 돼 있어 기존 청주 M11, M12 두 개 공장을 합한 것과 비슷한 규모가 될 전망이다. D램과 낸드 중 어떤 반도체를 생산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완공 시점의 시장 상황에 맞춰 결정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생산 케파도 공개되지 않았다.
이는 최근 신규 투자를 결정했다 이사회에서 보류한 M17 공장과는 별개다. M15X의 경우 이미 부지가 확보돼 있고, 공장 운영을 위한 유틸리티 설비도 갖춰져 있다. 부지 조성부터 시작해야 하는 M17을 착공하는 것보다는 비용 부담이 적은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팹을 하나 새로 지으면 공장 유틸리티 등 기반 시설을 새로 지어야 하기 때문에 확장 팹을 건설하는 것이 케파(생산규모) 확보나 장비 도입 등에 있어 더 유연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인근 M17 신규 공장에 대해선 반도체 시황 등 경영환경을 고려해 착공 시점을 결정할 예정이다.
위기일수록 투자는 더 과감히
특히 이번 공장 증설은 반도체 위기설이 부각된 시점에 발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세계 경기 침체와 공급망 불안정으로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다. 다만 전문가들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변동 주기가 짧아져 2024년부터는 업황이 서서히 회복되고 2025년에는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업황 반등이 가능하다고 보고, 이에 맞춰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늘리기 위해 M15X 건설을 계획했다. M15X가 다가올 호황기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간 하이닉스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미리 팹 스페이스(공간)를 확보하는 것을 중요 과제로 삼아왔다. 반도체 업계 투자 축소 분위기가 지속되던 2012년 SK하이닉스는 적자 상태에서도 전년보다 10% 이상 투자를 늘렸고, 그해 연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시장 상황이 불투명했던 2015년에도 이천 M14를 건설, 2017년부터 2년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10년을 돌이켜 보면, 위기 속에서도 미래를 내다본 과감한 투자가 있었기에 SK하이닉스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이제는 다가올 10년을 대비해야 하며, M15X 착공은 미래 성장기반을 확보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