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원 코리안리재보험 상임고문은 지난해 보수로 176억원을 받았다. 이중 급여는 2억5339만원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퇴직소득(173억원)이다. 박 고문은 지난 1998년 코리안리 사장으로 취임해 작년까지 사장으로 지냈다. 173억원은 15년간의 퇴직금이다.
올해부터 등기임원의 개별 연봉이 공개되면서, 임원들의 퇴직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퇴직할 때 1억원도 받기 힘든 월급쟁이의 눈에는 수백억원에 이르는 임원의 퇴직금은 `별세계`다. 박 고문은 어떻게 거액의 퇴직금을 받았을까?
우선 퇴직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급여 자체가 높고, 재직 기간도 길다. 박 고문은 지난해 4~6월까지 급여 2억5339만원과 상여 5065만원을 받았다. 월급으로 대략 1억원쯤 받은 셈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수백억원에 이르는 퇴직금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비밀은 임원에게만 주어지는 ‘지급률’에 있다. 일반 직원의 퇴직금은 보통 한 달치 월급에 재직연수를 곱한 만큼이다. 예를 들어, 월급 200만원을 받고 10년간 일한 직원의 퇴직금은 2000만원이다. 하지만 임원에게는 프리미엄으로 ‘지급률’이 주어진다.
임원 퇴직금 공식은 ‘퇴직일 이전 3개월 평균 급여 x 재직연수 x 지급률’ 이다. 지급률에 따라 퇴직금이 몇 배가 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다른 기업의 지급률은 얼마나 될까? 기업 비밀이지만, 최근 SK그룹 지급률도 공개됐다. 채권단 관리를 받던 하이닉스가 SK그룹에 인수되면서 임원들의 대우를 SK그룹 급으로 올리는 과정에서다. SK그룹의 상무부터 전무의 지급률은 2.5~4 수준. 부회장은 5.5이고, 회장은 6에 이른다.
지급률 결정은 `엿장수` 마음이다. 보통 이사의 퇴직금 지급기준은 주주총회에서 결정한다. 코리안리의 '이사 보수'에 대한 정관을 보면, ‘이사의 퇴직금은 주주총회에서 따로 정하는 이사 퇴직금 지급기준에 의한다’는 조항이 있다. 다른 기업들도 비슷하다. 김춘수 재무설계사는 “퇴직금 규정은 임원의 경우 정관으로, 직원은 사규로 정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업들이 지급률 등의 기준을 잘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코리안리의 경우도 지급률 기준이 언론에 공개된 뒤에도 "금융당국에서 흘러 나온 것 같다"며 "지급률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내가 퇴직금 킹'.(지난해 기준 주요 기업 임원 퇴직금)
임원 | 퇴직금 | 비고 |
박종원 코리안리 전 사장 | 173억원 | |
김형섭 평안엘앤씨 전 부회장 | 160억원 | |
허동수 GS칼텍스 전 회장 | 87억원 | |
최창원 SK건설 부회장 | 51억원 | |
구자준 LIG손해보험 전 회장 | 42억2000만원 | |
서종욱 대우건설 전 사장 | 22억4100만원 | |
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 회장 | 21억7000만원 | |
최수부 광동제약 전 회장 | 20억원 | |
이관훈 CJ 전 사장 | 18억2200만원 | |
이창규 SK네트웍스 전 대표 | 17억4900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