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콧대 높은 미국 시장 데뷔에 성공하면서 그간 실체 없는 투기적 자산으로 치부되던 가상화폐의 입지에 획기적인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비트코인 ETF 출시로 국내외 주식시장에 일대 지각변동이 예고됨에 따라 관련 종목 및 상품에 미치는 파급 효과와 더불어 국내 시장 진입 가능성 등을 두루 점검해 보고자 한다.[편집자]
오랜 기다림 끝에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가 미국 시장에서 공식적으로 거래를 시작한다. 세계 최대 금융시장인 미국에 비트코인 ETF가 첫 선을 보인다는 점에서 아직 초창기인 가상화폐와 제도권 금융 연계 산업에 커다란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선 비트코인 선물 ETF 출시가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하는 ETF 등장에 물꼬를 터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가상화폐가 어엿한 대체투자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상화폐 시장, 역사적 '전환점'
19일 CNBC와 야후 파이낸스 등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미국 ETF 전문 운용사 프로셰어즈(ProShares)의 'ProShares Bitcoin Strategy ETF(종목코드는 BITO·비토)'가 미국 현지시간으로 19일부터 첫 거래를 시작한다. 비토는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선물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ETF 출시에 키를 쥐고 있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SEC가 잠정적 승인에 동의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비토가 예정대로 거래를 시작하면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에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제미니(Gemini)의 창업자인 윙클보스(Cameron Winklevoss) 형제가 지난 2013년 업계 최초로 비트코인 ETF 상장을 시도한 지 무려 8년 만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마이클 사피어 프로셰어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수년간 많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관련 ETF 출시를 간절히 기다려 왔다"며 "2021년은 미국 시장 최초의 암호화폐(가상화폐) 연계 ETF가 등장한 해로 기억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상품 '봇물' 전망…현물 ETF 기대감도
비토 출시를 계기로 다른 자산운용사에서 신청한 비트코인 ETF 상품 승인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가상화폐 전문 자산운용사 발키리 인베스트먼트(Valkyrie Investment)와 인베스코(Invesco) 등 여러 운용사에서 SEC에 상품 출시를 위한 신청 서류를 제출한 가운데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심사가 진행 중이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게리 겐슬러 위원장 취임 이후 SEC에서 비트코인 관련 ETF를 꾸준히 승인하고 있고, 현재는 대형 운용사인 피델리티(Fidelity)와 아크(Ark) 등이 신청한 20건 이상의 비트코인 선물 ETF에 대한 승인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며 "겐슬러 위원장은 블록체인 강의를 했을 정도로 관련 산업에 친화적인데다 최근 비트코인 선물 ETF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선물 ETF가 투자자들에게 선을 보이면서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하는 현물 투자 ETF 출시에 대한 기대감도 강하게 형성되는 모습이다.
비트코인 선물 ETF의 경우 비트코인 선물가의 방향성에 따라 펀드 성과가 결정되는 구조이다 보니 현물 시세를 온전히 반영하는 데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에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하는 ETF에 대한 갈증을 호소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이에 미국 가상화폐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은 자사의 세계 최대 규모 비트코인 펀드인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신탁(Grayscale Bitcoin Trust·GBTC)'을 ETF로 전환해 달라는 신청서를 SEC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기준 GBTC가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 규모는 387억달러로, 한화로 약 45조7200억원에 달한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그간 지속적으로 승인을 거절당했던 비트코인 선물 ETF가 거래를 시작하게 된 만큼 첫 현물 투자 ETF 출시도 근 시일 내에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선물 ETF 승인으로 비트코인이 제도권 편입에 역사적인 첫발을 뗐다"면서 "현물 ETF 출시도 결국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