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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퇴직연금]⑥"미래 보고(寶庫)" 증권사 준비 박차

  • 2014.05.13(화) 13:09

기존 보험·은행 독식..투자금융업계 기대속 `미래 대비`
차별화된 서비스로 승부..예탁원 인프라구축 지원사격

퇴직연금 시장은 이제 막 80조원을 넘어섰지만 올해 안에 100조원을 넘고, 향후 1000조원대 시장으로까지 성장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적용할 때 2050년까지 2000조원대 시장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금융권에서 퇴직연금 시장을 하나같이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이 중 퇴직연금의 제도 개선을 바라는 쪽은 기득권을 갖고 있는 보험이나 은행이 아닌 증권사나 운용사 등 자산운용업계다. 그간 확정급여형에 집중되면서 퇴직연금 성과가 두드러지는 곳은  대형 보험사와 은행들이었기 때문이다. 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17%로 은행(51%)이나 보험(30%)에 비해 상당한 열세다.

 

◇ 소외 받았던 금융투자업계 `와신상담`

 

퇴직연금에서 증권업계가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것은 퇴직연금 구조 영향이 컸다. 도입 초기 대기업들은 확정급여형을 선호했고 실제로 지금까지 확정급여형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확정급여형은 생명보험사들에게 가장 유리하게 작용했고 확정기여형에 적합한 증권사들은 거의 덕을 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확정급여형이 선호되는 현상은 퇴직금에서 퇴직연금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과도기적인 상황으로 볼 수 있다"며 "기존의 퇴직금 제도와 유사한 확정급여형이 유리했다"고 설명했다.

 

▲ 출처: 금융감독원(2013년3월 현재)

 

실제로 금융투자업계에 유리한 펀드로 운용되는 확정기여형 비중은 20%수준에 불과하다. 퇴직연금이 성공한 호주의 경우 확정기여형의 비중이 80%로 압도적으로 높고 실적배당 상품 위주로 운영되면서 자본시장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일찌감치 퇴직연금 시장이 발달한 미국 역시 초기엔 확정급여 형태의 종신연금이 주류였지만 점차 개인이 자기계정에 불입해 자기 책임으로 운용 관리하는 제도로 이동이 늘어나고 있다. 개인이 적극적으로 적절한 운용수단을 찾고 금융사들은 이에 걸맞는 상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다.

 

이렇다보니 최근 들어 개인 퇴직연금 시장이 성장하고 원금보장형에서 탈피하기 위한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금융투자업계에게도 기회가 열릴 것이란 기대가 크다.

 

◇ `남은 파이 작아졌다` 회의론도

 

운용업계는 기금형 도입을 촉구하고, 업황악화로 고전하는 증권사들도 마지막 보루로 여기고 퇴직연금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사실 기금형이 도입되더라도 증권사들에겐 유리해지는 부분이 크진 않다. 기금형 도입으로 별도로 독립된 기금들이 운용사들에게 운용을 위탁하면서 자산운용업계엔 직접적인 수혜가 되지만 증권업계로서는 판매사로서 입지가 크게 커지긴 어렵다.

 

한 증권사 퇴직연금 담당자는 "기금형 도입 시 운용사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고 펀드시장 등이 활성화되고 주식시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면 간접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은행 등과의 파워게임에서 여전히 밀리기 때문에 기금형 도입의 직접적인 수혜는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보험업계에서도 대형사들의 독식으로 중소형사들이 손을 떼고 있어 뒤늦게 나설 경우 승산이 있을지는 따져봐야 한다. 증권업계 역시 대형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유리하지만 금융지주 계열이거나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특화된 서비스가 아니면 승부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퇴직연금 사업에 들어가는 초기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이미 시장 선점이 어느정도 이뤄졌기 때문이다. 은행계 증권사들은 계열은행과 상품 연계를 꾀할 수도 있지만 내부적으로 경쟁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도 부담으로 지목된다.

 

증권업계 서비스로 승부수

 

대형증권사들의 경우 퇴직연금 운용이나 컨설팅 측면에서는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증권사 퇴직연금 담당자는 "운용이나 컨설팅 측면에서는 분명 증권사들이 특화돼 있고 능력면에서도 우수하다"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차별화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투자자들에게 퇴직연금 상품을 알리는 것은 물론 그들만의 퇴직연금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별도의 부서를 마련해 고객을 관리하는 것은 물론 전용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관련 자료를 정기적으로 내는 곳도 늘고 있다.

 

대우증권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확정기여형 사업장을 위한 맞춤형 제도를 도입했다. 경영성과급 일부를 퇴직연금으로 납입하는 '경영성과급 DC제도'나 승진으로 임금 상승 시 추가부담금을 납부해주는 '승진보상 DC제도'를 도입해 호응을 얻었다. 전국 지점에서 자산관리 전문가가 퇴직연금 가입 사업장을 대상으로 사후 연금 관리를 해주는 '펜션케어 서비스'도 내세우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은퇴설계연구소를 출범해 퇴직연금을 포함한 연금상품에 대한 종합적인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퇴직연금 홈페이지를 개설했고 퇴직연금 재테크 전략을 담은 책도 내놨다.

 

대신증권은 매월 퇴직연금 가입자들에게 국내외 시장 전망과 상품 특징을 설명하는 투자전략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으며 우리투자증권도 퇴직연금 교육시스템을 통해 상품을 추천하고 퇴직연금 시뮬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한다.

 

연금시장에 우위를 점하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은 일찌감치 퇴직연금에서 랩어카운트 서비스를 개시한 바 있고 차세대 퇴직연금 시스템을 마련해 놓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퇴직연금 전용 가입자 웹을 오픈하고 다양한 상품군을 추가했다. 가입자 웹에서는  퇴직연금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와 업그레이드된 매매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예탁결제원도 퇴직연금 시장을 주시하며 퇴직연금 인프라인 `펜션클리어`를 구축할 계획이다. 예탁결제원은 최근 신사업으로 자산운용업계와 운용중인 펀드넷 서비스를 활용해 퇴직연금 시장을 지원하는 중앙집중 인프라 구축 포부를 밝혔다.  일종의 지원사격에 나서면서 신성장 동력 중 하나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최근에는 유재훈 사장이 직접호주를 방문해 호주 퇴직연금 규제기관과 참가자 협회 등과 펜션클리어 구축에 대한 협의에 나섰다.

 

예탁원 관계자는 "퇴직연금 규모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인프라 구축과 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호주 방문으로 선진 퇴직연금제도 사례를 벤치마킹해 퇴직연금시장지원 플랫폼의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은 최근 호주 증권투자위원회(ASIC)를 방문, 그레그 메드크래프트 위원장(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의사회 의장 겸직)을 만나 호주 퇴직연금 관련 협력체계 구축 협의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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