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따른 조정장세를 계기로 불기 시작한 해외주식 직접투자 열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에 해외주식 직구족을 잡으려는 증권사 간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해외주식은 국내주식보다 거래 수수료가 비싼 만큼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직구족들은 증권사들이 놓치고 싶지 않은 '알짜' 수익원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해외주식 종목 검색 서비스부터 거래 편의성을 높인 모바일앱 출시, 수수료 할인 이벤트 등 직구족을 유치하기 위한 각양각색 전략을 펼치고 있다.
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결제금액은 1424억4000만달러로 지난해 하반기 871억5000만달러보다 63.4% 증가했다. 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로, 지난해 연간 결제 금액의 83.2%에 달한다. 이 가운데 외화주식 결제금액은 709억1000만달러로 직전 반기(229억1000만달러)보다 무려 209.5% 급증했다. 그만큼 해외주식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는 의미다.
해외주식 거래가 늘어나면서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수수료 수입도 덩달아 불어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상반기 해외주식 수수료는 22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56억원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미래에셋대우가 613억원으로 가장 많고 삼성증권(501억원), 한국투자증권(232억원), 키움증권(223억원), NH투자증권(146억원), KB증권(141억원) 순이었다.
현재 증권사들의 수익 구조에 있어 해외주식 수수료 비중이 크다고 볼 순 없지만 해외주식 직구가 보편화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그 비중은 점차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초기 시장 선점이 매우 중요하다. 증권사들이 해외주식과 관련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고 각종 이벤트를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달 말부터 미국과 중국, 홍콩, 한국을 포함한 4개국 8개 거래소에 대한 해외주식 종목 검색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세 분석과 기술적 지표, 기본적 분석 등 다양한 분석 도구를 활용해 본인의 매매 스타일에 적합한 조건으로 종목을 검색할 수 있게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보다 앞서 해외주식을 별도 환전 없이 1000원 단위로 주문해 소수 여섯 번째 자리까지 나눠 매수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미니스탁(ministock)을 내놨다. 2018년 신한금융투자가 업계 최초로 시작한 '해외주식 소수점 매매 서비스'의 업그레이드 성격이다. 이를 이용하면 한 주당 200만원이 넘는 아마존의 주식도 1만원 어치만 매매할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도 비슷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 할인을 놓고서도 눈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증권이 연말까지 신규 고객에 한해 온라인 해외주식 수수료를 0.09%로 파격 인하한 데 이어 KB증권은 해외주식 최초 거래 고객 중 이벤트 신청자를 대상으로 3개월간 해외주식 수수료를 0.07%까지 낮춰주기로 했다. 또 동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증권사인 키움증권은 이달까지 해외주식 수수료를 0.1%만 받는다.
이외에도 증권사들은 해외주식 리서치 자료와 뉴스 검색, 실시간 시세 무료 제공, 환율 수수료 우대 등의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당분간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투자자 유치 경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주식 거래 시장 선점뿐만 아니라 잠재적 고객 확보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주식을 거래하는 주요 투자자들은 20~30대의 젊은 층"이라며 "이들을 고객으로 유치할 경우 충성도 높은 장기 고객을 확보하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