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유업계의 신대륙
국내 반려동물 현황을 표현할 때 흔히들 '1000만 반려동물 시장'이라고들 하죠. 길고양이 등을 제외하고 사람이 기르고 있는 반려동물이 1000만 마리라는 겁니다. 실제 여러 통계나 조사에서는 이보다 조금 적은 600만~800만 마리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건지 감이 잘 안 오시죠.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기준 우리나라의 아동(만 10세 미만) 인구가 343만명입니다. 우리나라엔 '아동'보다 반려동물이 배 이상 많다는 뜻입니다.
그러다보니 아동 인구를 타깃으로 하던 식품 기업들도 잇따라 '펫 푸드' 시장을 노리고 전문 브랜드를 내놓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사료, 간식 등 먹거리도 고급화하고 객단가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원재료로 만드는 '휴먼 그레이드'라는 말이 익숙해진 것도 최근 들어서입니다.
그 중에도 눈에 띄는 시장이 '펫 밀크' 시장입니다. 어린아이가 줄고 우유를 강제로 마시게 하는 문화가 사라지며 유업계는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최근 중장년층을 겨냥한 단백질 제품이 늘어나는 것 역시 신시장 개척을 위한 움직임입니다. 시장이 커져가는 펫 밀크 역시 유업계의 '신대륙'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람 먹는 우유보다 비싸?
그런데 이 '펫밀크'를 사다 보면 일반 우유보다 가격이 훨씬 비쌉니다. 아무 생각 없이 몇 개 집어들었다가 계산대에서 깜짝 놀라기 일쑤입니다. 브랜드 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국산 브랜드 150~180㎖ 한 팩이 2000원 안팎이니, 일반 우유 1리터와 비슷한 셈입니다. 수입 제품의 경우 비슷한 용량에 3000원을 훌쩍 넘기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펫밀크는 반려동물이 부담없이 마실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특징으로 삼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이 일반 우유를 마실 경우 설사를 하거나 복통을 호소할 수 있는데, 펫밀크의 경우 마음껏 마실 수 있다는 겁니다. 반려동물은 위장이 사람보다 약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펫밀크는 락토프리 우유입니다. 펫밀크 제조사들도 펫밀크가 비싼 이유로 '제조공정 차이'를 꼽습니다.
그런데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보신 얘기죠. 바로 '락토프리' 우유라는 이야기입니다. 일부 사람에게 복통을 유발하는 '락타아제' 성분을 뺀 우유죠. 매일유업의 '소화가잘되는우유'가 대표적입니다. 편의점 기준으로 일반 흰우유가 200㎖에 1100원, 소잘우유는 190㎖에 1100원이니, 5% 정도 비싸지만 펫밀크에 비하면 '반값우유' 수준입니다.
'반려동물을 위한 다양한 성분' 이야기도 빼놓지 않습니다. 단백질이나 유산균 등 반려동물에 좋은 성분을 넣었다는 거죠. 대부분 원유보다 단가가 높은 원재료입니다. 예를 들어 hy는 자체개발한 유산균을 넣은 펫밀크 '프로젝트 왈'을 내놨고 대상펫라이프의 닥터뉴토는 단백질과 BCAA를 넣은 펫밀크를 출시하기도 했죠.
또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바로 제조공정과 설비입니다. 펫밀크 수요는 아직 전체 반려동물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우유보다 생산량이 적죠. 그만큼 단위 원재료당 원가가 높습니다. 사람이 마실 '락토프리' 우유를 생산하는 시설에서 포장만 따로 하면 좋을 텐데요. 법적인 문제로 식품용 제조시설과 반려동물 사료용 제조시설은 따로 운용해야 합니다. 이 역시 '비용'이죠.
펫밀크, 돈값 하나요
요약해 보면, 펫밀크가 일반 우유보다 비싼 이유는 락토프리라는 점, 생산량과 생산라인의 문제, 일부 고급 제품들의 '영양 특화'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정리해 보면 우리가 펫밀크를 사야 할 때를 어느 정도 특정할 수 있겠죠.
우선 생산라인이나 생산량에 따른 가격 책정은 소비자가 고려할 문제는 아니죠. 락토프리라는 점만 고려한다면, 그냥 일반 락토프리 우유를 구매하는 게 훨씬 저렴합니다. 애초에, 펫밀크에 사용하는 원유도 똑같은 우유입니다. '사람용' 락토프리 우유를 마셔도 반려동물에게 탈이 날 일은 없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다른 영양제를 먹이고 있지 않은 경우 영양을 강화한 펫밀크가 도움이 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소위 '안 먹이는 것보단 낫다'는 거죠. 다만 수의사들 중에는 이런 추가 영양 성분이 실제 반려동물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미 사료와 간식으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영양 과다를 걱정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물론 내가 키우는 반려동물에게 더 좋은 것, 더 맛있는 것을 먹이려는 건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막연히 '펫 전용 제품이니까 더 좋겠지'하는 마음으로 차이가 없는데 더 비싼 제품을 구매할 필요는 없겠죠. 어디에서나 통하는 말이지만, 펫 시장에서도 '현명한 소비'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