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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톡톡]'분식의 추억'..알고도 또 당한다

  • 2015.05.06(수) 11:33

회계학회 '감리 실패' 심포지엄
"네오세미테크·모뉴엘 분식회계 닮아"

지난 2010년에 터진 네오세미테크 사태는 코스닥 업계 최악의 분식회계로 기록되고 있다. 개인 투자자가 수천억원의 피해를 본 ‘개미지옥’이었다. 이 사건은 감사인이 왜 분식을 잡아내지 못했는지 등의 궁금증을 남긴 채 잊혀졌다.

이 가운데 한국회계학회가 최근 감리실패 사례로 네오세미테크를 연구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5년이 지난 분식회계 사건이 현재에도 `유용한` 이유는 최근 터진 모뉴엘 사건 등에서도 네오세미테크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최근 열린 ‘국제회계기준(IFRS) 하에서의 감리사례와 대학교육 심포지엄’에서 김문철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와 안성희 충정회계법인 회계사는 우회상장기업의 회계부정에 대한 감사실패 사례로 네오세미테크에 대해 발표했다. 김 교수는 “코스닥 부실기업이 막무가내로 회계 처리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웨이퍼를 만드는 네오세미테크는 지난 2009년 9월 우회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입성했다가, 2010년 8월 상장폐지됐다. 우회상장 과정에서 회계법인이 인덕회계법인에서 대주회계법인으로 바뀌었는데, 새 감사인이 분식회계를 발견하면서다. 거래정지 기간을 빼면 상장 기간은 5개월에 불과했다. 시가총액 6000억원이 넘었던 기업이 분식으로 순식간에 상장폐지되면서, 일반 투자자의 피해가 컸다.

분식의 수법은 전형적이었다. 가짜 거래를 통해 허위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의 A 대표이사는 홍콩과 대만 등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국내 하청업체와 짜고 ‘자전거래’를 했다. 실물의 인수도 없이, 모양만 유사한 위장 물품을 거래하는 방식이었다. 일명 '뺑뺑이 무역' 수법이다. 기계설비를 판매하지도 않고, 하청업체와 짜고 허위매출도 올렸다. 또 재사용이 불가능한 원재료(스크랩)를 매입단가의 2배 이상에 팔고, 이를 매출로 계상했다. 모두 가공거래였다. 가공매출은 2008년부터 2009년 9월까지 총 1767억원에 이르렀다.


이 기간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대부분도 허위로 계상됐다. 또 2008년 476억원, 2009년 3분기 423억원의 매출총이익이 과대계상됐다.

유형자산 대부분도 가짜였다. 실물도 없는 기계설비를 허위로 매입해 유형자산을 과대계상했다. 또 제작 중인 기계설비의 시험 운전비용으로 68억원을 쓰고, 이를 건설중인 자산으로 자본화했는데 이것도 가짜였다. 이익을 부풀린 목적으로 자산의 감가상각시기를 지연시켰다.
 


이 같은 전형적인 분식을 회계법인은 왜 잡아내지 못했을까? 김 교수는 “서울대 출신의 대표이사, 은행 대출 등을 믿고 이 회사의 내부통제위험을 낮게 평가했다”고 분석했다. 감사인이 서울대 공학박사와 LG전선 연구실장 출신인 A 대표의 이력을 지나치게 믿은 것이다. 또 대출기관들이 네오세미테크에 돈을 빌려준 만큼 기술력과 사업성이 충분히 검증됐다고 여겼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셈이다.

하지만 위험 신호는 계속 있었다. 2008년 네오세미테크의 매출과 재고자산이 비정상적으로 늘었다. 2007년 대비 매출은 228%, 재고자산은 79% 증가했다. 김 교수는 “매출이 급성장하는 회사의 경우, 감사인이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봐야한다”고 말했다.

분식을 의심할 수 있는 정황들도 충분했다. 네오세미테크는 2008년 101억원의 시스템 매출이 발생했다고 회계법인에 명세서를 제시했다. 그런데 이 명세서에 매출 원가는 0원이었다. 매출에 대응되는 매출원가가 없었는데도, 감사인은 가공 거래를 의심하지 않았다. 또 회계법인은 ‘고철 덩어리’(스크랩)를 매입단가보다 2배 비싸게 팔았다는 것을 알고도, 이를 대충 넘겼다.

감사인은 또 2007년 말 신규 공장이 가동되어 매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건설 중인 자산이 3배 증가한 것에 대해 분식을 의심하지 않았다. 신규 공장이 완공됐는데도, 건설 중인 자산이 감소하지 않으면 가공 자산이 계상됐을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이 회계법인은 과징금 1억원을 부과받았다. 또 소액주주 피해액의 9%를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했다.


네오세미테크는 작년 말 터진 모뉴엘 사태와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다. 모뉴엘은 해외에 허위거래를 통해 허위매출을 올렸고, 이 가짜 거래를 통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신뢰를 쌓았다. 모뉴엘 대표이사는 ‘삼성전자 북미 판매왕’ 출신이란 점을 알리고 다녔다. 특히 두 기업 모두 매출과 이익은 급증하는데 영업현금흐름은 마이너스였다.
 
김 교수는 "이익이 급증하는데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경우 (분식회계에 대한) 건전한 의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의 대출 심사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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