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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를 바라보는 포스코의 불안한 시선

  • 2023.04.01(토) 10:30

[워치인더스토리]
KT 이어 포스코 CEO 교체설 '솔솔'
보이지 않는 손 여전…비판 목소리

/그래픽=비즈워치

워치인더스토리는 매주 토요일, 한 주간 있었던 기업들의 주요 이슈를 깊고, 쉽고, 재미있게 파헤쳐 보는 코너입니다. 인더스트리(산업)에 스토리(이야기)를 입혀 해당 이슈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과 기업들의 속내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이미 시작됐다

최근 각종 사설 정보지에서 유독 많이 언급되는 기업이 있습니다. 포스코 입니다. 사설 정보의 내용은 비슷합니다.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의 비리라면서 폭로한다는 내용들입니다. 기자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사설 정보지를 접합니다. 얼핏 보면 기사거리가 꽤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 사실무근입니다. 그래서 크게 신뢰하지 않습니다. 

다만 해당 사안에 대한 분위기 정도는 파악할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최근들어 최정우 회장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돌아다니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최 회장의 반대편 세력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방증이지요. 반대 세력이 누구냐고요? 내년 3월 임기 만료인 최 회장의 중도 낙마를 바라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입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반대 세력들은 왜 임기가 1년이나 남은 최 회장의 중도 낙마를 바라는 것일까요.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선 KT의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KT는 최근 내홍을 겪고 있습니다. 구현모 대표의 연임이 무산된데 이어 이사회를 통해 두번째 대표로 낙점됐던 윤경림 후보도 중도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현 정권에서 원하지 않아서 라는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KT 사태의 이면에 정치권 압력이 있었다는 것은 비밀도 아닙니다.

그런 KT와 포스코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과거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된 기업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의 입김이 강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CEO 선임입니다. KT와 포스코 모두 민영화 이후 CEO 교체가 원만하지 않았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KT와 포스코 CEO는 교체 대상이 됐습니다. 이번에도 KT 다음 표적은 포스코라는게 업계의 시각입니다. 최 회장 반대 세력들이 일찌감치 움직이는 이유입니다. 

반복되는 CEO 수난사

현재 포스코 상황을 보면 지난 2009년이 생각납니다. 당시 포스코 내부는 마치 용광로와 같았습니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임기 1년을 남기고 사의를 표명하면서 차기 CEO 선출 과정에 돌입했습니다. 이 회장의 사의 표명은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포스코 물갈이가 시작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소문은 현실이 됐습니다. 포스코에 대한 정권의 압력은 보이지 않게 계속됐다는 게 당시 기업인들의 전언입니다.

당시 상황은 지금과 똑같았습니다. 이구택 회장과 관련된 갖가지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결국 이구택 회장은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사의를 표했고, 이후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과 윤석만 포스코 사장이 차기 CEO 후보로 올랐습니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또다시 정 사장과 윤 사장을 겨냥한 각종 '설(說)'들이 난무했습니다. 결국 정준양 사장이 후임 CEO로 선출됐지만 포스코는 한동안 후폭풍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이런 일은 또 있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번에는 정준양 회장이 타깃이었습니다. 당시 상황은 지금과 똑같았습니다. 정 회장에 대한 안좋은 이야기가 수없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포스코에 대한 세무조사도 진행됐습니다. 전방위로 압박이 들어온 겁니다. 결국 정 회장도 임기를 남겨두고 물러나야 했습니다. 그 후임이었던 권오준 회장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물러났습니다. 

포스코 CEO는 정권이 바뀌면 교체되는 것이 공식화 됐습니다. 시그널도 늘 같습니다. 검찰 또는 국세청 조사로 시작됩니다. 이구택, 정준양, 권오준 회장이 모두 세무조사 이후 중도 하차했습니다. 대통령 해외 순방시 동행경제인 명단에서도 제외됩니다.  

묘한 데자뷰

앞선 회장들의 중도 사퇴를 지켜봐왔던 최 회장도 이런 잔혹사(?)를 잘 알고 있습니다. 안에서 들려오는 본인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도 듣고 있을 겁니다. 최 회장은 그동안 포스코 회장의 공통조건이었던 '서울대·현장출신'이라는 조건에서 벗어난 인물입니다. 취임 당시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만큼 조직 내부에 자신의 '세(勢)'가 취약하다는 의미도 됩니다.

최근 최 회장과 포스코를 둘러싼 분위기도 심상치 않습니다. 국세청은 최근 포스코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최 회장은 자금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 진행 중입니다. 또 최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있었던 경제계 신년 인사회와 해외 순방에도 초청받지 못했습니다. △정권 교체 △검찰·세무조사 △해외순방제외 등 과거의 공식이 다시 가동되고 있다는게 업계의 견해입니다. 묘한 데자뷰입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 사진=포스코홀딩스

이 같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의 임기 완주를 점치는 의견도 있습니다. 포스코가 그동안 현장 전문가를 수장으로 앉혔던 것과 달리, 최 회장은 전형적인 재무통입니다. 최 회장은 본인의 주특기를 살려 포스코의 수익성 개선에 성과를 냈습니다. 신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최근 논란이었던 포스코홀딩스 본사 소재지 이전 문제도 비교적 깔끔하게 처리했다는 평가입니다.

그럼에도 최 회장은 본인을 둘러싼 부정적인 분위기를 해소해야 했을 것이란게 업계의 시각입니다. 그래서 일까요. 최 회장은 임원 인사를 통해 자신의 측근들을 대거 전진 배치했습니다. 안정보다 변화를 택한 겁니다. 최근 주주총회에서는 '지배구조 개선 TF 설치'를 약속했습니다. 여기에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재단에 자발적 기금 40억원을 국내기업 중 가장 처음으로 출연했습니다.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하겠다는 제스처를 보여준 겁니다. 

'잔혹사' 끊어낼까

이사진까지 사퇴한 KT 사태는 이제 '보이지 않는 손'의 뜻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습니다. 내부에서 치열한 경쟁과 검증을 거쳐 후보자를 세워도 줄줄이 낙마했으니 말입니다. 이제 다음 타순은 포스코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미 포스코 CEO 교체를 위한 프로세스가 시작됐다고 보는 의견도 있습니다.

포스코도 내부적으로 이런 시각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또 지난한 과정이 반복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현재로선 임기 완주에 대한 최 회장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다음 데자뷰가 재현될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 사진=포스코홀딩스

매번 반복되는 이 같은 행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정치권력의 입김에 따라 민영화된 사기업 CEO를 좌지우지 하는게 옳지 않다는 비판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KT, 포스코, KT&G에 대한 정권의 시선은 여전히 과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여전히 소유물로 여기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포스코는 'CEO 잔혹사'의 악연에서 벗어날까요.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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