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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퇴직연금]①덩치값 못하는 `쥐꼬리 수익률`

  • 2014.05.02(금) 11:22

올해 100조원 넘봐..근로자 절반이상 가입
수익률은 기대 못미쳐..원금보장 쏠림 심각

도입된지 9년차를 맞는 퇴직연금 시장이 100조원을 넘보고 있다.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잠재력이 부각되면서 증권을 비롯한 금융권에서는 `마지막 보루`로 여기고 있다. 몸집은 불렸을 뿐 여전히 내실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선진국들처럼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과연 선진국이 갔던 길을 따라가는 것이 정답일까. 비즈니스워치는 퇴직연금 시장이 한단계 더 레벨업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본다.[편집자]

 

퇴직연금은 도입 첫해 잔액이 163억원에 불과했는데 작년 12월말 현재 84조원에 이르는 거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100조원을 가끈히 넘기고, 2040년쯤이면 1000조원대의 퇴직연금 시장이 열릴 것이란 기대가 크다. 가입 규모 역시 전체 상용근로자의 절반에 가까운 470만명이 퇴직연금을 붓고 있을 정도로 훌쩍 커졌다.

 

정작 퇴직 후 노후를 위해 가장 결정적인 퇴직연금 수익률은 기대에 턱없이 못미치고 있다. 그간 몸집만 불리는데 급급하며 정작 내실을 채우지 못했다는 지적이 높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 DB형·원금보장 쏠림..`보수적 운용`

 

퇴직연금 도입 초기만해도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의 구분조차 생소했다. 햇수로 8년이 지난 현재로서는 꽤 정착된 분위기다. 확정급여형은 회사가 퇴직금을 투자하는 형태로 정해진 퇴직금을 지급하고 퇴직금 운용에서 생긴 과실은 회사가 갖는다. 확정기여형은 회사가 퇴직금을 계좌로 넣어주면 개인이 이를 굴리고 수익과 손실도 오롯이 직원의 몫이다. 기업입장에서는 수월하게 굴리면서 퇴직금 원금확보가 용이한 확정급여형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아직까지 국내 퇴직연금은 확정급여형 비중이 70%에 달한다. 확정기여형은 20%를 겨우 웃돌고 나머지를 개인퇴직계좌(IRP)가 차지한다. 확정급여형 비중이 줄고는 있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상당히 기형적이다. 영국만해도 영국 FTSE 100대 상장기업 중 확정급여형 퇴직연급을 도입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퇴직연금 운용 비중을 보면 더욱 보수적인 성향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원금보장형 상품이 93%에 달하면서 도입초기인 2007년 70%선보다 오히려 늘어났다. 같은기간 실적배당형 비중은 16%에서 6% 밑으로 떨어졌다. 특히 확정급여형에서 원금보장형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육박한다. 퇴직연금을 도맡아 운용하는 기업들이 큰 위험부담을 지지 않고 원금보전에만 집중한 것이다.

 

연금을 운용하는 금융사들은 퇴직연금 적립금의 상당부분을 자사상품에 편입시키거나 1년 미만의 단기 상품에 편중해 운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적립금의 80% 이상은 1년 이하의 단기로 운용되고 3년 이상 장기적인 계약은 4%에 미치지 못한다. 당연히 장기적으로 운용되야할 상품이 단기 원금보장형에 쏠리면서 수익률도 자연스럽게 낮아졌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 원금보장 상품 집중은 장기적으로 낮은 수익률과 직결된다"며 "1년 이하로 계속 롤오버하는 방식은 장기수익률 관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근로자들 역시 대부분 퇴직급여를 한번에 수령하고 이직 시에는 자유롭게 인출할 수 있다보니 적립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 차지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도 "금융회사들이 실적유치를 위해 고금리 원금보장형을 제시하면서 사업자 선정에 주력하고 있다"며 "사후관리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는 경향이 높다"고 평가했다.

 

 

▲ 퇴직연금 가입자와 적립금 추이(왼쪽), 유형별 상품비중(오른쪽)(출처:우리금융경영연구소)

 

◇ 구색 갖췄으니 `본래 취지` 살릴 때

 

저성장과 저금리가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에서 나타나고 있는 과도한 쏠림현상은 퇴직연금 미래를 어둡게 한다. 예금금리가 3%가 채 되지 않기 때문에 원금보장 위주로 운용될 경우 수익률이 그만큼 변변치 않을 수밖에 없다. 넉넉한 노후대비를 위해 붓고 있는 퇴직연금 취지에도 어긋난다. 지난해 확정급여형 수익률은 연 3%대에 머물렀다.

 

확정급여형 집중에 따른 문제의 소지도 제기된다. 확정급여형은 가입자들에게 임금상승률만큼의 연금펀드 자산가치 상승률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시장금리가 임금상률보다 낮으면 확정금리 상품 위주의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금리보다 높은 임금상승률에 맞추기 위해 금융기관이나 기업이나 정부 중 누군가 손실을 분담해야 하는 것이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제로 2001년부터 2012년까지 연간 임금상승률은 정기예금금리를 1%포인트 이상 웃돌았다"며 "저금리가 더 심화되고 DB형 퇴직연금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면 문제는 더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다보니 초반에는 도입하는데 급급하고 구색을 맞추는 쪽으로 흘러갔지만 이제는 퇴직연금의 체질을 바꿀 때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초기 퇴직연금은 국민연금이라는 공적연금에 더해 노후를 더 안전하게 가져갈 수 있는 사적연금 역할이 강조되면서 도입됐다.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이 갈수록 낮아지면서 퇴직연금을 통해 이 같은 갭을 채우고 높이자는 관점에서 시작된 것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2040년부터 급격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되면서 부족분을 메워줄 또다른 수단이 절실해졌다. 반면 퇴직연금이 아직까지는 소득대체율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심수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퇴직연금 본래 취지를 살리려면 퇴직연금 자산이 자본시장에 투자되고 자본시장 성장이 퇴직자산 가치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 용어설명 :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형

 

확정급여형(Defined Benefit)은 회사가 퇴직금 지급을 위한 재원을 외부 금융기관에 적립해 적립금을 운용하고 근로자가 퇴직시 근속연수를 고려해 사전에 확정된 퇴직금을 금융회사가 연금 또는 일시금 형태로 지급하는 제도다. 적립금 운용 결과와 상관없이 사전에 정해진 퇴직금을 지급하며 회사가 적립금 운용을 책임지고 수행한다.

 

확정기여형(Defined Contribution)은 회사가 퇴직금 지급을 위한 재원을 외부 금융기관에 작립하고 적립금 운용 성과에 따라 근로자가 받는 퇴직금이 변동되는 제도다. 근로자가 적립금을 직접 운용하고 결과에 따라 퇴직시 받는 퇴직금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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