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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톡톡]오너가 준 공짜 주식..사라진 100억

  • 2014.10.22(수) 15:14

 

오너가 자기 주식을 직원들에게 공짜로 줬는데, 회사 비용으로 처리한다?

 

다음 달 코스닥 상장을 앞둔 한 회사가 회계처리 문제로 지난 3년간 100억원의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억울해하고 있다. 보통 기업공개를 앞두고 몸값을 올리기 위해 실적을 '뻥튀기'하는데, 이 기업은 오히려 실적을 까먹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왜일까?

지난 2011년 김대영 슈피겐코리아 대표이사는 자신이 갖고 있던 회사 주식 64만9500주(15%)를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스마트폰 케이스 등을 만드는 이 회사는 아이폰을 등에 업고 급성장했고, 김 대표는 커진 ‘파이’를 직원들과 나누기로했다. 김 대표는 “직원 대부분이 창립 멤버였다”며 “그만큼 대우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공짜로 주식을 받는 조건은 ‘2년간 용역’ 하나였다. 2년간 회사를 그만두지만 않고, 회사가 상장에만 성공한다면 직원들은 말 그대로 돈방석에 앉게 되는 것이다. 회사는 개인(오너)과 개인(직원) 간의 단순 거래로 보고 회계처리하지 않았다.

문제는 1년 뒤에 터졌다. 회사는 감사인을 삼일회계법인으로 바꾸고 상장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삼일회계법인이 2012년 감사의견을 ‘한정’으로 표명했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한정’은 일부 회계처리가 부적정하게 처리됐다는 뜻으로, 상장 결격 사유다.

일 년 전 ‘주식 무상 양도’가 문제였다. 삼일회계법인은 “주식기준보상 회계처리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제회계기준(IFRS)에선 ‘주식 무상 양도’를 개인 간의 거래로 볼 수 없고, 개인과 회사와의 거래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오너가 직원들에게 직접 주식을 나눠줬지만, 회계상으로 ‘오너-회사-직원’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논리였다.

 

삼일회계법인은 기업회계기준서(제 1102호) '주식기준보상'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주주가 종업원에게 지분을 이전하는 거래도 다른 주식기준보상거래와 동일한 방식으로 회계처리하여야 한다고 결론냈다. 비록 김 대표가 개인 자산(주식)을 개인(직원)에게 무상으로 양도했지만, 이를 기존의 스톡옵션과 같은 방식으로 회계 처리해야한다는 것이다. 현재 회사가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면, 이를 비용으로 반영하고 있다.

회사 측은 “현금 유출도 없었는데, 왜 재무제표를 흐리게 하느냐”며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회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주식보상비용 98억6100만원을 2011~2013년에 걸쳐 판관비로 계상했다. 3년간 영업이익이 100억원 가량 줄어든 셈이다. 회사 입장에선 현금 유출이 없고, 판관비로 줄어든 98억6100만원 만큼 자본(기타자본잉여금)이 늘어났기 때문에 손해볼 것은 없다.

 

하지만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는 특수 상황을 고려하면, 멀쩡한 영업이익 100억원이 없어진다 것은 아쉬울 수 밖에 없다. 회계기준을 바꾸고나서야 삼일회계법인은 2013년 슈피겐코리아에 감사의견 '적정'을 통보했다.


상장주관사인 삼성증권의 IB본부 관계자는 “오너 개인 재산인 주식을 직원들에게 나눠줬는데, 회사 손익이 줄어든 다소 황당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삼성증권 IB본부 직원은 “이번 슈피겐코리아 건은 개인 간의 주식 무상 양도 거래를 비용으로 처리하는 국내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식을 무상으로 받은 직원들은 세금(근로소득) 등 또 다른 이슈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회계기준원 관계자는 “주식기준보상으로 회계처리하는 것이 맞다”며 “IFRS 도입 이후 주식기준보상에 대한 기준이 더욱 명확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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