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거래소(SGX)에선 글로벌 상장 리츠 투자로 다양한 국가의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소액으로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한 최고의 투자죠."
지난 25일 NH투자증권이 개최한 '100세 시대 아카데미' 강좌에서 만난 이준원 SGX 총괄이사는 글로벌 리츠 시장을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SGX 최초이자 유일한 한국인이다. 이력이 특이하다. 공학도 출신으로 원래 IT 개발자였는데 금융투자 업계로 진출, 파생 영업 경력을 쌓아 싱가포르거래소에 진출했다.
2015년부터 SGX에서 근무하면서 한국 시장을 대상으로 주식 및 파생상품 매매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기업 기업공개(IPO)와 채권 및 지수 관련 사업도 맡고 있다. 한손으로 꼽기가 어려울 정도다.
업무 특성상 한두달에 한번 방한하고 있다. 이달엔 SGX의 상장 리츠를 소개하기 위해 모국을 찾았다. NH투자증권이 사흘간 진행한 아카데미 강좌에는 상장 리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많은 투자자들이 참석했다.
- 이력이 특이하다. IT 개발자로 시작해서 파생상품영업을 하게 된 계기는
▲ 컴퓨터공학과 학사·석사를 취득하고 2004년 HSBC IT 개발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5년부터는 삼성선물 IT 개발팀에서 일했다. 당시 파생상품 플랫폼을 개발했는데 파생상품 업무를 알아야 개발도 가능하다. 업무를 알아가면서 매력을 느껴서 파생 영업을 시작하게 됐다.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이 개정되면서 증권회사도 파생상품을 할 수 있게 돼 증권회사들이 관련 직무를 많이 뽑으면서 신한금융투자 글로벌파생영업부 과장으로 이직했고, 곧이어 한국투자증권 해외투자영업부 차장으로 옮겨갔다.
- SGX에서 영입한 이유는
▲ 2010년 자통법 통과 후엔 한국투자증권에서 5년 동안 파생상품 영업을 했다. 그 시점 SGX에서도 한국에서 해외 파생상품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한국 시장을 전담할 담당자를 필요로 했다. 당시 한국투자증권 파생상품은 법인과 리테일 비중이 적절한 수준을 유지했고, SGX 입장에선 법인과 리테일 세일즈를 모두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서 조건이 맞았다.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 방한 주기와 업무 영역은
▲ SGX의 경우 홍콩, 일본, 중국, 런던 등은 현지 오피스가 있어서 로컬 영업이 가능한데 한국은 현지 오피스가 없이 총괄이사 혼자 전담하고 있다. 파생상품뿐 아니라 주식, 채권, 데이터, 지수, IPO까지 광범위한 업무를 하다 보니 한두달에 한번씩 직접 와서 세일즈하고 있다.
- SGX는 글로벌화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많은데, 현황은
▲ 맞다. 싱가포르 주식시장에서 해외 기업 비중이 다른 거래소보다 큰 편이다. 기업 개수로 보면 800여개 중 300여개, 즉 40% 정도가 해외 소재 기업이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전체 시장 1000조원 중에 500조원, 절반이 해외 기업이 차지한다.
해외 기업 중에서는 150개 정도가 중국 기업이다. 개수로는 많은데 한국 시장과 마찬가지로 고섬 사태 이후 추가 상장은 조심하는 편이다. 그 외에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국가 소재 기업 비중이 큰 편이다.
- 한국 기업 상장은
▲ 한국 기업은 STX팬오션 한 종목이 있다. 하림이 인수한 후 SGX에서 자진 상장 폐지하겠다고 공시를 냈고, 조만간 상폐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추가로 상장 유치를 하고 있고 내년에 3개 한국 기업이 SGX에 상장할 예정이다. 3개 기업 모두 비상장 기업인데 한국 시장 기준으로 코스피 규모 1개사, 코스닥 규모 1개사, 코넥스 규모 1개사다.
- 한국 기업을 포함해 해외 기업이 소재한 국가 시장 상장 안 하고 SGX 선택하는 이유는
▲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법인세 혜택이 크고, 상장 요건과 절차가 간편하다. 또 기업이 상장을 통해 자금을 모집한 후에도 꾸준히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데 싱가포르는 세계 자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해외 투자 유치가 편리하다. 특히 아세안 지역에 진출하려는 기업은 싱가포르 시장에 들어오는 것이 자금 조달에 더 편리하기 때문에 한국의 신남방 정책과 맞물려 최근 일부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 해외 기업 비중이 큰 이유가 신규 상장 외에 요인이 또 있나
▲ 위탁상장 유치 노력도 많다. 글로벌주식예탁증서(GDR)는 국내 기업이 해외 증시에 상장한 증권인데, 기존에 다른 시장에 상장해있는 기업이 증자 후 SGX에 DR 상장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카카오가 1조원 규모의 GDR을 발행하고 싱가포르거래소에 상장하기도 했다.
