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가 올 하반기 실적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전통적 성수기인 3분기에 이익이 늘어도 4분기에 힘이 많이 빠질 것이란 예상이다. 전방산업인 건설과 자동차 시장의 침체가 원인으로 거론된다.
기대할 만한 건 조선용 후판가격 협상이다. 다만 분위기 반전까진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2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연간 건설용 철강 수요가 예상치를 밑돌고 있다. 통상 연간 1000만톤 수준을 유지했으나 올해는 하반기 수요부진으로 960만~970만톤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철강 판매실적은 건설업황 영향을 크게 받는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건설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6.6% 역성장이 예상된다.
철강업계가 올 상반기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도 중국발 경기침체와 함께 국내 건설 경기가 부진했던 영향이 컸다.
주요 철강사들은 올 상반기중 전년 대비 반토막 난 실적 성적표를 받았다. 하반기 들어서도 건설 경기가 부진하자 업계는 '상저하고' 대신 '상저하저' 위기론을 조심스레 거론중이다. 건설사들은 하반기 착공 속도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공사 진행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전방산업이 갈수록 안좋아지고 있다"면서 "3분기보다 4분기가 더 암울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건설용 철강 재고가 쌓일 우려도 내놓고 있다.
그나마 수익을 냈던 자동차용 제품도 하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고부가인 전기차용 제품 타격을 점친다. 최근 '연간 전기차 판매량 증가폭이 줄었다'는 소식들이 나오면서 찬바람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자동차도 부진할 것이란 전문가 분석이 나오면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남은것은 조선용 후판가격 여부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조선용 후판가격 협상에 대해선 분위기가 엇갈린다. 상반기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게 향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최근 조선업황이 절정에 달해있기 때문에 후판가격을 높여 책정할 수 있지만 조선사들은 하반기 가격을 낮춰 평균치를 맞추려 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공존한다.
양측은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조선업계는 철광석, 원료탄 등 핵심 원재료의 가격 하락을 강조하며 후판가 인하를 요구 중이다. 반면 철강업계는 원재료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고 인건비가 오른 점 등을 원가 부담 배경으로 거론하며 반박 중이다.
실제로 철광석 가격은 지난 7월26일 톤당 117.42달러에서 이달 9일 101달러로 떨어졌다가 23일 기준 112.5달러로 올랐다.
철강업계 회복을 위해선 무엇보다 중국경기가 되살아나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철강시장의 바로미터"라면서 "중국 수요가 탄탄해야 철강 가격이 오르고 국내 제품 가격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