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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 실적보니…불황엔 '윤활유'가 효자

  • 2022.11.07(월) 17:33

윤활유, 다른 사업 부문에 비해 시황에 덜 영향
경유 우선 생산집중 현상에…생산 줄자 가격상승까지

국내 주요 정유사들의 지난 3분기 실적은 '정유 부진 속 윤활유의 활약'으로 요약된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정제 마진 하락으로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이 전분기대비 급감했지만 윤활유 사업만은 나 홀로 실적이 개선되면서다.  

정유사들에게 윤활유 사업은 비주류 사업에 속한다. 하지만 지난 3분기 경기 둔화로 주력 사업이 흔들리자 윤활유가 정유사의 실적을 책임지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경기둔화에 실적 급감

/그래픽=비즈니스워치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 3사의 지난 3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1조9178억원으로 전분기대비 64.6% 급감했다. 오는 9일 실적을 공개하는 GS칼텍스의 영업이익도 전분기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급감의 직접적 원인은 정유사들의 핵심축 정유 사업 부문이 부진했던 탓이다. 정유사들의 사업 부문은 크게 정유, 석유 화학, 윤활유 등으로 나뉜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 3분기 정유 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3165억원으로 전분기대비 83.5% 감소했다. 현대오일뱅크(3980억원)와 에쓰오일(788억원)의 정유부문 영업이익은 전분기대비 각각 64.7%, 94.9%씩 급감했다. 

지난 3분기 글로벌 경기 둔화로 정유 제품의 수요가 감소하자 수익성 역시 급격히 악화했다. 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유·운반비 등을 뺀 정제 마진은 지난 3분기 7.1달러를 기록했다. 업계에선 보통 배럴당 4~5달러 내외를 손익분기점(BEP)으로 보고 있다. 정유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지난 2분기 정제 마진은 배럴당 21.4달러였다. 한 분기 만에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분기 정제마진이 최고점을 찍었기 때문에 3분기부터는 어느 정도 조정 단계에 진입할 거라고 예상했다"며 "하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가 더 빨리 감소했던 탓에 예상보다 정제마진도 더 빠르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난 10월도 정제마진이 2~3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는 만큼 당분간 정유 사업 부문에서 실적 둔화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지난 3분기엔 윤활유 사업의 활약이 도드라졌다. 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한 정유사 중 에쓰오일이 지난 3분기 윤활유 부문에서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에쓰오일의 지난 3분기 윤활유 부문 영업이익은 3767억원으로 전분기대비 45.5% 증가했다. 지난 2분기 18%에 불과했던 영업이익 비중은 3분기 73.6%까지 치솟았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분기 윤활유 사업 부문에서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 회사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3360억원으로 전분기대비 31.7% 증가했다. 현대오일뱅크도 같은 기간 윤활유 사업부문에서 50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분기대비 71.4% 증가했다.  

윤활유, 불황 때 효자인 이유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정유사들은 휘발유, 경유 등에서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인 잔사유를 재처리해 윤활기유(윤활유 원료)를 생산한다. 윤활기유에 각종 첨가제를 더하면 윤활유가 된다. 이렇게 제조된 윤활유는 마찰 완화, 과열 방지, 연비 개선 등 각종 설비와 자동차의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윤활유는 점도, 황 함유량 등에 따라 크게 3종류(세부적으론 5종류)로 나뉜다"며 "국내 주요 정유사들의 경우는 고품질, 고부가 윤활유인 그룹 II~III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활유 사업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적 수요다. 정유 사업과 달리 윤활유는 글로벌 경기 상황과 상관없이 수요가 비교적 안정적이란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정유사가 어려웠을 때도 윤활유 사업 부문은 (다른 사업 부문에 비해) 비교적 실적이 나쁘지 않았다"며 "윤활유의 매출 비중이 높지 않아 비주류 사업으로 분류되곤 하지만 수요가 탄탄한 덕에 불황 땐 버팀목 역할을 해준다"고 말했다.

지난 3분기엔 국제 유가가 하락세임에도 윤활유 가격은 되려 뛰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윤활기유 수출 단가는 톤(t)당 1377달러로 전분기대비 10% 상승했다. 정유사들이 지난 1~2분기 경유 생산에 집중한 탓에 윤활유 부문에서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1~2분기 (정유사들의) 경유 우선 생산에 따른 기유 공급 감소 현상으로 윤활기유 마진이 상승했다"며 "수요는 안정적인 상황에서 공급은 감소하니 시장 원리에 따라 가격이 뛴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오는 4분기도 윤활유 사업에서 견조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등유와 경유 제품 마진 강세와 이에 따른 윤활유 관련 사업 부문의 실적이 예상보다 견조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경유 공급 부족 현상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며 연쇄 작용으로 윤활기유 사업도 호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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