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를 들고 있지 않아도 온·오프라인 결제를 손쉽게 할 수 있는 간편결제 시장이 무르익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 난다긴다하는 업체들을 비롯해 유통 '강자'들까지 뛰어들면서 판이 커졌다. 전에 없던 시장이 열린 것이라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이용자를 끌어 모으기 위한 마케팅전이 불을 뿜고 있다. 특히 간편결제를 시작으로 핀테크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 NHN엔터테인먼트의 싸움이 뜨겁다. 막 걸음마 단계인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을 점검하고 각 서비스 성과와 특징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다. 인터넷 검색포털 및 게임 업체를 비롯해 이동통신사, 휴대폰 제조사, 쇼핑몰,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들이 참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이 'SSG페이'라는 간편결제를 내놓은데 이어 롯데와 현대백화점도 연내 관련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유통 업체들도 발을 들여놓고 있다.
삼성페이·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서비스명을 한결 같이 'OO페이'라고 지었으나 저마다의 강점을 기반으로 설계했기 때문에 방식이나 형태가 제각각이다. 아직 주도적인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무주공산을 한발 먼저 차지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시장이 뜨거운 것은 모바일 시대를 맞아 스마트폰을 이용해 금융 업무나 결제를 손쉽게 처리하는 일이 대중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수는 3800만명.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된 가운데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대체할 결제 수단으로 간편결제만큼 딱인 것이 없다.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하고 음식을 배달 시키며 택시를 부르는 등 모바일 서비스가 생활 속으로 깊숙이 침투하는 것도 간편결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시장 전망도 밝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세계 모바일 결제 규모는 지난해 3457억달러에서 올해 4909억달러(한화 약 585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모바일 결제시장 규모는 2013년 1분기 1조1270억원에서 지난해 4분기 3조8830억원으로 급성장하기도 했다. 모바일 결제시장이 성장하면서 새로운 유형의 결제 서비스인 간편결제도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간편결제 시장은 특히 올 하반기 들어 본격적으로 무르익고 있다. 국내 최대포털 네이버가 지난 6월 말경 '네이버페이'를 정식 출시했으며 뒤이어 NHN엔터테인먼트의 '페이코(8월)'와 삼성전자 '삼성페이(8월)'가 연달아 나왔기 때문이다. 기존 주요 사업자인 LG유플러스의 '페이나우'와 카카오의 '카카오페이' 등과의 대격돌인 이른바 '페이(Pay)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탄탄한 고객 기반을 갖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 NHN엔터테인먼트, 삼성전자 등이 출사표를 던지고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달리기 시작하면서 초반 레이스도 화끈하게 전개되는 모습이다. 간편결제 시장은 아직 초반이라 주도적인 사업자가 누구라고 딱히 말할 수는 없으나 이용자수를 기준으로 누가 먼저 치고 나가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현재 가입자수 기준으로 가장 앞서는 것은 1500만명을 확보한 네이버페이다. 네이버페이는 출시 전 '체크아웃'이란 이름으로 이미 서비스를 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국내 최대포털 네이버(회원수 3800만명)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파급력이 가장 큰 서비스로 주목 받고 있다.
뒤를 이어 카카오의 '카카오페이(500만)'와 LG유플러스 '페이나우(300만)', NHN엔터테인먼트 '페이코(150만)' 순으로 집계된다. 삼성전자가 지난달에 내놓은 '삼성페이'는 간단한 사용법과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결제할 수 있다는 강점 때문에 출시 한달만에 60만명을 돌파하는 등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주요 업체들은 이용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가맹점 수를 확대하거나 차별화된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네이버페이 사용성을 강화하기 위해 제휴 카드사 및 은행 수를 늘리는가 하면 결제 가능한 가맹점을 외부 백화점이나 아울렛, 대형몰 등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는 최근 하나의 바코드로 다양한 제휴사의 포인트 적립과 관리 및 쿠폰 사용이 가능한 카카오페이 '멤버십' 기능을 추가했다. 아울러 카카오페이를 전기세나 지방세 등 공과금 납부 결제수단으로 특화한다는 전략이다. 공과금 납부 고지서를 카카오톡으로 받고 결제는 카카오페이로 하는 방식이다.
새 먹거리로 핀테크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NHN엔터테인먼트는 공격적인 마케팅과 계열사의 역량을 총집결하는 방식으로 승부수를 걸고 있다. 올해에만 가입자 및 가맹점 확보와 광고비 등으로 총 12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며, 전자결제대행서비스 '한국사이버결제', 음악 서비스 '벅스' , 티켓예매 '티켓링크' 등 계열사와 손을 잡고 이용자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