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플라이, 엠게임 등 중견 게임사들이 신성장 동력으로 하나같이 '가상현실(virtual reality·VR)'을 내걸고 있다. 넥슨과 넷마블게임즈 등 대형사들이 '모바일'과 '글로벌'에 올인하는 것과 비교되는 행보라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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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총싸움게임(FPS) '스페셜포스'로 유명한 드래곤플라이는 지난 21일 이사회을 열어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시너지파트너스 등 4개 투자사를 대상으로 총 9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사모로 발행키로 했다.
드래곤플라이는 조달 자금을 가상현실 및 모바일게임 개발에 투입할 계획이다. 간판 게임 스페셜포스의 가상현실 버전 및 변신로봇 캐릭터 '또봇'의 지적재산권(IP)를 활용한 가상현실 레이싱 게임을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박철우 드래곤플라이 대표는 "신성장동력인 VR게임 시장 선점과 적극적인 글로벌 모바일게임시장 공략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회사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인 만큼 이번 자금확보가 주주가치 극대화로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 무협게임 '열혈강호'로 유명한 엠게임과 댄스게임 '오디션' 개발 및 퍼블리싱 한빛소프트 등도 가상현실을 새로운 먹거리로 제시하고 개발에 돌입했다.
엠게임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사업 발표회를 열고 가상현실을 적용한 실시간 전략 및 카지노 게임 신작과 육성 시뮬레이션 인기작 '프린세스메이커'의 가상현실 버전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한빛소프트 역시 간판작 오디션을 활용한 가상현실 버전 신작을 비롯해 요리와 영어 교육 등 다양한 소재의 게임 총 5종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가운데 '프로젝트 K'란 이름의 게임은 이용자가 여러 레시피들을 조합해 음식을 직접 조리하는 과정을 담은 독특한 방식이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농구게임 '프리스타일'로 유명한 조이시티는 인기 모바일게임 '건쉽배틀'을 활용한 가상현실 게임을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조이시티는 이미 지난 2013년부터 VR 관련 학술 연구를 시작, VR 기기 기업인 오큘러스와 밸브, 소니 등과 협력관계를 구축해왔다. 지난 2014년말부터 건쉽배틀 가상현실 버전 개발에 착수하기도 했다.
가상현실은 이 분야 대표 제조사 오큘러스가 지난 1월 일반인용 상용화 기기 '오큘러스 리프트'를 처음 선보이면서 대중화를 이끌었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차세대 플랫폼으로 가상현실을 주목하고 전용 카메라 등을 선보이면서 관련 산업이 점차 무르익어 가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가상현실은 영상 콘텐츠 가운데 게임과 궁합이 잘 맞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소니 등 세계적인 비디오게임사들이 일찌감치 관련 타이틀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이러한 비디오 진영의 발빠른 움직임과 달리 온라인게임을 주력으로 하는 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다소 굼뜬 편이다. 넥슨과 넷마블게임즈, 엔씨소프트, NHN엔터테인먼트 등은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체질 전환하는데 집중하느라 가상현실 분야에 선뜻 발을 들이지 않고 있다.
대형사에 비해 중견 게임사들이 가상현실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모바일로 대형사와 직접적인 경쟁을 하느니 새로운 분야를 선점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신성장 동력을 발판으로 지금의 실적 부진을 벗어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실제로 가상현실을 내걸고 있는 게임사들은 죄다 실적이 신통치 않다. 드래곤플라이는 간판작 스페셜포스의 흥행을 이을만한 이렇다할 성공작이 없어 지난 2012년 75억원의 연결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한 이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순손실 적자를 이어갔다.
엠게임 또한 열혈강호 외 별다른 흥행작이 나오지 않아 2013년 1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이후 비용절감 노력과 사옥 일부 매각 등에 힘입어 이듬해 25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전환하는 등 2014년을 기점으로 살아나고 있다.
조이시티는 2013년 1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로 돌아섰다가 이듬해 56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전환했으며, 한빛소프트는 2010년부터 순손실을 내면서 적자전환한 이후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순손실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