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가 3년 이내에 민영화 마침표를 찍는다. 정부가 1998년 외환위기때부터 우리금융 관련 공적자금 12조8000억원을 투입한 지 21년 만이다.
예금보험공사는 보유중인 우리금융 잔여지분 18.3%를 늦어도 2022년까지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우리금융 주가가 현재 수준을 유지하게 되면 공적자금 대부분이 회수될 것으로 보인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난 24일 열린 회의에서 예보로부터 우리금융 잔여지분 매각 방안을 보고받고 심의·의결했다. 공자위는 박종원 서울시립대 교수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 2월 우리금융이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공자위는 우리금융 완전 민영화에 대한 로드맵(매각 일정)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날 공개된 로드맵을 보면 매각시기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다. 이 기간에 2~3차례에 나눠 한번에 최대 10%씩 총 18.31%의 지분을 분산매각할 계획이다. 우리카드 자회사 편입으로 우리은행이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6.2%)이 시장에 풀리는 올해는 매각 시기에서 제외했다.
매각 방식은 선(先) 희망수량 경쟁입찰, 후(後) 블록세일이다. 희망수량 경쟁입찰은 예정가격을 상회하는 입찰자 중 가격 순으로 희망하는 가격·물량대로 여러 명에게 낙찰시키는 방식이다. 블록세일 한도는 최대 5%다.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풀리면 소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분 매각 대상에는 제한이 없다. 현재 우리금융 지분 25.9%를 보유한 과점주주(IMM 5.96%, 동양생명·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3.98%, 한화생명 3.8%, 미래에셋 3.66%, 유진 0.52%)도 추가로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과점주주가 추가로 인수하는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선 우리금융이 고민해야할 부분이라며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완전 민영화이후에도 결국 주인없는 회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세훈 금융위 구조개선정책국장은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금융회사도 대부분 주인없는 회사"라며 "주식이 분산돼있다고 주인없는 회사라고 얘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투자유인책으로 투자자에게 사외이사 추천권을 주는 방안도 적극 검토된다. 지난 3월 기준 주요 금융지주의 비상임이사를 포함한 사외이사는 신한금융 12명, KB금융 8명, 하나금융 8명이다. 현재 우리금융은 6명이어서 사외이사 운용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
로드맵을 미리 발표한 이유에 대해 이세훈 국장은 "이번 발표가 매각 개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우리금융이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한 가운데 예보가 가진 지분 처리 방안을 명확히 밝혀 시장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보가 주식을 매각할 때 항상 매각 시점이 걸림돌이었다"며 "어느 시점에 파는 것이 적절하냐를 고민하다보면 주가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어 매각 일정이 지연되는 일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매각 일정을 미리 발표하는 것은 매각이 지연되지 않고 일정내 차질없이 매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1998년부터 2006년까지 우리금융의 전신인 한빛은행과 평화은행, 광주은행, 경남은행, 하나로종금 등 5개 금융기관의 부실을 정리하면서 12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2002년부터는 9차례 지분매각 등으로 11조1000억원을 회수했다. 회수율은 87.3%에 이른다.
앞으로 3년간 우리금융 주가가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 공적자금 회수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세훈 국장은 "우리금융 주가가 1만3800원 수준이면 공적자금을 100% 회수 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현재 우리금융 주가는 1만4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그는 "주가에 연연하다보면 매각 시기를 놓치고 지연된다"며 "주가가 어느 정도 범위에서 움직이면 일정대로 매각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금융위기가 찾아와 시장이 급변하면 공자위에서 다시 논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