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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스 크로스오버'에 담긴 한국GM의 절실함

  • 2023.03.25(토) 08:00

[워치인더스토리]
'트랙스 크로스오버' 판매에 사활 걸어
가격 등 호평…치열한 경쟁 이겨낼지 관건

/그래픽=비즈워치

워치인더스토리는 매주 토요일, 한 주간 있었던 기업들의 주요 이슈를 깊고, 쉽고, 재미있게 파헤쳐 보는 코너입니다. 인더스트리(산업)에 스토리(이야기)를 입혀 해당 이슈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과 기업들의 속내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내수 부진' 한국GM

8년 연속 적자에 시달리는 한국GM이 회심의 카드를 꺼냈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과거 대우자동차 시절 현대차와 기아를 위협했던 한국GM의 위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크게 떨어진 상태입니다. GM으로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많은 부침을 겪은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국내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했던 것이 내수 판매 부진의 원인입니다.

한국GM도 그동안 여러 신차들을 선보이며 내수 시장 회복에 전력투구 해왔습니다. 하지만 GM이 추구하는 '글로벌 스탠다드' 형식에 갇혀 시장 상황에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그사이 현대차와 기아는 무서운 속도로 점유율을 높였고 한국GM과의 격차를 갈수록 더 벌렸습니다. 글로벌 스탠다드가 중요하다지만 국내 소비자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겠죠.

/그래픽=비즈워치

실제로 한국GM의 지난해 내수 판매량은 전년 대비 13.9% 감소한 5만2621대에 그쳤습니다. 16년 전 당시 GM대우의 내수 판매 목표가 10만대였습니다. 여전히 10만대 벽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내수 판매 대수가 감소 추세에 있습니다.

한국GM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파워 트레인은 좋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옵션 등이 부족하다는 평가입니다. 또 GM이 한국GM을 글로벌 GM의 생산 기지 중 하나로 인식하면서 내수 시장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런 평가들은 오랜 기간 쌓여 고착화됐고, 이것이 한국GM의 내수 판매 부진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계속됐습니다.

'회심의 카드'를 뽑아 들다

한국GM도 늘 발목잡고 있는 내수 판매 부진이 신경 쓰였을 겁니다. 수출로 버티고 있지만 내수 판매가 받쳐주지 않으면 수출만으로 실적을 내기엔 부족하니까요. GM 본사에서도 한국GM의 실적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만큼 더욱 내수 판매 회복에 공을 들여야 합니다. 이미 내수 판매 실적은 밀릴 대로 밀린 상태라 지금보다 더 판매가 줄어든다면 한국GM의 앞날도 장담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였을까요. 한국GM이 이번에 회심의 카드를 뽑았습니다. 최근 발표한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입니다. 이미 국내 출시 전부터 미국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은 모델입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전량 국내에서 생산해 국내 판매는 물론 해외로 수출됩니다. 디자인과 성능,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격까지 종전의 한국GM에서 볼 수 없었던 모델이라는 평가입니다.

메리 바라(Mary Barra) GM 회장의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성공을 기원하는 영상 메시지 화면 / 사진=한국GM

여기에 스토리도 입혔습니다. GM 회장이 직접 등판한 건데요. 메리 바라(Mary Barra) GM 회장은 최근 메시지를 통해 “직접 경험한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운전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차량이었다”며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미국 시장에서 이미 엄청난 수요와 함께 고객들의 뜨거운 반응 이어지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한국GM은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위해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한국GM은 트랙스 크로스오버 생산을 위해 창원공장과 부평공장에 총 1조1000억원을 투자해 설비를 개선했습니다. 또 경차 스파크와 중형 세단 말리부 생산을 중단하고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만 생산하는 것으로 라인업을 단순화했습니다. 그만큼 집중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확 바뀌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기존 한국GM의 모델과는 차별점이 분명했습니다. 우선 디자인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날렵한 디자인과 역동적인 퍼포먼스에 중점을 뒀다는 것이 한국GM의 설명입니다. 더불어 각종 디테일에도 신경을 쓴 흔적이 엿보입니다. 그동안 투박하고 볼륨감만 강조한 전형적인 미국차 이미지에서 탈피했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아울러 기존 트랙스 모델의 단점 중 하나로 꼽혔던 차체 크기도 업그레이드했습니다. 기존 트랙스의 경우 실내 공간이 비좁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전장과 전폭을 기존 트랙스보다 늘리고 대신 전고를 낮춰 스포티한 이미지를 강조했습니다. 특히 휠베이스를 넓게 가져가 기존 대비 여유 있는 실내 공간을 확보했습니다. 대신 트렁크는 좀 작다는 의견입니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RS / 사진=한국GM

여기에 각종 안전장치와 한국GM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았던 이유 중 하나였던 편의 사양들도 대거 보강해 상품성을 높였습니다. 한국GM이 종전과 달리 소비자들의 불만사항과 니즈에 대해 세심히 청취하고 이를 반영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특히 국내 소비자들만을 위해 특화된 옵션을 선보인 점도 눈에 띄는 점 중 하나입니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트랙스 크로스오버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가격입니다. 동종 모델 기준 미국 판매가 보다 약 800만원 저렴합니다. 과거 한국GM의 가격 정책과는 사뭇 다릅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가격은 모델별로 2000만원대 초반에서 2000만원대 후반입니다. 경쟁차종인 현대차 코나 보다는 싸고, 기아 셀토스와는 비슷합니다. 

흑자 전환 이끌까

한국GM은 올해를 흑자 전환 원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8년간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흑자 전환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강합니다. 그 첨병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것이 바로 트랙스 크로스오버입니다. 한국GM이 트랙스 크로스오버에 대해 차량은 물론 생산설비, 가격 전략까지 과거 한국GM과는 다른 모습으로 소비자에게 다가서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분위기는 좋습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에 대한 소비자들 호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인기몰이 중입니다. 로베르토 렘펠 한국GM 사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요구하고 있는 트랙스 크로스오버 공급 물량을 최대한 맞추기 위해 여러모로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면서 "이미 첫 선적분을 미국으로 보냈고, 미국 본사와 현지 딜러에서 계속 추가 차량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한국GM은 지난 2월 트랙스 크로스오버 초도 생산물량 6000대를 북미 시장으로 선적했습니다. 한국GM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2분기까지 창원공장을 풀가동할 예정입니다. 최근에는 트랙스 크로스오버 모델을 콕 찍어 내수 판매 성공 결의대회까지 가졌습니다. 한국GM이 트랙스 크로스오버 성공에 얼마나 사활을 걸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오랜 기간 볼륨 모델이 없었던 한국GM입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이 늪에서 탈출하고 싶은 한국GM의 절실함이 담겨있습니다. 업계에서는 트랙스 크로스오버 판매추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에 대한 인기 지속 여부는 신차효과가 끝나는 향후 3개월 이후에 판단해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한국GM이 과연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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