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지난해와 대조적으로 큰 폭의 이익을 실현했지만 신용평가사들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내년 증권업 전망은 '부정적'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평사들은 국내 증권사들이 금리 리스크에 여전히 취약하며 우발채무가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점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개편도 새 변수로 지목된다. 신평사들의 제시한 증권업계의 리스크 요인을 모아봤다.

◇ 금리 오르면 대규모 손실 불가피
증권사들이 올해 실적에서 숨통이 트인데는 금리 하락이 주효했다. 구조조정으로 발생한 비용과 위탁수수료, 투자은행(IB) 수수료 감소가 제법 발생했지만 채권 평가이익과 처분이익이 이를 상쇄해줬다.
지난 2013년 회계연도만해도 금리 인상으로 대규모 채권운용 손실이 발생하면서 증권업 전체적으로 1098억원의 순손실이 났다 올해는 277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증권사의 채권보유가 늘어난데는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나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에 따른 대고객 부채 증가와 함께 채권을 중심으로 유가증권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2007년 회계연도에 73조원대였던 유가증권 규모는 올해 6월 기준으로 187조원대로 급증했다. 유가증권 가운데 채권 비중은 80%를 상회한다.
채권보유 증가는 과거보다 금리 변동이 증권업 수입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그만큼 금리상승 시 나타날 수 있는 위험도 커진 셈이다. .
내년에도 위탁매매 부문의 실적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돼 금리가 오를 경우 이는 수익성 저하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는 있지만 만약의 금리 급변동 가능성은 언제든 상존한다. 신평사들은 이로 인해 자본적정성 훼손이 나타나는 증권사들의 경우 등급 하향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이스신평은 "증권사들의 유가증권 규모 증가와 금리 변동에 따른 자기매매 손익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올해 들어 금리안정화로 자기매매 손실폭이 줄었지만 금리가 오를 경우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 우발채무 급증..숨겨진 뇌관 될라
최근 증권업 리스크 요인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항목은 우발채무다. 불확정채무라고도 불리는 우발채무는 장래 일정 조건이 발생하면서 채무가 되는 것을 말한다. 지난 6월말 현재 증권업 우발부채는 17조4000억원으로 자기자본대비 42.3%, 유동성 자산에서 유동성 부채를 뺀 유동성 갭 대비 32%수준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의 우발채무는 지급보증과 매입보장약정, 채무인수약정 등으로 구성된다. 지급보증은 대개 기업들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때 모기업이나 계열사에서 많이 서지만 금융기관들도 일정 수수료를 받고 지급보증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매입약정은 유동화 회사가 발행하는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등이 시장에서 전부 매각되지 않을 경우 일정한 할인율을 상한으로 증권사가 잔여 ABCP를 매입할 것을 보장하는 것이다. 매입보장 기관이 ABCP 차환발행과 관련한 유동성 위험을 흡수해준다.

▲ 증권업 우발채무 추이(출처:한기평) |
우발부채는 증권사들이 신규 수익 창출을 위해 투자은행(IB) 사업부문을 확대하면서 꾸준히 증가했다. 신용공여 주체가 다양화되고 장기 기업어음(CP) 발행규제 등의 제도변화 역시 우발채무를 늘렸다. 2013년 5월부터 만기 1년 이상의 장기 기업어음(CP)에 대한 증권신고서 제출이 의무화되면서 장기 ABCP 발행이 어려워지자 차환위험을 막기 위해 증권사들의 유동성 공여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조병준 한국기업평가 연구위원은 지난 9월 보고서에서 "과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가 건설사 신용도 하락의 주된 원인었던 만큼 일부 중소형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유동화 익스포저가 과중하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가진다"고 판단했다.
내년부터는 대형IB들의 신용공여가 더 확대되고 NCR 개편으로 실질적인 투자여력이 증가하면 우발부채는 추가로 늘어날 여지가 있다. 수익성이 저하된 증권사들이 자체 신용공여를 통해 수익원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우발채무 규모를 키울수록 그만큼 실제 채무 현실화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따라서 한기평은 "우발부채의 자기자본 대비 비중과 규모, 실질 담보수준, 우발채무의 현실화 가능성과 유동성 대응 능력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금융시장 환경이 급변할 경우 급격한 유동성 저하나 재무안전성 저하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우발채무 규모와 증가 추이를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 NCR 개편, 대형사 리스크 확대 가능
새로운 NCR 체계도 일부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
새로운 NCR 적용으로 대형사는 NCR이 상승하고 중소형사는 큰 변동이 없거나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다보니 초기에는 중소형사들의 NCR 하락이 상대적으로 크게 우려됐지만 국내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규모를 감안할 때 감내 가능하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특히 특화형 중소형사들은 NCR 개정에 따른 하락 정도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오히려 대형사의 경우 NCR이 상승하고 위험인수 여력이 증가하면서 자본 활용도가 높아지는 만큼 이에 따른 리스크 관리에 대한 주문이 예상된다.
결국 불리한 영업환경 등을 감안하면 내년 신평사들은 증권사 신용등급을 올리기보다 하향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올해는 메리츠종합금융증권과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의 등급이 상향조정된 반면, SK증권과 동부증권, 현대증권, KTB증권, 한화투자증권, 리딩투자증권은 등급전망이 하향되거나 등급이 강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