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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즘·리튬·정책 삼중고 앓는 양극재…2분기 실적은?

  • 2024.07.05(금) 06:50

올 5월 글로벌 EV 판매량 20%대로 꺾여
리튬 가격 하락세 전환…역래깅 우려 ↑
유럽·미국 EV 지원책 일시 후퇴 전망

/그래픽=비즈워치

올해 2분기 국내 양극재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 전방 산업인 전기차 시장 내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부진) 현상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양극재 출하량과 단가 모두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양극재 주재료인 리튬 가격까지 말썽이다. 최근 리튬 가격이 하락하면서 '역래깅 효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EV 캐즘 여파…양극재 수출량·단가 반토막

전기차 시장 캐즘 여파로 양극재 관련 기업들의 실적에 먹구름이 꼈다. 지난 2022년을 기점으로 시작된 성장 둔화세가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지면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2021년 109%로 최고치를 찍은 후 2022년 56.9%, 2023년 33.4%로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 5월 누적 기준으로는 더 꺾인 모양새다. 이 기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564만대로, 전년 동기(464만대) 대비 증가율 21.5%에 그쳤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추이./그래픽=비즈워치

이에 국내 양극재 수출량과 단가도 크게 줄었다. 올해 5월 국내 기업들의 양극재 수출량은 1만9000톤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47.9% 감소한 규모다. 수출단가 역시 전년 대비 45.5% 줄어든 1kg 당 27.7달러로 파악됐다. 

지난해 4분기 월평균 1만6000톤까지 고꾸라진 수출량이 올해 들어 소폭 상승하는 추세였으나, 5월 들어 다시 감소세로 전환한 상황이다. 앞서 올해 1월 1만8000톤, 2월과 3월 각각 1만9000톤이었던 양극재 수출량은 4월 2만2000톤으로 상승하며 업황 회복 기대감을 높인 바 있다.

이에 대해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초부터 증가세를 이어가던 양극재 수출이 5월 처음 감소, 의미있는 수요 개선이 더뎌지는 모습"이라며 "신차 출시를 준비하는 기간임을 감안하면 다소 실망적인 수치"라고 진단했다.

이어 "양극재 수요 부진에 따라 출하량 증가세가 지속되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출하량 회복 확인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양극재 주요 3사, 2Q 동반 부진 가능성

양극재 필수 광물인 리튬도 악재로 꼽힌다. 최근 리튬 가격이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양극재 기업들은 배터리 제조사와 광물 가격 변동분을 일정 시차를 두고 양극재 판매가격에 연동하는 계약을 맺는다. 통상 양극재 제품가격은 현 시점의 광물 가격을 기준으로 연동된다. 

문제는 비싸게 광물을 사놓았는데 갑자기 가격이 내려갈 때다. 비싼 값에 사들인 광물로 양극재를 만들고 판매할 땐 보다 저렴하게 내놔야 하는데, 이는 결국 손실로 이어진다. 이를 '역래깅'이라 부른다.

최근 6개월간 탄산리튬 가격 추이./그래픽=비즈워치

특히 리튬은 양극재 원가의 최대 70%를 차지하는 핵심 재료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탄산리튬 가격은 1㎏당 87.5위안을 기록했다. 올해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 4월 10일(110.5위안)과 비교했을 땐 20% 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올 2월부터 상승세를 보이던 가격은 5월 들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면서 단기간 내 가격이 상승했으나, 전기차 수요 둔화가 이를 제한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에 에코프로·포스코퓨처엠·엘앤에프 등 주요 양극재 기업들의 2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포스코퓨처엠이 이 기간 영업이익으로 227억원을 거둘것으로 관측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6.4% 줄어든 수치다. 아울러 엘앤에프과 에코프로비엠 모두 적자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양극재 관련 주요 기업 2024년 2분기 실적 전망치./그래픽=비즈워치

허리띠 졸라매는 기업들…"그래도 중장기 투자는 잇는다"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 활황까진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글로벌 정책이 관건으로 꼽힌다.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에선 전기차 지원 정책이 과거 대비 후퇴 기조를 보이고 있다. EU는 지난해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거나 폐지했다. 최근엔 의회 내 친환경 정책을 이끈 녹색당 영향력이 약화, 다수당인 유럽국민당(EPP)이 '내연기관차의 2035년 판매금지 방안을 조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미국 내에선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를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부담으로 지목된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로의 생산 전환 계획을 늦출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에 국내 양극재 기업들은 '내실 다지기'에 돌입했다. 경영 환경을 재정비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의지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3월부터 국내 최초로 하이니켈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단결정 양극재를 양산하는 등 최근 전기차 고성능화 추세에 따라 고부가가치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도 고객사 상황에 따라 투자 시점을 조절하는 한편 리튬과 니켈 등 원자재 투자는 대폭 늘리기로 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 1일 CEO 타운홀미팅에서 "칠레와 아르헨티나 등 남미 염호와 북미 및 호주 광산·자원회사와의 협업 등 우량 자원 투자 방안을 확정했다"고 말했다. 

에코프로는 원가혁신 TF를 구성해 향후 2년 내 최소 30% 가량 원가를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허리띠는 졸라매지만 중장기 투자 의지는 확고하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1일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공적수출신용기관을 통해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자금을 확보했다. 해당 자금은 첫 해외 사업장인 헝가리 양극재 공장 건설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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