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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미 나는 변동성…그냥 배당주 말고 '배당성장주' 펀드

  • 2020.09.16(수) 16:25

배당주 펀드 자금유출 심화…배당 포기 기업·저조한 방어율 원인
배당성장주 펀드 성과 상대적 양호…"성장성 겸비한 기업 각광" 

최근 들어 서서히 감지되고 있는 밸류에이션 부담에 증시 변동성 확대 조짐까지 관찰되면서 배당주에 대한 매력이 재차 부각되고 있다. 배당주 특유의 계절성까지 더해지며 진입 시점이 무르익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올해 중간 배당을 포기한 기업들이 속출하고 증시 급락기 당시 부진했던 방어율 등을 들어 개별 종목보다는 펀드로 접근할 것을 조언한다. 특히, 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양호했던 배당성장주에 대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 부진한 배당주, 원인은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여러 배당주들을 편입하고 있는 지수들의 성과는 시장 수익률을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순서로 편입 비중이 결정되는 KRX 고배당 50의 경우 연초 이후 이달 8일까지 12%에 가까운 손실률을 기록했고, 한국거래소와 아이에이치에스마킷(IHS Markit)이 공동으로 개발한 'KRX-IHS Markit 코스피 200 예측 고배당 30' 역시 18% 가량 뒷걸음질 쳤다.

다만, 중대형 배당성장주 중심으로 지수를 산출하는 '코스피 배당성장 50'만이 5% 이상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와 코스피200 지수는 각각 9%, 8% 대의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어 배당주들의 부진이 더욱 비교되는 상황이다.

이런 연유로 최근 배당주 펀드에서는 자금유출이 심화되고 있는데, 올해 들어서만 약 1조원 가까운 자금이 빠지면서 펀드 설정액이 4조10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이는 2017년 이후 가장 축소된 규모로, 다른 유형의 펀드들보다 설정액 감소가 큰 편이다.

주식시장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배당주들이 힘을 쓰지 못하는 배경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급락기 당시 수익률 방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고, 기업들의 체력이 고갈되면서 중간 배당을 포기한 게 직접적인 이유로 꼽히고 있다.

실제 지금까지 다수의 투자자들은 하락장에서 수익률을 방어할 목적으로 배당주 투자를 많이 해왔다. 그러나 지난 3월 코로나19로 인해 촉발된 급락장 당시 배당주 펀드들의 평균 손실률은 35%를 넘어 36% 가량의 하락폭을 기록한 코스피지수와 큰 차이가 없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기업의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2분기 중간 배당을 포기한 기업들이 속출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00위권 내에 포진한 대형주 중에서는 현대차, SK이노베이션, 현대모비스, S-Oil, 롯데지주 등이 중간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고, 지난해 준수한 수준의 배당수익률을 기록했던 태경산업, 유아이엘도 배당에 나서지 않았다.

◇ 성장주 비중 높은 배당주 펀드 주목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하방 경직성이 존재하는 배당주에 관심을 기울일 때가 왔다고 진단한다. 특히, 개별 종목에 대한 투자 보다는 펀드를, 그 중에서도 성장주 비중이 높은 배당성장주 펀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연초 이후 가장 흐름이 좋은 펀드는 '한국밸류10년투자퇴직연금배당증권자투자신탁(주식)(모)'로 지난 15일 기준 19%에 가까운 수익을 내고 있다. 특히, 최근 3개월 수익률은 19%를 넘는다.

이 상품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대형주부터 코스닥 중소형주까지 포트폴리오에 고르게 담고 있는데 보유 종목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약 11%로 가장 높고, 삼성전자 우선주가 5.91%로 뒤를 잇고 있다. 에코마케팅과 SKC, LG화학도 각각 3~4% 비중으로 투자하고 있다.

운용자산(AUM)이 7억원 수준인 소형 펀드 '유리코리아성장&배당증권자투자신탁[주식]'도 최근 성과가 준수한 상품 중 하나다. 마찬가지로 연초 이후 올해 수익률이 16% 초반 선을 나타내고 있는데 3개월 수익률이 16%에 근접해 있다.

포트폴리오 구성 종목 중에서는 삼성전자 비중이 23%로 압도적이다. 다음으로 SK하이닉스, 네이버,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을 3%~5% 대 비중으로 담고 있다.
   
이밖에도 '브이아이굿초이스배당증권자투자신탁1[주식]'과 '미래에셋고배당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 1(주식)', 'BNK튼튼배당증권자투자신탁 1(주식)' 등도 시장 대비 양호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주 펀드 중에서도 비교적 성장주 비중이 높은 펀드를 운용하는 미래에셋, 한국투자밸류, 마이다스와 중소형주 비중이 높은 브이아이자산운용이 시장 대비 양호한 성과를 기록 중"이라며 "역사적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배당주가 랠리를 주도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매력 요소, 변동성 확대·밸류에이션 부담·계절성 

성장주 비중이 높은 배당주 펀드들이 순항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성과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전망들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확대되고 있는 변동성과 더불어 주식시장에 가중되고 있는 밸류에이션 부담, 여기에 배당주 특유의 계절성까지 부각되면서 긍정적인 평가들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 국내 증시에까지 전이되지 않았지만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기술주에 대한 거품 논란이 일면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 관찰되고 있다.

특히, 연초 이후 줄곧 강세장을 연출했던 나스닥지수가 이달 들어 주춤한데, 지난 2일 사상 처음으로 1만2000선을 터치한 이후 다음 장에서 5% 가까이 폭락하고, 5일에도 종가 기준 1% 넘게 하락한 채 마감했다.

대형 기술주들이 최근 부진에 빠진 원인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지목되고 있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 성장주와 가치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이상의 차이를 기록 중"이라며 "이는 글로벌 경제성장률과 기업의 이익 성장률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성장성 있는 기업이 프리미엄을 받은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내·외 증시에서 밸류에이션 부담에 따른 변동성 확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거나 가능성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계절성까지 부각되고 있어 배당주에 투자하기에 적절한 시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전체 국내 상장 기업 중 98% 이상이 12월 결산법인으로 배당 역시 연말에 집중돼 있다. 따라서 배당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들이 통상 11월에 몰리는데, 이 시기 배당주들의 주가 흐름도 강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다만, 단순히 배당수익률이 좋은 기업보다는 성장성을 겸비한 기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염 연구원은 "성장주의 둔화 국면에서 배당을 늘려가는 기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며 "단순히 배당수익률이 높은 업종이 아니라, 배당과 성장성을 모두 갖춘 기업이 각광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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