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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톡톡]포스코, 102억짜리 기술 1023억에 인수

  • 2015.03.23(월) 10:16

포스코, 삼창기업 '무리한' M&A
'M&A 웃돈' 영업권 773억에 달해

 

포스코그룹이 지난 2012년 인수한 삼창기업의 원자력 사업부문은 ‘찜찜한’ 구석이 많은 인수합병(M&A)이다.

인수 직전인 2011년 감사보고서만 봐도 삼창기업이 얼마나 부실한 기업인지 알 수 있다. 삼창기업은 2010년부터 2년째 완전자본잠식에 빠져있었고, 2011년에는 특수관계자에게 180억원을 빌려주고 절반 이상을 떼일 위기였다.

그런데 포스코는 이런 부실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웃돈’까지 얹어 사들였다. 포스코는 1023억원을 들여 삼창기업의 원자력 사업부문을 인수했는데, 이중 영업권이 773억원에 달했다. 영업권은 M&A과정에서 매물의 순자산가액보다 비싸게 산 ‘웃돈’(프리미엄)으로, 실체 없는 무형자산이다. 정작 삼창기업이 보유한 기술력의 가치는 102억원에 불과했다.

시계를 2012년으로 돌려보자. 포스코ICT는 자회사인 포뉴텍을 설립해 삼창기업의 원자력 부문을 1023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삼창기업의 재무상황은 극도로 악화되고 있었다.

매출은 2008년 1651억원에서 2011년 954억원으로 줄었다. 2010년부터 2년간 수백억원대의 영업손실이 이어졌고, 결손금이 누적되면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특수관계자에게 돈을 떼이는 경우도 많았다. 삼창기업은 2011년 엔바로테크, 이룸기술, 삼평, 에스지오 등 투자회사에 단기대여금으로 총 181억원을 빌려주고, 대손충당금으로 94억원을 쌓았다. 돈을 떼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심지어 임직원에게 53억원을 빌려주고, 1억6540만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았다.

돈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삼창기업은 2010년 이미 이룸기술과 삼평 등에 대해 수억원의 장부가를 0원으로 처리했다. 재무상태가 심각하게 악화되어 투자 지분의 회복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해서다.

작년 1월 이두철 삼창기업 회장이 구속기소된 것도 이와 관련 있다. 이 회장은 회사자금 156억원을 빼돌리고, 142억원의 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수십억원을 들인 개발도 실패했다. 2011년 삼창기업은 고성능열전도 프로젝트에 대한 개발비 34억원을 손상차손으로 처리했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이 희박해서다. 손상차손은 자산(개발비)의 가치가 회복하지 힘든 수준까지 떨어져, 이를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재무정보는 누구나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 재계 서열 6위 포스코가 인수 기업의 재무 상태조차 파악하지 않았을 리 없다. 정치적 외압설이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래픽 = 김용민 기자]


회사의 재무상태는 부실하지만, 이 회사가 보유한 기술력 가치가 높다면 포스코의 M&A는 큰 문제가 되지않는다. 하지만 1023억원을 주고 인수한 이 기술력의 가치는 단 102억원에 불과했다.

포뉴텍의 2013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창기업 원자력 사업 부분의 순자산 가치는 250억1900만원 수준이었다. 순자산은 자산총계에서 부채총계를 뺀 금액으로, 자본이라고도 한다. 빚을 다 갚고 남는 순수한 회사의 자산이 250억1900만원이라는 얘기다.

자산총계는 수주잔액 151억원, 기술력 102억원, 매출채권 59억7100만원 등 총 405억5100만원 수준이었다. 부채총계는 퇴직급여충당부채 128억3500만원, 공사손실충당부채 27억9600만원 등 155억3200만원이었다. 즉 자산총계(405억5100만원)에서 부채총계(155억3200만원)을 빼면 순자산(250억1900만원)이 나오게 된다.

포뉴텍이 1023억원을 주고 인수한 회사의 순자산 가치가 250억1900만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나머지 772억9800만원은 모두 영업권으로 처리했다. 순자산의 3배 이상을 프리미엄으로 인정했다. 재무상황이 극도로 악화된 회사의 102억원 짜리 기술을 사오는데 772억9800만원의 웃돈을 준 것이다.

포뉴텍은 현금 534억원과 유상증자로 마련한 499억원으로 인수대금을 마련했다. 인수대금이 부족해 신주까지 발행하면서까지 공격적으로 M&A를 추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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