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이 막판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대법원이 지난 18일 전원합의체 회부 여부를 논의하면서 결론 임박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르면 올 10~11월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흘러나옵니다. 단순 개인사가 아니라 SK 지배구조와 재계 전반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모양새입니다.
특유냐 공동이냐 '운명의 갈림길'
이번 사건은 '전원합의체 보고사건'으로 지정돼 대법관 전원이 쟁점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주심은 대법원 1부 서경환 대법관이죠. 통상 대법원 사건의 99%는 소부에서 결론이 나지만 판례 변경 가능성이나 사회적 파급력이 크다고 판단되면 전합으로 넘겨지는데요. 소부에서 그대로 선고할 경우 항소심 판단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고, 전합으로 회부될 경우엔 판례 변경이나 법리 재검토 가능성이 높아 최 회장 측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다툼은 2015년 최 회장이 혼외자 존재를 공개하며 불거졌습니다. 이후 2018년 최 회장이 소송을 제기했고 2019년 노 관장이 재산분할을 요구하며 맞소송으로 응수했죠. 1심은 SK㈜ 주식을 최 회장의 '특유재산'으로 보고 위자료 1억원, 재산분할 665억원을 선고했는데요.
2심은 SK㈜ 주식을 '공동재산'으로 판단하며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 1조3808억원을 명령했습니다. 두 사람의 공동재산을 4조원대 수준으로 보고 노 관장 몫을 35%로 책정한 계산입니다. 이는 1심 대비 20배 이상 늘어난 수치이자 역대 재산분할 가운데 최대 규모였습니다. 위자료 20억원 역시 이례적이었죠. 통상 이혼소송에서 인정되는 위자료는 수천만원 수준인데 20억원이 판결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결국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SK㈜ 주식이 최 회장의 특유재산인지 아니면 부부의 공동재산인지 여부입니다. 2심 재판부는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이 SK 성장의 종잣돈이 됐다는 노 관장 측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김옥숙 여사의 자필 메모와 50억원 약속어음 6장이 증거가 결정적이었죠. 재판부는 사돈 관계 역시 당시 SK 경영의 보호막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최 회장 측은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비자금을 받은 사실이 없고 어음은 퇴임 후 활동자금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민법 830·831조에 따른 부부별산제 원칙도 내세웠습니다. 혼인 중 단독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특유재산으로 추정되고 단순 내조만으로 추정이 번복돼선 안 된다는 논리입니다.
판결문 경정 논란도 대법 심리 대상으로 지목됩니다. 2심 재판부는 대한텔레콤 주식가치를 주당 100원으로 기재했다가 이후 1000원으로 수정했습니다. 재판부는 "단순 계산 오류라며 결론에 영향이 없다"고 했지만, 최 회장 측은 "분할액을 좌우하는 치명적 오류"라고 주장했죠. 대한텔레콤은 1990년대 SK그룹의 이동통신 진출을 위해 세워진 회사로 훗날 SK C&C를 거쳐 SK㈜와 합병된 핵심 모태라는 점에서 더욱 민감한 대목입니다.
▶ 관련기사:[인사이드 스토리]'세기의 이혼' 이은 장외공방전…묘수일까 악수일까

실트론, 유일한 '현금화' 돌파구?
만약 2심이 확정된다면 최 회장은 1조3808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개인 재산만으로는 버거운 규모죠. SK㈜ 지분은 그룹 지배의 핵심이지만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보유 지분은 25.46%에 그치고 있습니다. 안정적 경영권 방어선으로 꼽히는 35%에 미달하는 수준입니다. 과거 소버린 사태의 기억도 남아 있는 만큼 SK㈜ 매각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소버린 사태란?
2003년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 소버린은 SK㈜ 지분을 14.99%까지 매입하며 경영권 탈취를 시도했습니다. 당시 최태원 회장이 SK글로벌 분식회계 혐의로 어수선한 틈을 노린 공격이었습니다. 소버린은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며 주주총회 표 대결까지 밀어붙였으나 우호 지분이 SK 측에 힘을 실으며 2005년 사실상 패배했습니다. 이후 소버린은 보유 지분을 매각하고 철수, 800억원 안팎의 차익을 챙겼습니다. 이 사건은 한국 기업 지배구조 및 '적대적 M&A'의 상징적 사례로 남았습니다.
자연히 시선은 SK실트론으로 향합니다.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은 비상장사여서 매각 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데요. 현재 기업가치는 5조원대로 평가돼 최 회장이 보유한 29.4% 지분만으로도 약 2조원 현금 확보가 가능합니다. 그룹 지배축인 SK㈜ 지분을 건드리지 않고 유동성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 카드'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다만 매각 협상은 수개월째 진척이 없습니다. 업계에선 "상고심 결과가 확정돼야 매각 진행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매각이 성사되면 대금 일부가 배우자인 노 관장에게 넘어갈 수 있어 시점 자체가 미뤄질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됩니다.
SK㈜가 추진하는 매각 지분은 70% 수준으로 알려지는데요. 최 회장 개인 지분이 남아 있는 만큼 매각-인수 이후에도 대주주 지위 조정 문제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최 회장 개인분까지 포함할지 여부 역시 주주 간 계약으로 풀어야 합니다. 결국 이혼 소송이 SK실트론 매각 협상에도 적잖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셈입니다.

법정 밖 파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 회장은 자신과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대표를 둘러싼 비방 영상을 퍼뜨린 유튜버들을 상대로 형사 고소와 손해배상 청구에 나섰습니다. 반대로 노 관장은 김건희 여사와 접촉했다는 의혹에 휘말렸습니다. 한 유튜브 채널은 "노 관장 측 인사가 작성한 문건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게 전달됐다"고 언급했습니다. 문건에 "항소심 판결 유지 시 노 관장의 영향력 확대", "SK의 오너 리스크" 등 민감한 표현들이 담겨 있었다는 주장입니다. 사실관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소송 막바지에 또 다른 변수가 더해진 상황입니다.
이번 사건의 결론은 최 회장 개인의 이해관계를 넘어 재계 전반에 직접적 파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의 판결이 SK그룹의 지배구조는 물론 향후 대기업 소송의 기준점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