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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조단위 이익 속 채권발행 이유

  • 2023.06.24(토) 16:00

[워치인더스토리]
회사채 5천억 목표에 4.7조원 몰려
글로벌투자 가속…시장시선 긍정적

/그래픽=비즈워치

워치인더스토리는 매주 토요일, 한 주간 있었던 기업들의 주요 이슈를 깊고, 쉽고, 재미있게 파헤쳐 보는 코너입니다. 인더스트리(산업)에 스토리(이야기)를 입혀 해당 이슈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과 기업들의 속내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LG엔솔, 계속 성장 중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함께 주목받는 산업이 있습니다. 바로 배터리 산업입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중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LG에너지솔루션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일찌감치 배터리 산업에 뛰어들어 최근 많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국내 빅3 배터리 업체들 중에서도 가장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의 경쟁력은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미 국내는 물론 유럽과 미국에 독자 혹은 합작으로 배터리 공장을 건설,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북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합작 공장 설립 계획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실적도 좋습니다. 계속 우상향 중입니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43.4% 증가한 25조598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57.9% 늘어난 1조213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올 들어서도 실적은 계속 고공행진 중입니다. 지난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2배가 넘는 8조7470억원, 영업이익도 144.6% 증가한 6332억원이었습니다. 올해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겠다는 포부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여세를 몰아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둔 상태입니다. 글로벌 1위인 중국 CATL을 LG에너지솔루션이 바짝 뒤쫓고 있는 형국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한국과 북미, 유럽에 거점을 두고 있습니다. 북미에서는 CATL과의 경쟁이 치열하겠지만 향후 유럽은 LG에너지솔루션이 CATL을 확실히 넘어설 키(Key)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폭발적인 관심

하지만 이런 성장에는 반드시 '투자'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22년 1월 상장을 통해 10조원을 확보했습니다. 이를 지금까지 성장하는데 투입해왔습니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더 큰 성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투자가 따라야 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회사채 발행에 나선 배경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9일 회사 출범 이후 처음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고 밝혔습니다. 총 5000억원 규모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성장세나 향후 전망 등을 고려하면 큰 금액은 아닙니다. 첫 회사채 발행인만큼 목표치를 보수적으로 잡은 듯합니다. 다만 수요 예측 결과를 받아보고 증액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여지를 남겨뒀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그리고 지난 22일 LG에너지솔루션 회사채 수요 예측이 끝났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당초 목표했던 5000억원의 9배가 넘는 4조7000억원의 자금이 몰렸습니다. 이는 지난 2012년 회사채 수요 예측 제도가 도입된 이후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지난 1월 초 포스코가 35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실시한 수요 예측에서 3조9700억원의 주문을 받았던 종전 최고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이번 회사채 발행은 첫 회사채 발행인 탓에 민간 채권 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인 개별 민평금리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LG에너지솔루션이 속한 신용등급인 ‘AA’급의 평균 민평금리를 조달금리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투자자들이 LG에너지솔루션의 회사채를 같은 신용 등급 기업들의 회사채 평균가격보다 비싸게 사겠다고 나선 겁니다.

모은 실탄 어디에 쓰나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종전의 회사채 발행 목표액인 5000억원을 1조원으로 증액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장의 폭발적인 관심에 내부적으로도 무척 놀랐다는 후문입니다. 이는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전망과 성장성 등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AA급임에도 사실상 AAA급 수준의 발행 금리였다"며 "그만큼 LG엔솔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크다는 증거"라고 말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도 반가운 일입니다. 상장으로 확보했던 10조원의 자금은 이미 소진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새로운 투자 재원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설비 투자에만 총 6조3000억원을 사용했습니다. 올해는 지난해 대비 설비투자 규모를 50% 이상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둔 상태입니다. 실탄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혼다의 북미 합작공장 조감도 /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회사채 발행을 통해 확보한 자금의 90%를 설비투자에 사용키로 한 상태입니다. 나머지 10%는 양극재 등 원재료 구입을 위한 운영 자금으로 사용됩니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이 만일 회사채 발행 규모를 1조원으로 늘려 잡는다면 9000억원이 글로벌 설비 투자에 투입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인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 NextStar Energy에 2025년 3월까지 1조7881억원, 혼다와의 합작법인 Honda-LGES JV(가칭)에 2027년 6월까지 2조4012억원, 현대차그룹과의 합작법인 LGES-HMG Battery JV(가칭)에 2028년 2월까지 1조4657억원의 분할 출자가 예정돼있습니다. 

기대되는 다음 행보

LG에너지솔루션이 본격적으로 투자 자금 확보에 나섰다는 것은 성장에 속도를 붙이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뿐만 아니라 SK온 등 여러 배터리 업체들도 투자금 확보에 전력투구 중입니다. 전기차가 점점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대세로 부상하기 시작하면서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어서입니다.

실제로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용 이차전지 수요는 올해 687GWh에서 오는 2035년 5.3TWh(테라와트시·1TWh는 1000GWh)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금액으로 따지면 전기차용 이차전지 시장 규모는 올해 전망치인 1210억달러보다 5배 많은 6160억달러(815조원)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정부 지원 아래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 사진=CATL 홈페이지 캡처

따라서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는 실탄을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현재 계획된 북미 지역 합작 공장에 대한 투자가 순조롭게 이뤄져야만 배터리 공급 부족 시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향후 시장 확대에도 유리해집니다.

현재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중국 정부를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제칠 가장 확실한 대항마로는 LG에너지솔루션이 꼽힙니다. 다만 확실한 대항마가 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설비 투자를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공급체계 구축이 필수입니다. 시장의 시선은 긍정적입니다. 방향을 잘 잡았다는 이야기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다음 행보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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