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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삼성전자' 조합 기대되는 이유

  • 2023.06.10(토) 16:00

[워치인더스토리]
삼성전자·현대차, 차량용 반도체 협력
상호 안정적 공급망 확보…윈-윈 전략

/그래픽=비즈워치

워치인더스토리는 매주 토요일, 한 주간 있었던 기업들의 주요 이슈를 깊고, 쉽고, 재미있게 파헤쳐 보는 코너입니다. 인더스트리(산업)에 스토리(이야기)를 입혀 해당 이슈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과 기업들의 속내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1등끼리의 만남

1등끼리 만나면 관심이 가는 법입니다. 경쟁자가 아니라 윈-윈 관계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1등끼리 만나 어떤 시너지를 낼지 궁금해지죠.

최근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현대차와 삼성전자의 협력입니다. 현대차와 삼성전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글로벌시장에서도 인정받는 대표 기업입니다. 협력내용은 이렇습니다. 현대차에 삼성전자의 칩을 심는 겁니다.

현대차와 삼성전자가 손 잡은게 처음은 아닙니다. 2021년 현대차 제네시스 첫 전용 전기차 GV60에 삼성전자 이미지 센서 ‘아이소셀 오토 4AC’가 들어간 카메라 탑재 사례가 있습니다. 다만 본격적인 협력으로 보기엔 부족했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사실 지난 2020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만나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해 차세대 모빌리티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많이 완화됐지만 최근까지도 차량용 반도체 수급 사태로 신차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완성차 업체들은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그럼에도 현대차와 삼성전자의 협력 소식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해왔습니다. 그러다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2021년 아우디와 폭스바겐에 IVI(차량용 인포테인먼트)용 엑시노스 V 시리즈를 납품했습니다. 또 무선통신용 반도체 T시리즈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용 반도체 A 시리즈 등도 선보였습니다.

현대차에 삼성전자 기술이

삼성전자는 오는 2025년부터 현대차에 IVI를 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 '엑시노스'를 공급키로 했습니다. 프리미엄 IVI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 V920'이 그 주인공입니다. IVI는 △차량 상태 및 운행 정보를 알리는 정보 전달 기능 △고사양 영상 △게임 등 오락 기능을 골고루 수행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이는 현대차가 준비하는 차세대 차량에 삼성전자의 기술이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엑시노스 오토 V920'은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여러 소자를 하나의 칩으로 통합한 시스템온칩(SoC) 제품입니다. 기존 제품 대비 CPU 성능은 1.7배, GPU 성능은 2배 향상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에 양질의 시스템 반도체는 필수입니다.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IVI) 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V920’ / 사진=삼성전자

이뿐만이 아닙니다. '엑시노스 오토 V920'은 고성능·저전력 D램(LPDDR5)을 지원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최대 6개의 고화소 디스플레이와 12개의 카메라 센서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습니다. 신경망처리장치(NPU)도 2.7배 강화해 운전자 모니터링 기능과 주변 파악능력 등을 높여 더욱 안전한 주행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현대차그룹은 기아를 통해 PBV사업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기아는 경기도 화성에 PBV만을 생산하는 전용 공장 신설을 추진 중입니다. 약 2만평 규모로 올해 상반기 착공해 오는 2025년 본 가동이 목표입니다. 초기에는 연산 10만대 규모로 운영하다가 향후 최대 15만대까지 증산한다는 목표입니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는 장기적으로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도움될 전망입니다.

현대차그룹이 지향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Software Defined Vehicle)로의 전환을 위해선 차량용 반도체의 안정적인 수급이 필수입니다. 삼성전자로부터 양질의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받는다는 것은 현대차그룹 경쟁력을 높이는데 유리합니다.

윈-윈 전략

현대차와의 협력은 삼성전자에게도 도움 됩니다. 차량용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매출처를 확보해서죠.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각광 받으면서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2년 680억달러에서 2029년 1430억달러까지 늘어날 전망입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현대차와의 협력을 토대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로 공급을 넓힐 수 있습니다. 현대차와 시너지가 날수록 삼성전자의 차량용 반도체 경험치도 쌓이게 될 겁니다. 이는 기술개발 가속화로 이어져 차량용 반도체 업그레이드 기반이 됩니다.

현대차가 2020 CES에서 선보인 PBV 콘셉트 ‘S-Link’ / 사진=현대차그룹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력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만큼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도 머지않아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전망입니다.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자동차에 탑재되는 만큼 생명과 직결되는 기술입니다. 따라서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요구됩니다. 앞서 설명한대로 삼성전자의 차량용 반도체는 아우디와 폭스바겐에 이어 이제 현대차에도 들어갑니다. 앞으로 더 많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공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입니다. 현대차와 삼성전자의 이번 협업이 윈-윈으로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과거와 다른 새로운 전략

완성차 업체와 전자업체 간 협업으로 시너지를 낸 사례는 이미 있습니다. 일본 소니는 혼다와 손잡고 전기차 '아필라'를 선보였습니다. 또 2025년에는 소니의 게임, 영화, 음악, 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카를 양산할 계획입니다. 업계에서는 향후 현대차와 삼성전자의 협업도 비슷한 방향으로 이뤄질 것으로 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정의현 현대차그룹 회장 /그래픽=비즈워치

삼성은 한때 완성차 사업에 뛰어든 적 있습니다. 때문에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 사이 자동차를 두고 묘한 경계의 시선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각자 분야에서 협업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 양질의 제품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방향을 택했습니다. 이런 전략이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겁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 사이 협업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있었고 몇몇 협업 사례도 있었지만 이번 처럼 본격적인 협력이 이뤄진 적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선대 회장 때와 달리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두 그룹 관계가 더욱 긴밀해진 영향도 있어 보인다"면서 "산업적인 측면에서 무척 기대되는 조합"이라고 밝혔습니다. 삼성과 현대차의 협업이 가져올 성과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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