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이 증가함에도 불구,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한국 배터리 3사의 시장 점유율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기업들의 점유율이 소폭 상승한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중국의 성장세를 따라가기 벅찬 상황"이라고 평가한다. 일각선 K-배터리 반등을 위해 고객사인 각 전기차 기업의 성장이 필수적인데, 당분간 그러한 이벤트가 전망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나온다.
글로벌 사용량 20% 상승 불구, K배터리 점유율 2.2%p 하락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판매된 글로벌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차·하이브리드차 포함)에 탑재된 배터리 총 사용량은 약 216.2기가와트시(GWh)로, 전년 동기 대비 21.8% 성장했다.
업체별 배터리 사용량 순위 1위는 점유율 37.7%인 중국 CATL가, 2위는 점유율 15.4%로 중국 BYD가 차지했다.
이어 3위엔 LG에너지솔루션이, 4위에 5위엔 삼성SDI와 SK온이 각각 올랐다. 3사 가운데 사용량과 점유율 모두 오른 곳은 삼성SDI가 유일했다. 삼성SDI는 전년 동기 대비 사용량 32.9%, 점유율 0.5%포인트(p) 올랐다. 이에 순위도 6위에서 4위로 두 계단 올라섰다.
삼성SDI 주요 매출처인 스텔란티스의 성장이 이를 견인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앞서 글로벌 자동차시장 전문 조사기관 마크라인즈 통계(중국 전기차 브랜드 제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기차를 전 세계에 가장 많이 판매한 회사로 △1위 테슬라(25만5615대) △2위 폭스바겐(14만7293대) △3위 스텔란티스(13만2888대)로 파악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사용량에선 전년 동기 대비 7.8% 성장했으나 점유율 측면에서 1.6%p 하락했다. SK온은 배터리 사용량 및 점유율 모두 역성장,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과를 냈다.
삼성SDI가 비교적 선방했음에도 국내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이 늘어난 만큼 3사 사용량 합도 늘었지만, 시장 점유율은 하락했다.
이 기간 국내 배터리 3사 시장 점유율은 22.9%다. 전년 동기 대비 2.2%p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중국 기업들의 점유율은 63.9%로 전년 동기 대비 3.0%p 상승했다.
"시장 평균 성장세 너무 빨라, 기술력으로 고객사 선점해야"
이번 통계서 눈여겨볼 또다른 부분은 일본 파나소닉의 사용량과 점유율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파나소닉은 전년 동기 대비 사용량이 29.5% 급락하며 점유율도 크게 떨어졌다. 전년 동기 8.1%이던 점유율이 4.7%로 3.4%p 빠지며, 4위에서 6위로 밀렸다.
최근 테슬라가 중국산 배터리 탑재를 늘리면서 파나소닉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파나소닉은 테슬라의 퍼스트 벤더사다.
다만 '파나소닉 부진'의 반사이익이 국내 배터리사로 향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이와 더불어 중국 및 한국 점유율 등을 고려했을 때, 현재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평균 성장세를 따라가기 역부족인 상황에 부닥친 것으로 평가된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성장세가 중국 회사 및 글로벌 성장세를 못 따라가는 추세"라며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용량까지 합치면 국가별 점유율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LG에너지솔루션은 신차출시가 예정된 GM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고, 8월 양산 예정이라는 4680 배터리가 계획대로 생산돼 신규 고객사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4분기부터 4680 배터리 실적이 정상궤도에 올라야만 시장의 실망을 피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파우치 셀에 주력하는 SK온은 당분간 실적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파우치 셀을 사용하는 신규 및 기존 고객사들의 실적이 여전히 허덕이는 만큼, 향후 신규 고객사를 대상으로 원통형이나 각형을 생산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이러한 라인을 운영한다는 얘기가 들리지 않는다"며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반등이 어려워 보인다"고 부연했다.
이어 "삼성SDI가 LG에너지솔루션을 추격하기 시작했다"며 "하반기까지 삼성SDI가 고객사 실적에 힘입어 이 성장세를 유지할 것인지가 관건이고, 3사 모두 고른 성장세를 띄어야 글로벌 시장 내 지배력 유지가 가능한데 지금으로서는 그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아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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