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어느새 1년 반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흥미로운 현상 중 하나는 명품에 대한 보복소비입니다. 해외여행이나 나들이, 쇼핑 등에 제약을 받아 장기간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점차 분출되면서 평소 엄두를 내지 못했거나 구매를 망설였던 고가의 럭셔리 상품에 흔쾌히 지갑을 열고 있는 것이죠.
이에 명품 시장은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아이러니하게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들의 잇따른 가격 인상에도 샤넬을 비롯해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등 이른바 '에루샤' 매장에는 제품을 사려는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도 모자라 인기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알바'를 내세워 대신 줄을 세우는 '진풍경'도 목격됩니다. 돈이 있어도 재고가 없어 못 산다는 말은 과언이 아니죠.
이처럼 전성기를 달리는 명품 시장의 성장 수혜를 누리기 위해선 샤테크(샤넬+재테크)로 대표되는 명품 재테크에 직접 뛰어들어야 하는 걸까요? 대신 요즘 가장 핫한 금융투자상품인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 명품 ETF에 투자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국내 유일 명품 ETF…뛰어난 성과 '눈길'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명품 테마 ETF는 NH-아문디자산운용이 지난해 5월 출시한 'HANARO 글로벌럭셔리 S&P ETF'가 유일합니다. 이 ETF는 명품 소비와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럭셔리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입니다.
S&P 글로벌럭셔리 지수는 명품을 생산·유통하거나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80개 기업에 투자합니다. S&P500 다우존스 인디시즈(S&P Dow Jones Indices)가 선진국 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매출과 시장 인식, 사업 계획 등을 정성적으로 평가한 뒤 럭셔리 산업에 대한 노출도와 시가총액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수 편입 여부를 결정하죠.
지수 구성 종목의 면면은 화려하기 그지없습니다. 루이비통과 디올, 펜디 등 70여개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 최대 명품 기업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LVMH)을 비롯해 구찌·생로랑 등으로 유명한 케링(Kering)그룹, 까르띠에·몽블랑·피아제 등의 브랜드를 가진 리치몬트(Richemont), 세계 최고 명품 브랜드 중 하나인 에르메스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시계나 가방, 구두와 같은 일반적인 명품 제품 외에 '요가복의 샤넬'로 불리는 룰루레몬과 전기차 1위 기업 테슬라도 이름을 올리고 있죠.
투자 비중은 지난 5월 말 기준 LVMH가 9%로 가장 높고 테슬라가 8%로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케링(7%)과 리치몬트(6%), 다임러AG(6%), 에스티로더(5%), 에르메스(5%) 등의 순입니다.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아모레퍼시픽과 호텔신라, 신세계, 강원랜드, 파라다이스 등 국내 주요 기업들도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들입니다.
성과는 매우 뛰어납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3일 기준 HANARO 글로벌럭셔리 S&P ETF의 1년 수익률은 55.10%로 동일 유형 평균 수익률 25.48%를 두 배 이상 웃돌고 있죠. 6개월 수익률 역시 18.54%로 같은 유형 평균 수익률 6.98%를 훨씬 앞섭니다.
HANARO 글로벌럭셔리 S&P ETF가 이처럼 고공행진 중인 것은 코로나19를 틈탄 명품 기업들의 실적 개선세와 함께 합니다. LVMH의 지난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급증했고 케링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이 26%가량 늘었습니다.
중국 주도 명품 시장 급성장…향후 전망 밝아
이들 주요 명품 기업들의 실적 호조는 중국을 필두로 한 아시아 럭셔리 시장의 급성장 덕분입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적으로 럭셔리 시장이 타격을 받은 와중에도 중국 럭셔리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45% 확대되면서 유일하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0~2025년 글로벌 명품 시장이 연평균 10%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체 성장세의 90%는 중국이 책임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에 2019년 기준 전 세계 럭셔리 소비의 35%를 차지했던 중국의 비중은 2025년 46%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중국을 위시한 아시아 중산층 확대에 힘입어 글로벌 럭셔리 소비자 규모는 2019년 3억9000만명에서 2025년 4억500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Y세대(1980~1995년 출생자)와 Z세대(1995~2010년 출생자)로 대표되는 젊은 층의 명품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점과 이들이 주도하는 온라인 럭셔리 소비 증가세도 럭셔리 시장의 성장 전망을 뒷받침하는 요인입니다. 2018년 전 세계 럭셔리 시장 소비의 33%를 담당했던 Y·Z세대는 2025년 55%, 2035년에는 75~85%를 책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불황을 모르는데다 중장기적인 성장성까지 뛰어난 럭셔리 산업에 투자하는 만큼 HANARO 글로벌럭셔리 S&P ETF의 투자 전망은 밝습니다. 특정 종목을 골라 직접투자하는 게 아니라 간접투자를 통해 분산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권수철 NH-아문디자산운용 ETF운용팀 매니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빠르게 진행한 몇몇 나라들이 여행 재개를 논의하면서 소비 주체들의 관심이 명품에서 여행 등 외부 활동으로 옮겨 가 명품 수요가 떨어질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서도 "명품 수요는 여행 수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다 억눌려 왔던 보복소비가 현재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명품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