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127년의 역사를 지닌 기업 두산. 두산에게 올해는 남다르다. 채권단 관리체제를 졸업한 지 1주년을 맞았고 주력인 에너지 사업에 탄력이 붙었다. 두산은 올해를 기점으로 주력 사업별 시장 선도에 나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1분기에 전년 수주액 절반 달성
두산의 에너지 사업은 크게 발전과 수소로 나뉜다. 2021년 채권단이 두산 사업을 손보면서 기존의 에너지 사업을 발전 사업과 수소 사업 위주로 재편했다. 에너지 사업에서만큼은 생산부터 유통, 활용까지 전 밸류체인을 두산이 아우르는 게 중장기적 목표다.
발전 사업과 수소 사업은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와 두산퓨얼셀이 각각 이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력발전소, LNG발전, 수소터빈,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에서 사세를 확장 중이다. 수요가 많은 북미나 에너지 개발국을 타깃으로 삼았다.
올해 연초부터 국내·외 수주 실적을 쌓고 있다. 지난해 누계 수주액(7조5842억원)의 절반을 벌써 뛰어넘었다. 이달에만 4조원대의 성과다. 특히 불모지였던 중앙아시아 시장을 진출한 게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달 15일 카자흐스탄에서 1조1500억원 규모의 복합화력발전소 공사 계약을 맺은 지 일주일 만에 우즈베키스탄에서 600억원 규모의 LNG 발전소 기자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9일 한국수력원자력과 2조9000억원 규모의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공급을 계약했다.
북미 시장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SMR 사업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이달 미국에서 가장 큰 SMR 회사인 뉴스케일파워가 추진하는 미국 첫 SMR 프로젝트에 두산에너빌리티가 함께하게 됐다. 양사는 함께 SMR 소재를 개발해 2029년 준공되는 발전소에 적용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예상 수주분까지 반영하면 두산에너빌리티가 올해 8조8000억원의 수주 성과를 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시장 개척…신사업도 척척
두산퓨얼셀은 호주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 100%로 높일 남호주 주정부와 지난달 손잡으면서 250MW 규모의 수전해 시설과 200MW 규모의 수소발전소, 수소저장시설 구축 준비 단계에 착수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총 111.6MW의 수소연료전지 공급 계약을 맺은 이래 수출로는 최대 실적이다.
수소 충전형 연료전지(트라이젠) 사업도 연내 본격화한다. 트라이젠은 수소, 전기, 열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다. 두산퓨얼셀이 상반기 중 고순도 수소(99.99% 이상)를 생산할 수 있는 수소 충전 설비에 대한 실증을 마무리하면 SK에너지가 상업용 온사이트 수소 충전소(현장에서 생산된 수소로 충전)를 설치할 계획이다.
수소충전소 1개소에서 하루 생산하는 수소는 약 1톤이다. 수소 상용차 200여대 또는 수소 트럭 30여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한국은 4년 연속 전 세계 수소차 판매 1위 자리를 기록, 수소차 확대에 따른 트레이젠 사업 호황이 점쳐지고 있다.
두산퓨얼셀 관계자는 "수소충전형 연료전지는 원활한 수소 공급뿐만 아니라 분산형 전원으로도 활용 가능하다"면서 "이번 사업을 기반으로 트라이젠 제품을 확대 보급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새로운 수익사업으로 정착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올해 연간 매출은 15조7910억원, 영업이익은 1조1333억원으로 점쳐진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두산퓨얼셀도 연 매출 5651억원, 영업이익 430억원의 호실적이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