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중국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전략광물 '갈륨(Ga)' 생산라인을 국내에 새로 구축한다. 안티모니·게르마늄에 이어 세 번째 전략금속 라인을 확보,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형 전략광물 허브'로의 전환을 가속하는 행보다.
고려아연은 울산 온산제련소에 약 557억원을 투자해 갈륨 회수 공정을 신설한다고 20일 밝혔다. 올해 10월 착공해 오는 2027년 12월 완공, 2028년 상반기 시운전을 거쳐 본격 상업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연간 생산량은 약 15.5톤(t)이 목표다. 현재 시세(kg당 약 920달러)를 기준으로 연 110억원 규모의 수익이 기대된다.
갈륨은 반도체·5G 통신장비·전기차·LED 등 첨단산업의 핵심 소재다. 실리콘보다 전력 효율이 높고 속도가 빠른 특성 덕분에 차세대 반도체 재료로 각광받고 있다. 문제는 공급의 편중이다. 전 세계 갈륨 생산량(약 762t)의 98% 이상이 중국에서 나온다. 중국은 지난해 8월 갈륨과 게르마늄을 수출 통제 품목으로 지정한 데 이어 12월에는 대미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미국과 한국 모두 갈륨을 '핵심 광물'로 지정, 국가 안보 차원의 특별 관리 대상에 포함시킨 이유다.
고려아연은 자체 개발한 최신 회수 기술을 상용화·최적화해 투자비를 낮추면서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의 수출통제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전략광물의 중요성이 한층 높아졌다"며 "국내 유일의 전략광물 생산 허브로서 기술 자립도 제고와 공급망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산제련소 갈륨 공정이 가동되면 부산물로 또 다른 전략광물인 인듐을 연간 16t 이상 추가 회수할 수 있다. 인듐은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광 패널 등에 쓰이는 핵심 소재로 최근 5년 새 가격이 두 배 넘게 뛰었다. 고려아연은 이미 연간 150t을 생산해 글로벌 수요의 11%를 공급하고 있으며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 최대 생산 규모를 갖췄다.
고려아연은 이번 갈륨 설비 구축에 앞서 안티모니·게르마늄 라인도 속속 완성하고 있다. 안티모니는 지난 6월부터 미국으로 수출을 시작했고, 게르마늄은 2028년 상반기 상업 가동을 목표로 공장 신설이 진행 중이다. 특히 지난 8월엔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탈(脫)중국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중국의 전략광물 통제가 강화될수록 고려아연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실제 중국이 희토류 수출 규제를 강화한 지난 9일 이후 고려아연 주가는 51% 가까이 급등했다. 국내 유일 전략광물 전주기 생산 체계를 갖춘 기업으로, 글로벌 첨단산업 공급망의 안정판 역할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