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는 SK텔레콤이 반려동물 시장에 진출한다. AI로 반려동물의 엑스레이 사진을 분석해 수의사의 진단을 돕는 서비스를 선보이면서다. 국내에서 엑스레이 기반 동물의료영상 검출 보조 소프트웨어가 출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텔레콤이 선보이는 서비스에는 회사가 그동안 축적한 AI 기술이 모두 담겨있다. 회사는 딥러닝 강화를 통해 질환탐지율을 높이는 한편 글로벌 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엑스레이 올리면 30초만에 질병 진단
SK텔레콤은 AI 기반 수의(동물)영상진단 보조서비스 '엑스칼리버'를 출시한다고 25일 밝혔다.
엑스칼리버는 반려견의 엑스레이 사진을 클라우드에 올리면 AI가 약 30초 내(인터넷속도 100Mbps 기준)에 비정상 소견 여부 등 분석결과를 수의사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다. 별도 프로그램 설치가 필요 없는 웹기반 서비스로 PC, 휴대폰, 태블릿 등 다양한 기기에서 접속할 수 있다. 일정 수준의 구독료를 내면 횟수에 상관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사료나 의약품, 소모품 등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수의 시장도 성장하고는 있지만 디지털 전환은 비교적 더딘 편이다. 특히 영상진단은 전문 수의사가 수백명에 불과해 진단 보조 솔루션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엑스칼리버는 반려견의 근골격계 질환 7종과 흉부 질환 10종 등을 진단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수의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VHS(심장크기측정) 등 기능도 지원한다. SK텔레콤은 하반기 반려견 진단 범위를 복부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더 나아가 내년에는 반려묘의 흉부와 복부 진단도 서비스할 계획이다.
AI와 영상전공 수의사들의 판독 결과를 비교해보면, 양측의 의견이 합치하는 비율은 84~97%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는 근골격계 질환 86%, 흉부 질환 84%, VHS 정확도 97%로 진단 보조 솔루션으로 유효성을 입증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엑스칼리버는 이달 중순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국내 최초로 엑스레이 기반 동물의료영상 검출 보조 소프트웨어 허가를 획득했다. 이로써 'AI의 동물 진단 보조시대'를 열게 됐다.
R&D 노하우 담은 '엑스칼리버'…해외 진출 염두
SK텔레콤은 AI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관련 기술을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보안, 미디어, 커머스, 모빌리티 등에 이어 이번에는 반려동물 수의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엑스칼리버에는 데이터셋(주제별 데이터 집합) 개발부터 AI 모델 개발, 서비스 적용까지 SK텔레콤이 그동안 쌓은 연구·개발(R&D) 노하우가 모두 담겼다.
SK텔레콤은 전국의 5개 국립대 수의대학(강원대·경북대·경상국립대·전북대·충남대)와 협력해 양질의 데이터셋을 개발했다. 동물 의료 데이터는 사람의 의료 데이터보다 부족한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데이터 증강 기술을 사용했다. 특히 임상 데이터 사진의 명암과 각도에도 변화를 줘 다양한 환경을 고려한 데이터를 만들었다.
AI 모델링 단계에서는 레이블링 자동화 기술과 AI 모델 경량화 기술 두가지를 활용했다.
AI 모델을 개발할 때는 데이터를 선별하고 유형별로 분류해 AI 학습을 위한 최적의 형태로 데이터를 가공하는 레이블링 과정이 필요하다. SK텔레콤은 액티브 러닝(능동학습)으로 데이터 학습 프로세스를 자동화해 고성능의 수의 진단 AI 모델과 고품질의 학습용 AI 데이터셋을 개발했다. 또 AI 모델 경량화를 통해 사용자가 서비스를 빠르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SK텔레콤은 올 하반기 엑스칼리버 AI 개발에 제주대 수의대를 추가 참여시키는 등 빅데이터의 규모와 AI 정확도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해외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SK텔레콤 하민용 최고사업개발책임자(CDO)는 "해외의 경우 미국, 일본, 호주 등 반려동물이 많고 지출 파워가 큰 나라를 중심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에 안착하는 것을 1차 목표로 하고, 그게 잘 되면 협력 병원·대학들과 해외 진출이나 추가적인 서비스 영역에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