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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당뇨 치료제가 주목받는 까닭

  • 2022.12.13(화) 10:23

FDA, 경구용 고양이 당뇨 치료제 첫 허가
펫의약품 급팽창…2026년 시장규모 80조 넘어
국내도 동물 항암제·치매 치료제 개발 활발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먹는(경구용) 고양이 당뇨 치료제를 승인했다. 경구용 동물 당뇨 치료제가 승인된 첫 사례다. 이번 FDA 승인으로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동물 의약품 시장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고령 반려동물 수가 급증하는 데다 동물 의약품은 상대적으로 개발 비용·시간이 적게 드는 '알짜' 사업이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도 관련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아직 전 세계 동물 의약품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개발 성공 시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동물 의약품 뜬다…고양이 당뇨 치료제 탄생

1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FDA는 지난 8일(현지시간) 경구용 고양이 당뇨 치료제 '벡사캣'을 승인했다. 벡사캣은 인슐린 치료를 받은 적 없는 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당뇨 치료제다. 하루에 15mg짜리 알약 한 알을 먹이는 방식이다. 벡사캣을 개발한 엘랑코 측은 "임상3상(피보탈 임상) 결과 벡사캣 투여 후 56일 내 83%의 고양이에서 혈당 조절 개선 등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면서 "내년 1분기부터 미국 수의사의 처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엘랑코는 1953년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사업부로 출범해 2019년 계열분리를 마치고 독립한 동물 의약품 개발 기업이다.

벡사캣은 신장에서 포도당 재흡수에 관여하는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SGLT-2)를 억제, 소변으로 포도당이 배출되도록 해 혈당을 낮추는 약물이다. SGLT-2 억제제 계열 치료제는 이미 사람의 당뇨 치료엔 널리 사용 중이지만 동물에게 투여하도록 승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당뇨에 걸린 고양이도 평생 관리를 받아야 하는데, 고양이의 경우 지금까지 인슐린 투여와 식이 조절을 병행하는 치료만 받을 수 있었다. 벡사캣 허가로 고양이도 경구용 당뇨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당뇨 진단을 받은 고양이는 60만마리로 추산된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업계에선 이번 허가와 함께 동물 의약품 시장이 더욱 빠르게 팽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는 분위기에 따라 동물 건강에 대한 관심과 지출은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무엇보다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질병에 걸리는 개체 수가 늘고 있다. KB금융그룹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반려견 양육 가구 중 노령견의 비율은 19%에 달한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마켓앤리서치는 전 세계 동물 의약품 시장이 2021년 480억달러(약 57조원)에서 2026년 685억달러(약 81조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동물 의약품 사업의 높은 가성비 역시 기업들의 시장 진출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동물 의약품은 인체 의약품보다 개발 비용이 적게 들고 제품 허가에 드는 기간도 짧다. 동물 의약품의 평균 개발 비용은 1억달러(약 1000억원) 미만으로 인체 의약품의 10% 수준이다. 제품 허가에 걸리는 기간도 3~7년이다. 제품의 평균 수명 주기도 길다. 의약품 특허 만료 이후 경쟁 상대인 제네릭(복제약) 출시가 많지 않아서다. 업계 관계자는 "동물 의약품은 인체 의약품을 만들 때 구축한 인프라와 기술을 활용해 개발할 수 있고 보건당국의 허가 절차도 덜 까다롭다"고 했다.

국내 기업도 진출…"경쟁력 충분"

국내 기업들도 동물 의약품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특히 개발 중인 인체 의약품을 동물 의약품으로 개발하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대웅제약은 자체 개발 당뇨 치료제 'DWP16001'을 동물 대상 치료제로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벡사캣과 같은 SGLT-2 억제제 계열 경구용 치료제로 두 차례의 연구자 임상에서 안전성과 혈당 조절 효과를 확인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앞서 DWP16001은 지난달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품목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대웅제약은 자회사 대웅펫을 앞세워 동물 헬스케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HLB생명과학은 최근 유선암을 앓는 반려견을 대상으로 표적 항암제 '리보세라닙'의 허가용 임상에 돌입했다. HLB의 그룹사이자 비임상시험 수탁 기업(CRO) 노터스와 함께 전국 동물병원 10곳에서 임상을 진행한다. 이르면 내년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유선암은 반려견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전 세계적으로 치료제가 없는 난치성 암"이라며 "쥐, 비글견 비임상 연구를 통해 뚜렷한 항암 효과와 높은 안전성을 확인해 이번 임상에 대한 기대가 높다"고 설명했다. 리보세라닙은 HLB가 간암, 선낭암, 위암 등을 적응증으로 개발 중인 표적 항암제 후보물질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이미 동물 의약품 판매에 나선 기업도 있다. 신약개발 기업 지엔티파마는 지난해 국내 최초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CDS) 신약 '제다큐어'를 내놨다. CDS는 알츠하이머 치매와 유사한 질환으로 일명 '개 치매'라고 불린다. 제다큐어는 세계 두 번째로 개발한 반려견 치매치료제다. 유한양행이 제다큐어의 국내 독점판매권을 갖고 국내 유통과 판매를 맡고 있다.

동국제약도 같은 해 국내 최초 반려견 전용 치주 질환 치료제 '캐니돌 정'을 출시했다. 캐니돌 정은 동물의 치아지지조직 질환과 치은염에 효과가 있는 치료제다. 동국제약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동물용 의약품 제조, 수입 및 판매업'을 신규 사업으로 추가하고 동물 의약품 시장 본격 진출을 선언한 바 있다.

업계에선 세계 동물 의약품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한다. 그동안 동물 의약품 분야는 경증 질환이나 단순 위생 관리 등에 국한됐다. 항암제, 치매 등 의약품의 경우 세계적인 동물 의약품 기업으로 꼽히는 조에티스나 베링거인겔하임조차 아직 진출하지 않은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전 세계 동물 의약품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국내 기업도 개발에 성공한다면 관련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큰 비용을 지출해서라도 반려동물의 병을 치료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면서 "동물 의약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치료제 연구개발도 더욱 다양해지고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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