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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문화 레벨업]⑥금융회사-소비자 수준 함께 높여야

  • 2020.10.19(월) 09:28

나석진 금융투자교육원장 인터뷰
교육 없는 투자문화 성숙과 정착는 기대 못해
정규 교과 과목 편성 적기…유기적 인프라 필요

"변화하는 시대와 환경에 맞춰 10년, 20년 뒤를 내다보고 지금부터 금융교육을 시작해야 합니다. 교육 없는 투자문화의 성숙, 정착은 기대하기 힘듭니다."

나석진 금융투자교육원장은 국내 대표 금융투자 교육기관의 수장답게 연신 금융교육의 필요성과 절실함을 강조했다. 최근 수많은 금융 피해자를 양산한 일련의 펀드 사고에서 고질적인 병폐인 뇌동매매까지 모두 금융교육의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결국 우리 사회에 건전한 투자 문화를 정착하려면 금융교육이 전제조건인데, 초저금리 장기화와 동학개미 운동 등으로 투자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높아진 지금이 금융교육을 본격화할 적기라는 판단이다. 

비즈니스워치는 나석진 금융투자교육원장을 만나 금융교육의 중요성, 성숙한 투자문화 정착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특히 지속 가능한 금융 생태계를 만들려면 금융회사는 물론 금융 소비자들의 역량이 함께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사회 전반에 만연한 금융문맹을 퇴치하면서 전반적인 금융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협회 산하 금융투자교육원은 지난 1977년 개원했으며, 금융투자업 종사자의 자질 향상은 물론 금융투자업 전반에 관한 지식 보급을 목표하고 있다.  

나석진 금융투자교육원장이 16일 본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금융교육의 중요성, 건전한 투자문화 정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비즈니스워치

- 동학개미운동을 계기로 투자와 재테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지만 주변 금융 선진국들과 비교해 금융 문맹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를 개선하려면

▲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금융교육을 위해서는 우선 어린 시절부터 금융에 대해 이해를 넓혀 주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초·중·고등학교에서 금융교육이  필수적이다. 

정규 교과로 금융교육 과정을 편성하고 학교 내에서 기본적인 금융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교육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다음으로 사회 진출 이후 금융환경 변화에 맞춰 관련 지식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금융 관련 기관들 간에 체계적이고 유기적인 금융교육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 금융교육 확산을 위해 개선해야 할 사항은

▲ 학교 내 정규 금융교육과 함께 언택트 시대에 맞춰 비대면 교육을 활성화하고, 교육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등도 만들어야 한다. 금융 전반에 대한 총론적 이해를 도모할 수 있도록 학교 내 전반적인 금융교육 담당자는 물론 일반인들의 금융교육 수요 증가에 대비해 다양한 금융교육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가 있다. 

- 금융교육을 통해 파생결합상품(DLS·DLF),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 사태와 같은 금융사고도 사전 예방이 가능하다고 보나

▲ 우선 DLS·DLF,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 사태의 본질을 동일하게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 불완전판매의 문제로 본다면 직원 및 금융소비자에 대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교육 등을 통해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판매 사원을 대상으로 투자자보호제도 교육을 강화하고, 회사 및 판매 사원이 감당해야 할 법적 리스크를 인지하도록 교육한다면 불완전판매의 유혹을 일정부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한 투자자도 상품 자체의 리스크는 물론 금융투자상품 투자에 따른 리스크 등을 충분히 이해하면 불완전판매에 휩쓸릴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 

- 국내 일반 투자자들은 군중심리가 강한 것 같다

▲ 금융투자상품의 경우 군중심리와 묻지마투자, 쏠림현상 등의 문제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금융상품 투자의 성격과 그 리스크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다면 그만큼 군중심리나 쏠림현상도 일부는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금융기관의 투자자보호 노력도 중요하지만 투자자 본인이 투자를 결정하면 막을 방법이 없는 만큼 금융기관의 노력 못지않게 금융 소비자 스스로 금융역량을 높여야 묻지마투자를 예방할 수 있다.  

금융교육을 통해 금융 소비자가 스스로 자신의 투자성향은 물론 자신이 투자하고자 하는 상품을 더 잘 이해하게 되면 자기책임 하에 보다 신중하게 투자결정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국내 금융교육을 더 체계화하기 위한 방안은 

▲ 우리나라 국민들의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지적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거시적 경제환경을 고려해 보면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10여 년 사이에 저금리 현상이 고착화하면서 그제서야 금융 소비자들이 다양한 금융상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금융교육의 중요성도 더 부각되고 있다. 과거엔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저축만으로도 충분히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당연히 금융 소비자도, 정부도 금융교육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열심히 일하고 얻은 수익을 저축하면 그 이자만으로 부의 축적은 물론 충분한 노후보장도 가능했던 만큼 금융교육의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저금리·고령화가 고착화되면서 저축만으로는 부의 축적은 물론 노후보장도 어려운 현실이 되고 있다. 금융 소비자들도 예·적금보다 조금이라도 수익률이 높은 다양한 금융상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금융교육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면서 금융문맹 문제도 부각되고 있는데 금융교육은 지금부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금융교육을 중심으로 현재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현주소를 평가해달라 

▲ 물론 보기에 따라서는 부족한 부분도 있겠지만 그동안 우리 업계는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본다. 금융은 결국 인력이 경쟁력이고 그만큼 국내 금융산업이 여기까지 성장한 데는 인력육성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라고 봐야 한다. 국내 대형 투자은행(IB)들이 해외에서 유수 해외 금융기관들과 경쟁해서 대형 딜을 성사시키는 성과들은 인력육성에 대한 업계의 노력이 만들어 낸 결과다.

아울러 건전한 투자문화 정착을 위해선 금융회사의 투자자 보호 노력이 필수다. 다만 금융투자회사에 모든 책임과 부담을 지우기보다는 투자자들도 스스로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금융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지금도 다양한 금융교육기관들이 좋은 콘텐츠를 온라인 및 오프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는 만큼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금융지식을 쌓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금융 환경 전반이 변하고 있는데 금융투자교육원의 역할은

▲ 최근 금융시장에선 핀테크로 대표되는 비대면 활성화와 저금리·고령화에 대응한 자산관리서비스 확대,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투자자보호제도 강화 등을 주요 이슈로 꼽을 수 있다. 특히 비대면은 코로나19 사태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비대면 문화 확산에 대응해 금융투자교육원은 온라인 교육을 더 강화할 예정이다. 콘텐츠를 제작해 제공하는 단방향 온라인 교육 외에 교육 수요자와 공급자가 서로 소통하는 쌍방향 온라인 교육을 준비하고, 일부 과정에선 이미 운영 중에 있다. 그동안 대면 집합교육으로 진행하던 과정 중 일부를 내년부터 쌍방향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도 검토하고 있다.

파생결합펀드(DLF)와 사모펀드 사태 등 일련의 이벤트로 자본시장의 신뢰 문제와 투자자보호 등이 이슈로 부각되면서 금융투자회사의 전문성 교육에 더해 금융윤리에 대한 중요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온라인 직무윤리 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고, 사모전문운용사 준법감시인 대상의 내부통제 과정도 운영 중이다. 내년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에 맞춰 연수 프로그램 개발도 검토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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