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에 다시 불이 붙으며 한국 증시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양국 간 교역 갈등으로 세계 경제 성장률 둔화가 점처지고 있고 한국 수출에도 일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가들도 당분간 수출주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공멸보다는 실리를 챙기면서 현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진 않겠지만 추이를 계속 지켜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 美, 대중 관세 품목 확정에 중국도 맞불
미국은 최근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기 한 후 지난 15일 관세 부과 대상을 확정 지었다.
총 1102개 품목으로 항공 우주, 로봇공학 등 중국이 육성하는 첨단 기술 제품들이 대거 포함됐다. 미국은 당장 내달 6일부터 340억달러 규모의 818개 품목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고 나머지 제품들에 대해서 단계적으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곧바로 중국도 맞불을 놨다. 중국 또한 미국과 동일한 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659개 품목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관세 폭탄과 중국의 보복 조치로 무역전쟁이 다시 격화된 가운데 나머지 국가들도 미국에 대해 큰 불만을 표시하며 기름을 붓는 양상이다. 앞서 미국은 유럽연합(EU)에 대한 철강 관세 부과를 결정했고 EU는 미국 제품에 대한 대응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캐나다에서는 하원이 미국 관세 조치를 비난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며 미국산 제품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 글로벌 성장률 둔화 불가피
무역전쟁의 포화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으면서 글로벌 경제 전반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난해 기준 미국과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각각 19조4000억달러와 11조9000억달러로 전 세계 GDP의 절반을 넘어서며 우려를 키운다.
마켓워치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중간 무역전쟁 심화로 세계 경젱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미중 무역 전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진 않지만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양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0.1~0.2% 포인트 가량을 끌어내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루이스 쿠지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아시아 경제 부문 헤드는 "무역 분쟁에 따른 성장률 둔화가 기업 활동 및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과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글로벌 경제가 민감한 상황에서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리암 카슨도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증가가 신흥국 시장 교역의 중기적 전망에 분명한 리스크가 되고 있다"며 "수출 증가율 둔화 요인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판단했다.
◇ 韓 수출 타격도 명약관화…수출주 줄여라
미중간 무역 갈등은 한국 수출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한국의 지난해 대미 수출과 대중국 수출 규모가 총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2위를 기록했으며 전체 수출 의존도는 37%에 달한다.
중국의 미국 수출 감소 시 중간재 형태로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의 물량 감소가 불가피하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 비중은 80%에 육박했다. 한국무역협회는 미중간 갈등 심화로 미국과 중국, EU 관세율이 10% 포인트 상승할 경우 전 세계 무역량이 6% 줄어들고 한국의 총수출도 6.4%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국내 경제에서 교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을 고려할 때 이는 국내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의 중국 견제가 지속되는 한 중국에서 직접 미국으로 수출되는 품목뿐 아니라 중국 제품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를 거치 우회수출되는 경로에 대해서도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양국의 무역갈등이 제살 깎기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아직까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진 않을 것이란 낙관론이 지속되고 있지만 수출주를 중심으로 한국 증시에도 부담을 줄 전망이다.
KB증권은 "무역조치 실행에 시일이 소요돼 단기적 경제 파장은 크지 않을 전망이지만 미국의 무역 압박 목적이 지적 재산권 보호와 중국의 시장경제 확대에 있기 때문에 중국의 노력 없이 양국의 갈등 수위가 낮아지긴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대신증권은 "한국 수출 동력 둔화는 대외 노출도가 높은 산업과 기업의 매력을 반감시킨다"며 "점진적으로 수출주와 경기민감주 비중을 줄여갈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