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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뮤직 전쟁]②성벽 쌓은 토종

  • 2016.12.12(월) 09:39

충성 고객 확보 위해 출혈 마케팅 불사
검증된 사업모델, 콘텐츠 경쟁력 '무기'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애플과 구글이 음악앱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관련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이들 서비스는 토종보다 콘텐츠 보유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각각 애플 iOS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기본 탑재된 것은 무시 못할 경쟁력이다.


그러나 국내 음원 시장의 지형도를 단번에 뒤바꿀 만큼 영향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멜론과 지니, 벅스, 엠넷 등 토종의 저력이 만만치 않아서다. 국내 이용자에 특화된 콘텐츠와 통신사 등과 연계한 가격 정책으로 이미 견고한 입지를 다졌기 때문에 쉽게 휘둘리진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유료 스트리밍 '대세'

MP3플레이어에 이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세계 시장에서 디지털 음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 음원 시장 중에서도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방식이 뚜렷한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역시 지난 2009년말 이후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확대되고 3세대(3G)와 롱텀에볼루션(LTE), 무선인터넷(와이파이) 등 통신 서비스의 발달로 기존 다운로드(내려받기) 방식에서 스트리밍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여기에 불법 디지털 음악 사용에 대한 인식이 비교적 쉽게 바뀌어 가면서 관련 산업이 덩달아 발전하고 있다. 지난 2009년에 온라인 저작권 침해에 대해 저작권자의 고소 없이도 처벌 가능한 '비친고죄' 개념이 적용된 것이 컸다는 분석이다.

 

강도 높은 저작권법 적용을 바탕으로 디지털 음악 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 현재는 불법·무료에서 과도기를 거쳐 유료화 시장으로 변하는 단계다. 특히 한달에 9000원 가량을 내면 스트리밍 방식으로 음악을 무제한 감상할 수 있는 유료 앱이 대세로 굳어가고 있다.

 

비록 광고 기반의 무료 스트리밍 앱 '밀크(삼성전자)'와 '비트(비트패킹컴퍼니)' 등이 잠깐 주목을 받으나 현재는 유료 앱에 밀려 서비스를 접거나 존재감이 거의 없어졌다.

현재 국내 음악 시장을 이끌고 있는 서비스는 로엔의 '멜론'과 KT뮤직 '지니' NHN엔터테인먼트 '벅스', CJ E&M의 '엠넷' 등이다. 하나같이 '유료'이고 스트리밍 방식을 기반으로 한다. 현재 시장 점유율 기준으로 멜론이 절반 이상(60%)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뒤를 이어 지니, 벅스 등이 2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 케이팝 콘텐츠 '풍부'

 

이들 토종의 차별화 요소로 꼽히는 것이 국내 상황에 맞는 콘텐츠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우선 토종 서비스의 전체 음원 보유량은 애플·구글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적다.

 

현재 '애플뮤직'을 통해 들을 수 있는 음악은 3000만곡이 넘는다. 이는 국내 최대 음원보유 업체인 멜론(1000만곡)과 비교해 3배나 많은 수치다. 구글 '유튜브뮤직'에선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팝스타의 음악과 콘서트 동영상 뿐만 아니라 세계 팬들이 자발적으로 올리는 각종 자료까지 방대하게 갖추고 있다.

하지만 토종 서비스는 국내 사용자에 특화된 콘텐츠를 확보했다. 음원 저작권자 및 주요 기획사와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국내 음악을 풍부하게 쌓아온 것이다. 반대로 애플과 구글 서비스에선 케이팝, 특히 최신 가요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애플뮤직이 지난 8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넉달이 지난 현재까지 이렇다할 반향을 이끌지 못한 것도 이 때문으로 알려졌다.

 

애플뮤직은 국내 서비스를 위해 로엔과 KT뮤직, CJ E&M 등 국내 대형 음원 유통사와의 협상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SM엔터테인먼트와 JYP, YG 등 3대 기획사와 직접 유통 계약을 맺었으나 여전히 제공하는 국내 음원이 적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한 음악앱 업체 관계자는 "애플뮤직이 내세우는 3000만곡의 음원이 대부분 해외 음악"이라며 "국내 시장에서 주류인 케이팝 콘텐츠를 충분하게 다루지 못하다보니 이용자 입장에선 기존 음악앱에서 갈아타거나 보조 앱으로 이용할만한 매력을 찾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 가격 경쟁력 '넘사벽'

 

토종 서비스의 또 다른 강점이 '가격'이다. 멜론을 비롯해 지니와 벅스, 엠넷은 한달에 9000원 가량의 이용료를 받고 있다. 애플뮤직의 국내 이용료가 월 7.99달러(한화 약 9400원), 유튜브 레드가 7900원인 것을 감안하면 대략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토종 서비스들이 유료결제자를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는 프로모션을 이용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토종들은 이동통신사와 결합 상품을 통해 적극적인 가격 할인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멜론에서 무제한 듣기 및 무제한 다운로드가 가능한 '프리클럽'이란 상품을 SK텔레콤 가입자가 이용할 경우 월 2900원이면 된다.

 

벅스 역시 작년 12월부터 멤버십 음악 서비스 '니나노 클럽'을 오픈, 월 900원에 무제한 음원을 공급하는 등 파격적인 혜택으로 신규 이용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여기에 모회사인 NHN엔터가 간편결제 '페이코'와 웹툰 '코미코' 등의 혜택을 지원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화력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공격적인 가격 정책에 힘입어 멜론과 벅스 등 국내 음원업체들은 애플뮤직 국내 출시 이후에도 유료 가입자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분기당 10만명 가량이던 멜론 유료가입자 수는 지난 10월 한달 동안에만 10만명이 늘었다. 올 3분기 말 기준 80만명의 유료가입자를 확보한 벅스는 대대적인 프로모션으로 연말까지 이용자 100만명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음악앱 업체 관계자는 "국내 이용자들이 음악 등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돈을 쓰게 된 기간은 불과 얼마 되지 않는다"라며 "일부 업체는 출혈적인 마케팅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파격적인 혜택으로 유료 가입자를 끌어모으고 있어 가격 경쟁력 만큼은 해외 보다 토종이 앞서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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