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출범이 내년 1월로 다가왔지만 우리은행 주가는 무덤덤한 표정이다. 향후 비은행 계열사 인수 합병이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우리은행은 7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우리금융지주 설립에 대한 인가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올 5월 지주회사 체제를 선언한지 약 6개월 만이다. 우리은행이 밝힌 지주회사 설립 예정일은 내년 1월11일이다.
일부 투자가들은 외국인이 6일 연속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점을 들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외형 확장의 계기가 될 거라는 목소리를 쏟아냈지만 시장은 다소 잠잠한 분위기다.
8일 현재 우리은행은 1만61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1만원 안팎에서 거래되던 3년 전과 비교하면 60% 가량 올랐지만 전일 종가와 견주면 360원(2.22%) 오르는 데 그쳤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 전환은 변화의 첫단추지, 결과로 보기 어렵다"며 "향후 비은행 계열사 인수 합병 과정 속에서 시너지 창출 여부가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주회사 체제 변환보다는 앞으로 변하는 내용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금융지주 출범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1년 우리금융지주는 한빛 평화 경남 광주 하나로종금 등 5개 자회사와 한빛증권 한빛투진운용 비씨카드 등 9개 손자회사를 거느리고 출범한 바 있다. 대주주는 예금보험공사로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금융지주회사 설립은 국내 최초였지만 주가는 타 지주회사에 비해 부진했다는 평가다. 서 연구원은 "각기 다른 라인을 통해 선임된 지주 회장과 은행장 간의 불협화음이 부각되면서 경영 의사 결정이 늦어졌고, 실적 악화로 연결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면에서 이번에 재등장한 우리금융지주는 상대적으로 조건이 양호하다는 평가다. 7일 미국 중간선거가 끝나면서 유가증권시장에 드리웠던 불확실성이 일부분이나마 걷힌 데다 국내 기준금리 인상도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올해 실적도 작년 수준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주당 600원 현금 배당이 점쳐지는 점도 투자자에겐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의 우리금융지주 회장직 겸임이 정해지면서 일각에서 일었던 우려 사항도 어느 정도 해소되는 모양새다.
남은 변수는 계열사 인수 합병 과정에서 나오는 잡음이다. IBK투자증권은 "금융지주사 전환에 따라 자회사 출자한도가 증가해 계열사 추가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커졌다"며 "향후 주가 변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신증권은 "주가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본비율 하락과 지배구조 우려를 극복해야 한다"면서 "지주사 전환 이후에도 비은행 인수 합병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 당국의 자세 변화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말 국정감사에서 "예보는 여전히 우리은행 18.4% 잔여지분 가진 주주"라며 "국민재산인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의견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