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잇따라 외국계 증권사 인력 영입에 나서고 있다.
해외 투자에 대한 관심 확대와 함께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지향하면서 글로벌 전략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외국계 증권사 출신을 선호하는 모습이다. 최근 증시가 크게 오른 가운데 외국계 증권사의 감원 속도가 상대적으로 가팔랐던 점도 외국계 인력 수급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 외국계 증권사 인력 속속 영입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은 최근 골드만삭스 출신의 파생상품 전문가를 파생상품 담당 임원으로 맞았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달 이중훈 골드만삭스 홍콩법인 상무를 파생본부장(상무보)로 선임했다.
이 본부장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했고, 골드만삭스 홍콩 법인에서 상무를 지냈다. 특히 1981년으로 30대 중반에 불과해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최연소 임원이라는 타이틀도 갖게 됐다.
하나금융투자도 최근 글로벌 사업본부 본부장으로 고영환 전무를 영입했다. 고 신임 본부장은 국민은행과 DBS은행을 거쳐 크레디아그리콜코퍼레이트앤인베스트먼트뱅크 자본시장총괄 및 부대표를 역임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KB증권도 씨티그룹 출신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영입했다. 이번에 영입된 장재철 이코노미스트는 2002년부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에서 경제 계량 모델을 중점적으로 다룬 뒤 2009년부터는 씨티그룹 한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일해왔다. KB증권은 올해 초 통합 증권사로 출범하면서 JP모간 리서치 센터장 출신인 서용호 센터장을 KB증권 첫 리서치센터 수장으로 낙점하기도 했다.
◇ 글로벌 전략 강화…외국계 증권사 감원도 영향
국내 증권사들이 잇따라 외국계 증권사 고위 임원 영입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글로벌 IB 전략 강화와 무관치 않다. 해외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외국계 인력이 글로벌 영업에서 상대적으로 뛰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경우 여전히 외국계 IB가 독식하고 있다. 리서치분야 또한 외국계 보고서의 위력이 여전하다.
하나금융투자는 글로벌 IB 업무 확대를 위해 글로벌 사업본부를 신설했고, 첫 수장으로 외국계 임원을 택했다. KB증권 역시 차별화된 글로벌 리서치 하우스로 거듭나기 위해 장 이코노미스트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장 이코노미스트는 씨티그룹의 한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씨티증권과 씨티은행에서 경제전망·분석 및 경제정책 분석을 총괄했다.
최근 외국계 증권사들 꾸준히 인력을 줄이면서 국내 증권사가 이를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증권사 전체 임직원 수는 지난 2012년 3월 말 4만4000명에서 지난 3월 말 3만5000명 수준까지 급감했다. 국내 증권사의 경우 2013년~2015년 사이 인력이 많이 줄어든 반면 외국계의 경우 2015년 이후 감소 폭이 더욱 가파르다.
국내 증권사들의 외국계 증권 인력 모셔오기는 금융위기를 전후로 봇물을 이룬 후 최근까지 뜸한 편이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IB 시대와 맞물려 능력 있는 외국계 출신의 전문 인력을 선호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최근 증시가 크게 오르면서 국내 증권사 전반의 인력 수급은 빡빡해진 반면 외국계 증권사들의 인력 감소가 도드라진 데 따른 부분도 일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