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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아재속옷' BYC, 반려동물시장 '핫템' 된 사연

  • 2022.11.21(월) 06:50

기능성 내의 노하우 반려견 의류에 담아
빨간내복·흰런닝 등 레트로 요소 더해
향후 반려견 잠옷 등으로 확대할 예정

BYC가 선보인 반려견용 겨울 의류/사진제공=BYC

BYC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30대라면 하얀 순면으로 만든 '난닝구' 파는 곳이라고 기억할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4050 이상이라면 취업 후 첫 월급을 타면 부모님께 선물하는 '빨간 내복'을 파는 브랜드라는 생각이 먼저 들 수도 있습니다. 이래저래 '올드'한 이미지가 자리잡은 기업이었죠. 

'기업이었다'고 과거형을 쓴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의 BYC는 더이상 '아재 속옷'만 만드는 기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2020년부터 진행 중인 '아린 속옷' 마케팅이 대표적입니다. 인기 걸그룹 오마이걸의 멤버 아린을 기용해 속옷 업계에선 드물게 '속옷 안 입은 광고'를 시도했습니다.

걸그룹 멤버이며 귀여운 이미지를 갖고 있는 아린의 캐릭터를 활용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여성 속옷 광고를 만든 거죠. 이 아린 속옷 광고가 '대박'을 치자 BYC는 이후 잠옷, 기능성 웨어 등을 연이어 아린과 함꼐 선보이게 됩니다. 아린은 최근에도 2022 F/W 화보를 찍으며 BYC의 얼굴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아린의 BYC 속옷 화보/사진제공=BYC

지난해엔 CU와 손잡고 '맥주'도 내놨습니다. CU가 대한제분의 캐릭터를 이용해 만든 '곰표' 밀맥주가 대성공을 거두고 2탄으로 말표 흑맥주를 내놓은 후 3탄으로 BYC와 '백양 비엔나 라거'를 선보인 겁니다. 이른바 '곰양말' 맥주입니다. BYC가 50년대부터 사용했던 '백양' 브랜드를 흰 양 캐릭터로 형상화했죠. 

착실히 젊은 브랜드로 이미지를 바꿔 가던 BYC는 올해엔 반려동물 시장에 발을 내디딥니다. BYC 하면 떠오르는 흰 런닝을 모티브로 삼은 쿨런닝을 선보인 거죠. '아재'의 상징인 축 처진 흰 런닝을 입은 반려견의 모습에 사람들은 환호했습니다. '개리야스'라는 별명도 생겼죠. 출시 1주일도 되지 않아 전 제품이 완판됐습니다. 최근엔 겨울을 맞아 '빨간 내복' 콘셉트의 겨울용 내의도 선보였습니다. 예전 그 감성을 그대로 살리기 위한 '촌스러운 레이스'까지 구현했죠. 

사실 이런 내복 스타일의 반려견 의류가 처음 나온 건 아닙니다. 이미 시장에는 '개트텍(개+히트텍)', '개리야스(개+메리야스)' 등으로 이름붙인 기능성 의류가 많이 있습니다. 그럴만도 한 게,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이미 6조원대로 추정됩니다. 구찌, 루이비통, 샤넬 등 명품 브랜드들도 반려견용 의류를 내놓고 있으니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옷을 입혀야 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개는 사람보다 체온이 1~2도 높고 몸에 땀구멍이 없어 여름철 체온 유지가 어렵습니다. 덩치가 작은 소형견, 털이 짧은 단모종은 겨울 추위에 약한 편입니다. '기능성'을 강조한 반려동물 의류가 늘어나고 있는 까닭입니다.

BYC의 반려견용 겨울 내복(왼쪽)과 여름 쿨 런닝(오른쪽)/사진제공=BYC

하지만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에게 국내 반려동물 의류 시장은 아쉬운 점이 많았죠. 반려동물 의류 시장은 대형 의류 브랜드들이 거의 진출하지 않은 시장입니다. 중국산 저가 제품을 대량으로 매입해 판매하는 판매자도 많습니다. 특히 반려견은 옷을 매일 갈아입는 게 아닌, 며칠씩 같은 옷을 입고 지내는 경우가 많죠. 피부에 직접 닿는 옷인 만큼 원단이나 기능성 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라면 출처 불명의 의류를 100% 믿고 구매하기 꺼릴 수 있습니다. 

그런 소비자들에게 속옷을 수십년 간 만들어 온 BYC가 만든 반려견 의류는 매력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BYC에 따르면 지난 여름 선보인 보디드라이와 이번에 출시한 겨울용 내복 에어메리, 보디히트는 모두 사람용 속옷을 만드는 원단을 그대로 사용한 제품이라고 합니다. 

최근 트렌드인 '레트로'에 기능성까지 더해지니 인기가 없을 리 없겠죠. 이번 겨울용 의류 역시 출시되자마자 제품을 구하기 힘들 정도로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31일 시작한 사전예약은 3일 만에 전량 품절됐고 11월 9일 정식 출시 후에도 순식간에 재고가 바닥났습니다. 특히 '빨간 내복' 콘셉트의 에어메리 제품이 가장 먼저 소진되며 '레트로'의 인기를 실감케 했죠. 지난 18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케이펫페어에서도 오전 중 준비된 빨간 내복 수량이 완판됐죠.  

18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케이펫페어 일산에서 반려견용 속옷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사진제공=BYC

BYC 측도 '개리야스'의 인기에 무척 고무된 모습입니다. 당초 스팟성 기획으로 제품을 준비했었고, 준비 중에도 이렇게 인기가 있을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냥 한 번 해봤는데, 이게 되네?'같은 느낌이었던 거죠. 하지만 여름용 보디드라이에 이어 겨울용 에어메리까지 2연타석 홈런을 치면서 BYC도 자신감이 붙은 듯합니다. 

BYC 관계자는 최근 반려견용 내의의 인기에 대해 "다양한 층의 반려인들이 오랜 시간 지녀온 BYC의 품질과 헤리티지를 재미있고 편안하게 받아들여 주는 것 같아 감사하다"며 "항후 반려견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반려견용 잠옷 등 관련 제품들을 확장해 나가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음 순서는 아마 '강아지 잠옷'이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이렇게 BYC는 '아재 속옷'만 만들던 기업에서 '핫'한 기업으로 이미지를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아린 속옷, 개리야스 등으로 뚝심있게 10~30대를 겨냥한 마케팅이 열매를 맺고 있는 거죠. 물론 그 바탕에는 BYC의 역사가 있습니다. 수십 년간 내의를 만들어 온 노하우, 국내 최초로 발열 내의를 선보인 기술력, 속옷 하면 연상되는 BYC의 브랜드 파워가 '재미있는 마케팅'의 뒤를 든든히 지킨 거죠. 평소에 일을 열심히 해 놔야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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