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모리가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은 반려동물용 식품(펫푸드)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진 반려동물 시장에서 좀처럼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뒤늦게 사업 진출에 나선 토니모리가 안정적인 안착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펫푸드 만만찮네
토니모리는 지난 2021년 펫푸드 생산업체인 '오션'의 지분 67.03%를 88억원에 취득하며 반려동물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H&B(헬스앤뷰티) 스토어의 성장으로 로드숍의 입지가 줄어든 데다 코로나19에 따라 비대면 채널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된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본업의 부진을 타개할 승부수로 꺼내든 카드다.
토니모리는 사업 진출 이후 주요 상품 라인인 '캣찹', '바이독 건강동결', '마시꾸냥'을 통해 동결건조와 건조, 멸균제품 등 다양한 반려동물 간식을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다만 시장 안착은 쉽지 않았다. 기존 펫푸드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수입 브랜드는 물론 동원F&B와 하림 등 국내 식품기업들까지 앞다퉈 시장에 진출해 있었기 때문이다.
사업 진출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수익성 개선을 풀지 못한 숙제로 남기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누적된 손실로 쌓인 결손금이 자본을 갉아먹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9월 말 오션의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1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순손실은 2021년 15억원에서 이듬해 23억원으로 66.7% 늘었다. 이후 지난해 말 17억원, 올해 3분기 2억원 등으로 순손실 폭을 줄였지만 적자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일은 벌여 놨는데
실적은 부진하지만 토니모리가 쉽사리 펫푸드 사업에서 손을 떼진 못할 전망이다. 시장 성장성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총 674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8.2%에 달한다.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22년 8조원에서 2032년 20조원으로 2.5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니모리는 향후 약 10억원을 투자해 오션의 신규 설비를 구축하겠단 계획도 세웠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수준의 식재료로 만든 펫푸드를 원하는 펫펨족들의 니즈를 고려한 '휴먼 그레이드' 원료를 사용한 레토르트 제품에 힘을 쏟는다. 이를 통해 운영 유연성과 생산 능력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토니모리 측은 "펫에 들어가는 지출 항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푸드는 필수재 성격을 갖고 있다"며 "가계 사정이 어려워지더라도 가족으로 생각하는 반려동물의 식사량을 줄이거나 값싼 사료로 바꾸는 경우는 드물어 경기변동에 비탄력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우려 섞인 시선은 존재한다. 사람 먹거리에 집중해왔던 식품기업들과 달리 뷰티 업체인 토니모리가 펫푸드 사업에서 뚜렷한 차별성을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 일례로 hy는 오랜 기간 쌓아온 프로바이오틱스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산균을 더한 간식과 영양제를 선보이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일각에선 토니모리가 펫푸드 사업 매각 수순을 밟을 것으로 관측한다. 수년째 이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을 접고 부활 조짐을 보이는 화장품에 재투자해 중장기적 성장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토니모리의 주력 부문인 화장품 사업은 반등하고 있는 추세다. 올 1~3분기 누적 매출은 1386억원으로 전년 동기(1081억원)보다 28.2% 증가했다. 최근 토니모리가 인수 4년 8개월 만에 바이오벤처 기업 '에이투젠'을 정리한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에이투젠은 2018년 1월 토니모리에 편입된 이후 2019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순손실을 냈다. 완전자본잠식에서 벗어나지도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휴먼 그레이드가 펫푸드 시장에서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는 건 맞지만 식품업체들이 출시하는 것과 비교하면 다소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라며 "핵심 타깃층이 화장품과 같다는 이유만으로 펫푸드와 시너지를 창출해 내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