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6월의 굵직한 증시 변수 하나가 무탈하게 지나갔다. 여전히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당장은 금리가 동결되고 9월 이후로 인상 시기가 점쳐지면서 시간을 벌었다는 평가다.
시장의 관심도 연내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인상 속도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준이 점진적 인상을 시사한 만큼 금리 인상이 급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당분간은 잔파도에 그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최근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는 등 주변국들의 추가 완화도 지속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변수로 꼽힌다.
◇ 9월까지는 일단 시간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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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내 인상 가능성이 유지됐지만 시장은 우려하기보다는 안도했다. 지난 5월 자넷 옐런 연준 의장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후 이를 능가하는 악재가 나오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연준은 경기 판단 개선에도 올해 성장률 전망을 하향했고 물가 전망도 그대로 유지했다. 따라서 금리 인상이 예정돼 있더라도 당장은 9월까지 시간을 벌게 됐다는 긍정적인 측면에 더 주목하고 있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경계와 달리 완화적 스탠스를 지속했다"며 "금리인상에 대한 섣부른 시그널 제시보다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기 위해 비둘기파적인 색채를 고수했다"고 평가했다.
◇ 연내 인상보다 느린 속도 주목
이처럼 시장의 시선이 연내 금리 인상보다 인상 속도로 옮겨가고 있는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17명의 연준 위원들이 미래 기준금리 전망치를 반영하는 점도표에서는 미래 기준금리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그만큼 금리인상 속도가 느려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옐런 의장 역시 금리인상이 9월이든 12월이든 그 시기보다 과정이 중요하며 지표 개선 여부를 보며 신중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유나 동부증권 연구원은 "올해 금리인상 가능성이 상당부분 예상된 만큼, 2,3번째 금리인상 시기가 중요해졌다"며 "향후 금리 인상이 매우 완만하고 신중하게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고 말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준 위원의 금리전망 점도표에 따르면 금리인상 시점은 물론 인상 속도 역시 FOMC 회의가 열릴 때마다 계속 늦춰지는 모습"이라며 다음 FOMC까지 금융시장이 박스권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불확실성이 충분히 해소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천정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결국 인상 시점과 횟수는 경기 지표에 달렸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유동성 환경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 美, 주변국 통화완화 움직임 어쨌든 부담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 속에서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통화완화 움직임도 지속되고 있다. 당장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여파를 겪으며 내수가 위축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금리 인상은 아직 남의 얘기에 가깝다.
최근 1년간 무려 25개국에 달하는 곳이 통화완화에 나섰고, 지난 한달동안에만 한국뿐 아니라 뉴질랜드와 인도, 러시아가 금리 인하에 나섰다. 이처럼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에 미국과 다른 국가들간의 통화정책 괴리는 과거에 결코 흔했던 일은 아니다. 따라서 미국이 쉽게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란 이유로 계속 지목되고 있다.
최근 통화완화에 나선 국가들 외에 스위스와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와 호주 등도 추가 완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중국도 지난 5월 금리를 인하했고 추가 인하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있다.
레인하드 클러스 UBS 이코노미스트는 CNBC에서 "적어도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 사이의 괴리가 수년간은 지속될 수 있다"며 "ECB가 양적완화를 지속하겠다고 밝힌 2016년까지는 연준이 금리 사이클로 진입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