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실적 발표에 앞서 전망을 크게 낮췄고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다.
7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으로 59조원의 매출과 8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1회성 비용인 특별 상여급 지급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국내외 증권사들의 전망은 크게 대조를 이뤘고 귀추가 주목됐다. 국내 증권사들은 대부분 9조원대의 양호한 영업이익을 예상했다. 가장 낮게 제시한 증권사가 9조1000억원대였다. 일부 증권사는 10조원대를 제시하기도 했다. 9조6000억원을 전망한 아이엠투자증권의 경우 특별상여금을 감안하면 9조원을 밑돌 수 있다는 코멘트를 덧붙인 정도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부진한 실적을 예상하는 보고서를 잇따라 내놨고 일부에서는 8조원 중반의 전망치를 제시했다. BNP파리바는 8조7000억원대를, 크레디트스위스는 8조원대 중반의 영업이익을 전망했다. 실제 삼성전자 실적은 이보다 더 못했다. 반도체 부문은 선방했지만 정보기술(IT) 모바일과 디스플레이 부문이 부진했다.
외국계증권사들은 지난해 12월 스마트폰 판매 둔화와 급격한 원화 가치 상승, 신경영 선언 20주년에 따른 특별보너스 지급 등을 구체적인 이유로 제시했다. 실적 부진의 구체적인 이유도 들어맞은 셈이다.
이미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주까지 6거래일동안 10% 가까이 급락하면서 시가총액이 20조원 이상 증발했다. 다행히 어닝쇼크가 일부 선반영되면서 실적이 나온 7일은 장초반 소폭 반등 중이다.
삼성전자 실적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외국계가 결국 `승기를 쥐는` 상황은 지난해 여름과 상당히 비슷하다. 당시에도 JP모간을 비롯한 외국계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전망에서 비교적 정확한 수치를 제시했고 국내 증권사들의 경우 실제 영업이익보다 많게는 1조원 가까이 높게 예상하며 고배를 마셨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전망에 대해 일부에서는 과도하게 보수적인 전망이라고 우려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외국계의 전망이 맞았다.
국내 증권사들의 전망이 또다시 틀리자 이들에 대한 신뢰도 다시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증시 한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에 비해 외국계 증권사들이 매번 앞서면서 국내 증권사 분석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며 "예측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