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걸렸다." 운전 경력 1년 만에 자동차를 담당하자마자 맡은 첫 시승이 현대자동차의 '디 올 뉴 팰리세이드'로 결정됐을 때 든 생각이다. 하필이면 날씨도 도와주지 않았다. 안개가 내려앉고 미세먼지가 가득했던 지난 21일, 경기도 고양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영종도의 한 카페까지 편도 기준 55km 구간에서 생애 첫 시승을 진행했다.
첫 인상? 로봇 같은 아빠차
본격적으로 운전을 시작한 지는 1년이 넘었지만, 자칭 초보다. 여전히 초보운전 딱지를 붙이고 다닌다. 오며 가며 팰리세이드를 마주할 때마다 들었던 생각은 '이 차를 내가 운전할 수 있을까?'였다. 자차가 소형 SUV인지라 차폭감 등에 익숙해질 자신도 없었다.
디 올 뉴 팰리세이드는 약 6년 만에 선보이는 2세대 완전변경 모델이다. 그래서인지 현대모터스튜디오에 전시된 신형 팰리세이드를 처음 마주한 순간은 더욱 강렬했다. 정확히는 겁이 났다. 길이(5060mm), 너비(1980mm), 높이(1805mm) 모두 이전 모델보다 커진 탓이다. 싼타페보다는 확연히 크지만, 카니발보다는 조금 작은 수준이라고 한다. 작은 위안이었다.
디자인의 경우 '차알못'의 시선에서는 이전 모델 대비 조금 더 '로봇' 같아졌다는 인상이었다. 디자인이 전반적으로 매끄러워졌지만, 그럼에도 투박하고 둔탁한 느낌이 강했다. 특히 전면부 그릴의 패턴은 다소 호불호가 갈릴 듯했다.
넓은 좌석과 수납공간
하지만 문을 열고 내부를 보니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최상위 트림인 캘리그라피에서만 선택할 수 있는 라이트 그레이 색상의 나파가죽 시트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최고급 차량에서 접할 수 있는 가죽 수준은 당연히 아니었지만, 충분히 부드러웠고 착석감도 편안했다.
신형 팰리세이드의 큰 특징 중 하나는 9인승(3+3+3) 시트 구성이 추가됐다는 것인데, 이날 시승차는 7인승 모델이었다. 1열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는 9인승에 들어가는 센터 시트 대신 컵홀더와 수납공간, 그리고 하나의 충전 패드가 있었다. 싼타페와 달리 듀얼 무선충전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별도 앱으로 내비게이션을 보기 위해 충전이 되는 스마트폰 거치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니, 큰 상관은 없다는 게 개인적 의견이다. 100W(와트)급 USB 급속 충전 포트도 1·2·3열에 총 6개나 탑재돼 있다. 7인승 기준 무선충전 시스템과 충전 포트를 사용하면 탑승인원 모두가 충전할 수 있는 셈이다.
7인승과 9인승은 2열에도 차이가 있다. 7인승의 경우 2열에 전동 독립 시트가 들어가고, 9인승은 3개의 좌석이 연결된 형태다. 보통 3~4인 정도의 인원이 타는 차라면 7인승 좌석이 더 편할 수 있는 이유다. 7인승 2열은 다이내믹 바디케어 시트도 들어간다. 팔걸이에 마사지를 제어할 수 있는 버튼이 있다. 다만 성능은 기대 이하다. 직접 체험해보니 '바디케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시원한 느낌이 없었다.
실내 공간은 전체적으로 넉넉했다. 특히 2열 좌석의 다리 공간과 머리 공간은 매우 여유로웠고, 3열은 특성상 좁다고 느껴지긴 했지만, 성인 여성 기준 탑승이 어려운 수준은 아니었다.
트렁크 수납 공간은 3열까지 승객이 탑승해도 꽤 넉넉해보였다. 현대차에 따르면 317리터를 실을 수 있다고 한다. 3열을 앞으로 당기면 348리터까지 늘어난다. 트렁크 왼쪽 사이드에 폴딩 버튼을 누르면 전동식으로 시트가 조정됐다. 특히 2·3열 좌석을 한 번에 조절할 수 있는 버튼도 있어 편리했다.
나쁘지 않은 주행감까지
대형 차량을 운전해 본 경험이 적은 터라 큰 부담감을 안고 영종도로 향했다. 걱정이 무색하게도 빠르게 적응했다. 기자처럼 경험이 없다면 차체가 큰 게 부담일 수는 있지만 여성이나 노령층 운전자도 충분히 다룰 만한 정도란 생각이 들었다.
다만 초보운전답게 평소 운전 시 차량 주변 상황을 화면으로 볼 수 있는 '서라운드 뷰 시스템'의 거리 표시 기능을 자주 애용하는데, 이 버튼까지 손이 잘 닿지 않았다. 키가 165cm 이하라면 차량 내 일부 기능 조작이 다소 버거울 수 있을 듯했다.
신형 팰리세이드의 가장 큰 특징인 '하이브리드 모델'은 2분기부터 출고 시작 예정이라, 이날 탑승한 팰리세이드의 파워트레인은 2.5리터 가솔린 터보였다. 2.5 가솔린 터보 엔진의 성능은 최고출력 281마력, 최대토크 43.0kg.m이다. 이는 싼타페와 동일한 성능이다.
이전 모델을 경험해보지 않아 비교는 어려웠지만, 탄력 있게 가속이 이뤄졌다. 차체가 높고 무거운 SUV지만, 100km가 넘어도 '내가 너무 밟고 있나'하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뻥 뚫린 도로에서 무심코 엑셀을 밟다 속도를 보고 깜짝 놀란 순간도 여러 번이었다. 공식 연비는 복합 기준 리터당 9.7km다. 실제 고양에서 영종도까지 54km를 1시간가량 주행해보니 연비가 리터당 9.6km 수준이었다.
SUV 특성상 세단과 같은 정숙함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지만, 속도방지턱을 넘을 때 주행감도 나쁘지 않았다. 현대차가 SUV에 최초로 적용한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덕분인가 싶었다. 이는 주행 중 도로 상태를 파악해 방지턱과 같은 충격이 전달되지 않도록 노면 충격을 흡수해주는 기능이다. 이전까지는 제네시스 등 고급 차량에만 적용된 고급 옵션이었지만, 현대차 SUV 중에는 처음으로 신형 팰리세이드에 적용됐다.
현대차가 신형 팰리세이드에 적용한 최첨단 지능형 안전기술들도 인상적이었다. 안개로 인한 저속 주행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사용했는데, 이때 차량 내부를 이곳저곳 살펴보니 곧바로 '전방을 주시하라'는 안내가 나왔다. 운전자 상태 모니터링(ICC) 기능이 철저하게 작동한 덕분이다.
신형 팰리세이드 판매가격은 2.5 터보 가솔린 모델 기준 9인승 4300만~5500만원대, 7인승 4400만~5700만원대 수준이다. 현대차의 신형 팰리세이드 판매 목표량은 5만8000대다. 지난 2019년 '돌풍'을 일으켰던 1세대 모델이 당시 5만2299대 팔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보다 더한 인기를 예상한 셈이다. 새롭게 탄생한 팰리세이드가 카니발의 '국민 아빠차' 타이틀을 가져올 수 있을까.
'차'를 전문가만큼은 잘 '알'지 '못'하는 자동차 담당 기자가 쓰는 용감하고 솔직하고 겸손한 시승기입니다. since 2018.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