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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인천 영종도로 향하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공항 인근에 BMW가 자랑하는 'BMW 드라이빙 센터'가 자리해있다. BMW 드라이빙 센터는 총 29만1802m² 규모의 자동차 복합문화공간이다. 축구장 40개 면적에 버금가는 공간에 트랙과 고객 체험 시설이 한 곳에 자리해 있다.
BMW는 지난해 2년 연속 수입차 브랜드 1위를 차지했다. 수입차 1위 타이틀을 수성하기까지 여러 노력이 있었지만, 현지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핵심 전략 시설이 이곳이다. 매년 수십억의 적자를 내면서도 시설을 유지하는 이유다. 지난 21일 BMW 드라이빙 센터를 방문해 주행 기본 교육과 트랙 주행을 체험해봤다.BMW 타고 가볍게 서킷 돌아볼까
BMW는 2014년 7월 아시아 지역 최초로 인천 영종도에 BMW 드라이빙 센터를 오픈했다. 전 세계 기준으로는 독일과 미국에 이은 세 번째 드라이빙 센터다. BMW의 최상위 라인업부터 다양한 미니(MINI) 모델까지 최신 차량을 살펴보고,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체험해보며 BMW 그룹이 지향하는 가치를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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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센터에서 진행하는 드라이빙 프로그램은 BMW 차량을 직접 주행하며 여러 운전 스킬을 배울 수 있어 관람객들에게 지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BMW 드라이빙 센터를 찾은 방문객 162만명 중 드라이빙 프로그램 참여 고객은 약 25만명에 달한다.
현재 BMW는 8개의 체험 프로그램과 5개의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은 체험 프로그램 중 '온로드(On-road)' 프로그램을 경험했다. 온로드 프로그램은 약 80분 동안 BMW와 미니의 대표 모델로 서킷을 가볍게 경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BMW 드라이빙 센터 내 트랙에서 진행된다. 2개의 다목적·원선회 코스를 비롯해 가속·제동, 오프로드 등 2.6km 총 8개의 코스가 마련돼 있다.
본격적으로 트랙에 나가기 전 드라이빙 센터 전문 강사(인스트럭터)와 함께 기본적인 교육을 진행했다. 이들이 가장 강조한 것은 '안전'이다. 이날 교육을 맡은 인스트럭터는 "브레이크를 끝까지 밟은 상태에서 무릎이 충분히 접힐 정도로 의자를 조절해라", "핸들은 양손을 3시-9시 방향으로 잡아라" 등 트랙 주행에 필수적인 상식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교육 후 운전면허증 확인과 음주 측정까지 마치면 체험형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드라이빙 트랙으로 이동한다. BMW, BMW M, 미니 등 원하는 차종을 고를 수 있다. 이날 체험에서 탑승한 차는 BMW 3시리즈 '뉴 320i'였다. 1975년 출시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1600만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가솔린 모델인 뉴 320i 세단의 최고출력이 184마력, 최대토크 30.6kg·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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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제동에 풀악셀까지
온로드 프로그램은 한 명의 인스트럭터와 4명의 참가자들이 그룹을 지어 주행하는 게 특징이다. 5명이 다같이 급커브, 가속 구간 등의 트랙을 반복적으로 도는 것이다. 앞차와의 간격이 차량 한 대 이상 벌어지면 안 된다고 했다. 협동심이 필수기 때문에 인스트럭터는 참가자에게 실제 운전 기간을 물어본 후 가장 초보에게 주행이 상대적으로 쉬운 자리를 배치한다. 덕분에 인스트럭터 바로 뒷 번호인 2번 차량에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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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주행을 하기 전 트랙 옆 다목적 코스에서 코너링과 긴급 제동을 배웠다. 코너링은 약 2m 간격으로 놓아진 고깔 사이를 통과하는 방식으로 연습한다. 핸들을 돌리는 대로 차량이 민첩하게 반응했다.
일반 도로 운전에서 경험하기 힘든 급제동도 반복적으로 연습한다. 직선 거리를 시속 30km, 60km 속도로 달리다 정해진 위치에서 브레이크를 힘껏 밟아야 한다. 인스트럭터는 페달이 부서질 정도로 브레이크를 발로 차라고 설명했는데, 평소 브레이크를 부드럽게 밟는 편이 아닌데도 실전은 쉽지 않았다. 연습 끝까지 완벽하게 해내지는 못했지만,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량이 밀림 없이 멈춘다는 느낌을 받았다. 브레이크를 제대로 힘껏 밟으면 자동으로 비상등이 켜졌다.
연습 후 트랙으로 이동해 본격적으로 그룹 주행을 했다. 랩타임을 줄이기 위해 회전 구간마다 서 있는 파란색 고깔에 가깝게 주행하는 게 핵심이다. 인스트럭터는 무전기를 통해 "OO님, 앞차 간격 좁히세요", "OO님, 엑셀 더 밟으세요" 등 실시간으로 참가자들의 주행을 조절해줬다.
가장 스릴 있던 구간은 단연 '풀악셀'을 밟는 직선 구간이었다. 평소 겁이 많은 편이지만, 앞서 브레이크가 밀림 없이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는 걸 확인한 터라 망설임 없이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순식간에 시속 150km까지 도달했고, 이후 코너 감속도 부드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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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는 BMW 드라이빙 센터 초기 투자 비용으로 770억원을 투입했고 이후 추가 확장에 130억원을 썼다. 여기에 지난해 개관 10주년을 맞아 새단장한 비용 49억원까지 포함하면 총 949억원을 들였다. 높은 투자금 대비 수익은 마이너스다. 차량 감가상각비, 연료비, 인건비 등 연간 운영비로 매년 1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BMW 드라이빙 센터 운영을 지속하는 건 BMW 그룹이 지향하는 가치를 더욱 깊이 있게 전달하는 것뿐 아니라, 국내 시장에 새로운 자동차 문화를 자리 잡게 하겠다는 원칙이 바탕이 됐다. BMW그룹코리아 관계자는 "수익을 얻기 위한 목적보다는 운전의 즐거움을 알리고, 안전하고 재밌는 자동차 문화가 정착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설립한 시설"이라며 "신규 출시하는 모델도 주기에 따라 변경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