- SGX는 리츠 시장 상황은
▲ 지난 7월 말 기준 45개 리츠 기업이 상장되어 있고, 시가총액으론 94조원 규모다. 시가 총액 기준으로 전체 시장의 13% 정도가 리츠라고 보면 된다. 올해 상반기에만 3개 리츠가 추가 상장했고, 연말까지 2개사가 추가로 상장한다. GX 목표는 리츠 비중을 20%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다.
- 한국보다 리츠 제도 도입이 늦었지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 우선 기본적으로 싱가포르의 부동산 상황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싱가포르 땅은 90%가 국가 소유다. 그리고 국가는 개발권만 시공사에 준다. 나라 땅에 건물을 지어 수익을 60년 후에 반환하는 구조기 때문에 리츠라는 개념이 잘 잡혀있다.
두번째는 해외 리츠 상장이 쉽다는 점이다. 한국 리츠는 100%가 한국 자산이다. 미국이나 호주 일본 등도 90~95%가 자국 자산이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20% 이상이 해외 자산을 담는다. SGX에서 다양한 국가의 리츠를 한번에 담을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강점이 있다.
세번째는 투자자 분포도다. 한국은 개인투자자들이 리츠에 단타로 투자해 가격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개인투자자 직접 투자 비중이 10%에 불과하다. 펀드를 포함한 기관투자자 비중이 90%다.
- 한국 리츠 시장의 문제점은
▲ 투자자산이 리테일에만 집중되어 있고 대부분 투자자산이 1~5개 소규모 분산투자다. 해외의 경우 오피스, 리테일, 물류창고 등 5~10개 이상의 다양한 투자자산에 투자한다. 좋은 물건을 사고팔며 이익을 내는 투자 구조가 아닌 자기 자산을 관리하는 리츠가 대부분인 점도 투자 매력을 떨어뜨린다. 또 개발 리츠도 허용하기 때문에 개발이 무산될 경우 리스크가 크다. 싱가포르의 경우 75% 이상 임대수익이 발생한 리츠만 상장을 허용하고 있어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하다.
- SGX에 해외 리츠가 상장할 때 장점이 있나
▲ 아니다. 리츠 상장만큼은 기업 진입 문턱이 타국 대비 높다. 75% 이상 임대수익이 확정돼야 하고 위탁 투자 경험 5년 이상이 있어야 상장이 된다. 상장 후 차입 규모를 45%로 제한하고 있어 레버리지 투자가 어렵고 의무배당도 90% 이상으로 분기 배당을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줄어 안정적인 배당과 투자가 가능하므로 싱가포르 내 투자 대기 자금이 대거 리츠로 들어올 수 있고, 자금 조달이 원활하다는 장점 때문에 해외 리츠가 상장하는 것이다.
- 리츠 ETF도 출시했는데
▲ SGX는 3개의 리츠 ETF를 출시했다. 첫번째 ETF는 싱가포르 리츠가 30%만 들어가고 나머지 해외 리츠를 담았다. 두번째는 싱가포르 리츠를 60% 담고 호주, 홍콩 등을 40% 담았다. 그리고 지난해 말 싱가포르 리츠만 100% 담은 ETF를 출시했다. 한국거래소에서도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올해 1월 상장해서 20%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싱가포르 리츠만으로도 해외 분산투자가 가능하고, 액티브하게 운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수익률이다.
- 리츠의 투자 매력도와 투자 전략은
▲ 리츠의 강점은 교과서에 있는 그대로다. 중위험·중수익, 안정적인 배당 수익, 소액투자가 가능하다. 그런데 리츠 중에서도 글로벌 리츠에 투자해야 한다. 리츠도 투자자의 연령이나 투자 성향별로 포트폴리오를 짜서 글로벌 배분이 가능하다. 안정적으로 중수익을 추구하면 싱가포르 리츠가 적합하고, 좀 더 높은 수익을 얻겠다 하면 미국이나 일본 리츠를 더 담는 형식이 될 수 있다. 개인투자자가 직접 배분이 어렵다면 리츠 ETF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