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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옅어진 존재감' 대형 증권사, 하반기 IPO시장 판 뒤집을까

  • 2023.05.15(월) 06:11

대어 실종에 KB증권 등 대형사 주관실적 부진
'출격 대기' LG CNS, SK에코플랜트 등에 기대

작년까지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상장 주관에 강한 면모를 보였던 대형 증권사의 존재감이 올 들어 눈에 띄게 약해졌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글로벌 통화긴축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며 시장에서 대어들이 자취를 감춘 탓이다.

다만, 아직 판이 뒤집힐 가능성은 남아있다. 대형사들과 상장 주관계약을 맺고 상장 시기를 조율 중이던 회사들이 대거 IPO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에코프로그룹 계열사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와 LG CNS, SK에코플랜트, CJ 올리브영 등이 하반기 증시 입성을 준비 중이다.

/그래픽=비즈워치

대어 없어지자 주관실적도 초라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코스피, 코스닥시장 IPO 상장 주관 실적(리츠, 스팩 제외)에선 한국투자증권이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올해 상장을 주관한 기업 수는 4곳, 공모총액은 1081억원에 이른다. 미래에셋증권도 마찬가지로 4곳의 상장을 주관했지만 공모액이 767억원으로 2위다.

그러나 두 증권사 외에 대부분 증권사들의 실적은 미미하다. 3위인 삼성증권이 상장 주관한 회사는 2곳으로, 공모액은 561억원 수준이다. 다음으로 한화투자증권은 1곳의 상장을 주관했으며 공모액은 504억원이다. 키움증권은 2곳의 상장을 주관하면서 공모액이 489억원, 대신증권은 1곳의 상장을 주관하면서 391억원의 공모액을 기록 중이다. 전통 주식발행시장(ECM) 명가인 NH투자증권은 1곳의 상장을 주관하고 260억원의 공모액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작년 1위였던 KB증권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KB증권이 주관 계약을 맺은 기업 중에 올해 상장을 마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KB증권은 지난해 공모액만 12조7500억원에 이르는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의 상장을 대표 주관하면서 총 13조4478억원의 공모액을 달성했다. 당시 LG엔솔의 상장을 공동 주관한 모건스탠리(2위)와는 7000억원, 3위인 신한투자증권과는 2배 넘는 격차를 보였다.

내달 초까지 상장이 예정된 기업들의 주관사 목록을 살펴봐도 KB증권의 이름은 빠져있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트루엔(대표 주관 미래에셋증권), 씨유박스(신한투자증권), 기가비스(삼성증권), 나라셀라(신영증권), 진영(하이투자증권), 큐라티스(대신증권·신영증권), 마녀공장(한국투자증권) 등이 공모가를 확정했거나 수요예측 일정이 잡혀있다.

KB증권을 비롯한 대형사들이 올 IPO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통화긴축으로 자금이 메마르면서 이름값이 높은 '대어' 대신 실적이 보장된 '알짜'기업 위주로 시장이 재편된 영향이 크다. 실제로 올해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기업은 1곳에 그치는 반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은 19곳에 달한다.

증권사 IPO 주관실적/그래픽=비즈워치

하반기 대어들 출현 시동에 대형사 수혜 기대

다만, 하반기에는 KB증권, NH투자증권 등 상반기 IPO 시장에서 체면을 구겼던 증권사들이 회복에 시동을 걸 전망이다. 투심 위축으로 증시 입성을 미뤘던 대어들이 상장을 위한 재정비에 돌입하면서다.
 
현재 에코프로 자회사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대표 주관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와 LG CNS(KB증권·뱅크오브아메리카·모건스탠리), SK에코플랜트(NH투자증권·크레디트스위스증권·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 CJ올리브영(미래에셋증권·모건스탠리), 두산로보틱스(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 등이 하반기 상장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8월 거래소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가 '몸값 논란'으로 결국 상장을 미뤘던 컬리 역시 최근 1200억원가량의 자금 조달에 성공하면서 상장을 재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허수성 수요예측 방지책 시행은 투자자들이 다시 IPO 시장으로 관심을 돌리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수요예측 과정에선 기관투자자의 자금납입능력 확인이 의무화된다. 그간 기관들이 더 많은 공모주를 배정받기 위해 납입능력을 초과하는 물량을 신청, 공모가를 과도하게 높인다는 지적을 감안한 것이다.

또 신규 상장종목의 상장 당일 시가 결정방법과 가격제한폭도 변경됐다. 기존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엑시트) 우려로 상장 직후 가격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새내기주들이 적정가를 빠르게 찾게 하기 위해서다. 이밖에 사전수요조사와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장기 보호예수 확약한 기관에 공모주 우선 배정) 도입 등도 논의되고 있다.

한 증권사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지금은 실적이 좋지만 기업가치 1000억원, 공모규모 300억원 이하인 기업들이 주로 IPO 시장에 나오고 있다"면서도 "하반기 상황이 나아진다는 전제 하에 이미 상장 계약을 맺어둔 대어들이 점차 등장하면서 전통적 강자로 꼽히는 대형 증권사 위주로 주관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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