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가 2047년 글로벌 5위권 조선국 진입을 목표로 하는 인도 정부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사는 단순 기술 이전이 아닌 설계·기자재·인력훈련까지 K-조선의 전 과정을 묶어 수출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HD현대·인도 정부 맞손
HD현대는 13일 경기도 판교 글로벌R&D센터에서 정기선 회장과 하딥 싱 푸리 인도 석유천연가스부 장관이 만나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에는 구란갈랄 다스 주한 인도대사, 에샤 스리바스타바·락쉬마난 차관보, 아룬 쿠마 싱 ONGC 회장, 마두 나이르 코친조선소 회장 등 인도 해양·에너지 공기업 주요 인사가 함께했다.
인도 대표단은 정기선 회장의 안내로 HD현대의 설계·엔지니어링 시스템, 스마트 조선소 운영 체계를 점검했다. 인도 정부는 선대 확대와 조선 역량 고도화를 목표로 '마리타임 암릿 칼 비전 2047(Maritime Amrit Kaal Vision 2047)'을 추진중인데, 이번 자리를 통해 기술·공정·인재 확대 등 협력 모델을 논의했다.
인도는 상선 선대를 1500척에서 2500척으로 확대하고 글로벌 5위권 조선국 진입을 목표로 240억 달러 규모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 10월에는 80억 달러 규모의 선박 신조 지원 패키지를 발표하며 조선산업 육성 속도를 높였다.
HD현대는 지난 7월 인도 국영 조선소인 코친조선소와 MOU를 체결해 설계·구매·생산성 향상·인재 교육 등 전방위 협력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협력 범위를 함정사업까지 넓혔다.
정 회장은 "인도와의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는 인도의 조선산업 발전을 돕는 최고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푸리 장관은 "HD현대는 인도의 해양 비전 실현에 매우 중요한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단순 기술 이전 넘어 산업 체계 이식
HD현대는 기술이전 수준을 넘어 산업 체계를 이식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인도 정부가 조선·해운·해양플랜트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규정하고 자립도를 높이려는 시점에 HD현대는 설계·기자재·인력훈련까지 K-조선의 전 과정을 묶어 수출하려는 방식이다.
코친조선소 협력은 이 전략의 시험대이자 핵심 축이다. 코친은 항공모함과 군함 등 국방·공공 조달 중심의 조선소로, 외국 기업이 단독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다. HD현대가 설계 지원·기술 전수·인재 교육을 제공하는 방식은 인도 정부가 요구하는 '메이크 인 인디아' 기조와도 맞아떨어진다. 이는 장기적으로 인도 국방 프로젝트 수주 가능성을 여는 교두보 역할을 맡을것으로 기대된다.
HD현대는 인도의 지정학적 이점도 활용할 계획이다. 중동·아프리카·동남아와 인접한 지리적 위치는 제3국 수주 협력에 유리하고 코친조선소의 역량이 강화될수록 HD현대는 설계·조달 중심의 고부가 가치 모델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할 수 있다.
인도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켄리서치에 따르면 인도 선박 건조·수리 시장은 2022년 9000만 달러에서 2024년 11억2000만 달러로 급증했고 2033년까지 연평균 6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와 국영 석유·가스 공기업 CEO로 구성된 인도 대표단은 오는 14일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를 방문해 상선·특수선 야드를 둘러보고 협력의 확장 가능성을 논의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