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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퇴직연금]③`롤모델 호주` 성공 비결은

  • 2014.05.07(수) 11:51

슈퍼애뉴에이션 도입 후 소득대체율 높아져
운용시장과 동반성장..한국 금융투자업계도 주목

호주의 퇴직연금 성공 사례는 한국의 퇴직연금이 참고할만한 롤모델로 각인돼 있다. 호주는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한 대표적인 국가다. 이 덕분에 높은 소득대체율과 운용수익률을 자랑하고 있다.

 

퇴직연금의 규모나 성과뿐 아니다. 퇴직연금 성장이 증권 시장과 상승 작용을 하면서 자산운용 측면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금융투자업계가 유독 호주를 더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퇴직연금 한다면 우리처럼"..호주의 모범사례

 

기금형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는 호주의 퇴직연금제도 '슈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은 호주 근로자 95%이상이 가입돼 있다. 거의 모든 근로자들이 퇴직연금에 들었다는 얘기다. 정규직뿐 아니라 아르바이트 등 파트타이머와 비정규직도 포함되며 자영업자도 가입이 가능하다. 세전 월급여가 450호주달러(약 44만원) 미만이거나 주 근로시간 30시간 이하, 혹은 18세 미만이나 70세 이상 근로자 등 제외 대상은 극소수다.

 

슈퍼애뉴에이션에 따라 기업들은 근로자 급여의 9%를 의무적으로 적립하도록 했고 지난해부터 적립률을 서서히 인상해 2020년에는12%까지 높일 예정이다.

 

높은 가입률보다 더 주목해야 하는 점은 바로 퇴직연금 운용 성과다. 퇴직연금 수익률은 14%선으로 한국의 3배나 된다. 퇴직연금을 통한 은퇴 후 소득대체율도 60~70%에 달한다. 한국은 사적연금을 모두 포함해 20%가 채 되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권고하는 퇴직연금의 목표 소득대체율은 70% 수준이다.

 

▲ 호주퇴직연금펀드 자산규모

 

호주의 퇴직연금 성공은 의무 가입의 영향도 받았지만, 무엇보다  믿고 맡길 수 있는 퇴직연금 체계가 잡혀있고 노후를 든든하게 보낼 수 있는 수익률로 연결되면서 선순환의 기반이 조성됐다는 점이 핵심이다.

 

특히 기금선택제를 도입해 자신이 속한 기업에서 만든 퇴직연금 외에 다른 퇴직연금 기금에도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게 했다. 보다 나은 수익률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근로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기금은 기업형, 산업형, 공공형, 소매형, 소형으로 다양화돼 있는데 가입자에게 운용지시권이 부여되고 1년 단위로 변경이 가능하다. 대부분 20~30년 이상 운용되는 초장기 자산 형태며 한국과 대조적으로 확정기여형 비중이 80%이상으로 높다.

 

수익률이 높다는 것은 어느정도 위험상품에 투자하면서 괜찮은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는 의미다. 운용에 있어 호주 퇴직연금은 특별히 운용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주식에 51%, 부동산과 채권에 10%와 14%를 각각 투자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분산투자 형태를 띠면서, 주식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해외투자 비중도 20%선에 달한다.

 

◇ 한국도 제2의 맥쿼리 꿈꿀 수 있나

 

이는 호주 자산운용산업의 급성장으로 이어졌다. 퇴직연금이 커지면서 20년간 자산운용업 운용자산(AUM) 규모가 1710억 호주달러(166조원)에서 2조1000억 호주달러(2044조원)로 늘어난 것이다.

 

퇴직연금 펀드 자산규모도 1992년말 1422억 호주달러에서 2013년말 1조7000억 호주달러로 훌쩍 커졌다. 2012년 국내총생산(GDP. 1조5000억 호주달러)을 넘는 규모이며 지난해 6월말 기준 증시 시가총액(1조4000억 호주달러)을 훌쩍 넘어선다. 주식 투자나 펀드 시장이 예전같지 않은 한국 금융투자업계가 주시하는 대목이다.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퇴직연금 자산의 자본시장 투자비중(2011년 기준, 출처: 자본시장연구원)

 

호주 자산운용업의 전체 자산 중 퇴직연금의 비중은 70%에 달한다. 퇴직연금이 자산운용산업에서 비옥한 풍토 역할을 한 셈이다. 한국의 운용자산이 국내 GDP나 시가총액 대비 50%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과는 크게 대조된다.

 

퇴직연금 덕분에 호주에서는 맥쿼리와 같은 세계적인 운용사가 나타날 수 있었다. 맥쿼리는 호주의 슈퍼애뉴에이션 도입 후 인프라스트럭처펀드를 선보이면서 퇴직연금 자산을 운용했고 가입자들에게 꽤 만족스러운 수익률을 안겼다.

 

호주의 자산규모는 2019년 7조 호주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기금설정과 운용 등의 경험 덕분에 다양한 자산운용서비스를 해외로 수출하면서 호주 자산운용업계의 성장 전망은 더 밝아졌다.

 

차지훈 우리금융연구소 연구원은 "퇴직연금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호주 사례는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준비 중인 우리에게도 시사적"이라며 "가입자에게 기금선택권이나 운용지시권을 부여하면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성과 제고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퇴직연금 활성화가 기금형 지배구조 외의 또다른 요인에 힘입은 것일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선진사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용어설명 : 슈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

 

호주가 1992년부터 도입한 강제 퇴직연금제도. 근로자의 퇴직연금 가입과 기업의 기여금 납부를 강제화한 제도로 월소득 450호주달러 이상인 상근 및 비정규근로자는 의무가입 대상이 된다. 기업은 근로자 임금의 9%를 적립하고 근로자가 원하는 펀드에 투자해 은퇴할 때까지 운용한다. 근로자는 기금유형을 선택할 수 있고 같은 기금 내에서도 다양한 기준으로 특화한 펀드를 고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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