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미래 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자회사 두산로보틱스,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DLS),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
시장에서는 이들 3사의 상장(IPO)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다. 특히 ㈜두산은 연내 두산로보틱스를 상장시키겠다는 목표다. 다른 두 회사도 지속적인 성장세가 유지되면 차례대로 상장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이들 3사의 매출과 이익 추세를 살펴봤다.
이들 중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을 제외하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은 지난해 매출이 크게 증가하며 외형성장에 성공했다. 아쉬운 점은 3사 모두 적자폭이 전년비 커졌다는 것. 지난해 시장 영역을 넓히면서 관련 비용이 증가한 탓이다.
외형은 성장했는데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사업을,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DLS)은 물류 자동화 시스템 사업을,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은 드론 사업을 각각 영위 중이다.
이중 가장 주목 받는 곳이 두산로보틱스다. 지난 2월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이 직접 IPO 계획을 밝히면서 상장 추진에 탄력이 붙었다. 업계에선 올해 하반기 중 코스피에 입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로보틱스의 지난해 매출은 450억원으로 전년대비 21.6% 증가했다. 이 기업은 2018년 99억원, 2019년 173억원, 2020년 202억원, 2021년 36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외형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다만 지난해 적자 폭은 전년대비 커졌다. 두산로보틱스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21억원으로 전년대비 72.8% 증가했다. 지난해 해외로 시장 영역을 넓히면서 관련 비용이 증가했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적자가 이어지면서 결손금도 815억원 쌓였다.
두산로보틱스 관계자는 "지난해는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해외 딜러망을 구축하면서 사업 영역을 넓히는데 주력했다"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련 비용이 증가했고 영업손실폭이 전년대비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매출 규모가 가장 큰 곳은 DLS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732억원으로 전년대비 18.8% 증가했다. 2019년 설립 후 매년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다이소 양주허브센터 신축 프로젝트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일감도 확보한 상태다. 수주 규모는 750억원에 달한다.
이 회사도 적자의 골은 깊다. DLS는 지난해 101억원의 적자를 기록, 전년비 260% 늘었다. 매출원가 급증이 수익성 개선에 발목을 잡았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원가는 730억원으로 매출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작년 말 결손금은 265억원으로 전년대비 2배 이상 불었다.
DMI는 자회사 3사 중 외형성장이 가장 더디다. 이 기업은 지난해 매출 47억원을 기록, 전년비 38.3% 감소했다. 이 회사는 사업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아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를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전년대비 적자 폭이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DMI의 2021년 영업손실은 158억원에 달했다.
DMI에 정통한 관계자는 "드론 사업은 규제가 워낙 많아 사업 성장성에 발목을 잡았을 것"이라며 "다만 올해 드론 관련 예산이 소방 분야에서 증가함에 따라 내부에선 전년비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DMI는 현재 ㈜두산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자금 수혈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3년(2020~2022년)간 6번의 유상증자를 통해 운영자금을 확보했다. 이 기간 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총 1590억원으로 그중 1300억원이 ㈜두산으로부터 받은 자금이다. 지난해 증권사, 사모펀드 등도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두산의 지분율은 86.12%(이전 100%)로 낮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외부 투자자로부터 투자 받은 것은 어느 정도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면서 "다만 다른 자회사보다 실적 개선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엔 육상 모빌리티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드론 사업이 여러 규제에 발목을 잡히면서 육상 분야에 눈을 돌린 것로 풀이된다.
DMI는 지난 3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전기자동차팀(MIT EVT)과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오토바이 공동 개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 수소오토바이에는 DMI의 수소연료전지 파워팩 모듈 DM14가 탑재된다.
두산로보틱스 상장…다음은 DLS?
업계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최근 유통 주식 수 조정 작업에 돌입한 뒤, 상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증권가에서 추산하는 두산로보틱스의 몸값은 최소 1조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로보틱스의 상장 시점을 올해로 잡은 것은 로보틱스 산업이 워낙 주목을 받으면서 제값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현재 이 사업에 삼성, 현대차그룹이 뛰어든 만큼 관련 사업이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 중"이라고 말했다.
두산로보틱스가 성공적으로 상장할 경우, 다른 자회사들도 차례대로 상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음 타자로는 매년 몸집이 커지고 있는 DLS가 유력하다.
㈜두산이 DLS와 DMI의 상장 시점을 밝힌 것은 아니다. 최근 IPO 시장이 급격히 냉각되면서 ㈜두산 역시 무리하게 속도를 내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두산 관계자는 "아직 나머지 자회사 2곳의 상장 시기를 내부적으로 정하고 있진 않다"며 "다만 ㈜두산이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